급진전하는 北 미사일 기술… 韓美, 공군 연합훈련으로 맞대응 [뉴스분석]

‘고체 연료 ICBM’ 첫 시험 확인
화성-18형 시험발사 장면 공개
1단 정상, 2·3단 고각 발사 성공
군 “킬체인 무력화 우려 기우”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급진전되고 있다. 미국까지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처음으로 고체연료로 발사하고, 추진체 단 분리까지 성공한 장면을 공개했다. ‘게임체인저’가 될 전략무기 완성 목표를 제시한 8차 당대회 이후 2년 만에 여러 기술을 초고속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미는 미국 전략폭격기 B-52H를 출격시켜 맞대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며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 발동기들의 성능과 단 분리 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체계들을 확인, 평가”하려는 것이었다고 14일 보도했다.

北 ICBM 맞서… 韓·美, B-52H 출격 북한이 고체연료로 가동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하자 다음날인 14일 한·미 공군이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연합훈련을 벌여 맞대응했다. 왼쪽 사진은 한반도 상공에 우리측 F35A전투기와 미국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연합공중훈련이 진행 중인 모습. 오른쪽 사진은 터널에 은폐됐던 ‘화성-18’이 이동식발사대를 통해 발사장으로 나와 콜드론치(공중에 떠오른 뒤 엔진 점화) 방식으로 점화돼 특유의 백색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특히 북한은 그간 각종 미사일 공개 때마다 국내외에서 나온 평가절하 시각에 맞서 보란 듯이 ‘현란한’ 기술을 과시했다.

통신은 “주변 국가들의 안전과 영내 비행 중 다계단 분리의 안전성을 고려해 1계단은 표준탄도 비행 방식으로, 2, 3계단은 고각 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지연 분리시동 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하며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3단으로 구성된 ICBM의 1단을 정상각도로 비스듬히 발사하고 2, 3단은 분리 후 하늘로 치솟도록 발사하면서 추진 속도, 점화 타이밍도 조절했단 의미다. 1단이나마 ICBM을 정상각도로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 3단 통제에 실패하면 자칫 일본을 타격할 수도 있는 만큼, 북한의 자신감과 과감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13일 일본 홋카이도에선 미사일 경보를 내렸다가 취소하며 대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일본은 1단 정상각도 발사를 포착해 비행궤도와 탄착점을 예상하고 비상 경보를 울렸다가 2, 3단이 수직으로 치솟은 후 수직으로 떨어지자 경보를 해제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단 신형 고체엔진 시험이 주목적이었기에 1단만 정상발사를 하고 2단부터는 일본 열도를 넘어가지 않게 조절한 것으로 분석했다. ‘괴물 미사일’을 이동식발사대(TEL)에서 곧장 수직 발사할 경우 발사대가 받는 충격과 부하가 너무 커 이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고 봤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정교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지난 13일 시험발사한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2단계 분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단 분리 장면이 찍힌 사진도 공개해 시험이 성공적임을 강조했다. 통신은 “위력적 핵공격 수단의 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장에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이적 성과에 대만족”이라며 “적들을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무기라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은 평가 절하 의견을 내놨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체연료를 쓰면 액체연료를 쓸 때보다 기습 능력이 커진다. 우리 군이 북한 미사일 발사 조짐을 사전 포착해 타격하는 시스템인 ‘킬 체인’이 무력화될 우려가 나오자 국방부는 “기우”라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개발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과대평가도 안되겠지만 과소평가는 더욱 피해야 한다”고 군 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화성-18 시험에 대응해 한·미는 한반도에 미국 전략폭격기 B-52H를 출격시켜 연합훈련을 펼쳤다. B-52H는 사거리 200㎞의 핵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1t 폭탄을 싣고 날아 목표물을 폭격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규탄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김예진·구현모·유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