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리는 경매꾼들

엄진아 2023. 4. 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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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설계자와 희생자…부동산 복마전’ 중에서]

"안녕하세요..어디로 가야 하지?"

법원에 모인 전세 사기 피해자들,

“입찰 개시를 선언합니다. 매각 물건 게시물 열람은 10시부터 11시까지만 운영합니다.”

<피켓 들고 서 있고>

<인터뷰> 안상미/ 인천 미추홀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장
부동산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산 게 잘못인가보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거죠. 내가 조금 저렴하게 사서 이걸 되팔아야지. 이런 이익의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 보이니까. 아 이게 약간 뭐라고 해야 하지. 제가 먹잇감이 된 것 같은 느낌.

”이 사건 입찰을 종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고 쫓겨날 바엔, 차라리 경매에 나온 집을 사기로 결심했지만,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홍은식/ 피해자
-이렇게 될 줄은 진짜 몰랐어요.
=적어도 한두 세대는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 5층, 6층 7층 다 안 되어 버리니까. 8층도 그렇고.
= 최대한의 금액을 쓴 건데. 더 이상 저희가 살 수도
난 진짜 최대한이라고 쓴 거거든.

"어떻게 해. 나도 눈물나.."

<인터뷰> 홍리라/ 피해자
최우선변제금 2천7백만 원으로 갈 데가 없어요. 월세 보증금도 안 되는 돈이고. 저는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정말 힘들게 입찰을 한 거였거든요. 그것마저 안 되니까. 어떻게 살아야할 지 모르겠어요. 답답하네요. 막막해요. 여기는 너무 살기 힘든 나라 같아요. 그냥, 돈 없는 사람은 살기 힘든 나라....

<인터뷰> 홍은식/ 피해자
참담하죠. 낙찰이 됐다고 그러면 다 포기하고라도 어찌 됐건 그냥 잊고 살아갈 그럴 마음도 있었는데, 그동안 희망이 있던 게 다 사라졌어요. 일 할 의욕도 없고, 어떻게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피해자가 급증하자, 정부 대책이 쏟아졌습니다.

<녹취>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사기에 대비한 보증 및 보험을 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보겠습니다”

<녹취> 박동주/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지원팀장
“긴급 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을 하겠습니다”“긴급 거처를 제공하겠습니다.”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요.

지난 1월, 법원 경매장에 있던 홍은식 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EFF>
(기자) 오랜만에 뵙죠
(홍은식) 네. 오랜만에. 두 달만에 뵙네요.
(홍은식 모친) 안녕하세요.

<인터뷰> 홍은식/ 피해자
동사무소, 그다음에 은행 그다음에 뭐 어디. 그런데 이제 뭐 경찰서에서 필요한 거는 그다음에는 이제 법원 자료, 더 추가, 하나씩 추가가 되는 거죠. 그다음에 긴급피해센터 가니까 그거 다 거친 다음에 또 형사 자료, 민사 자료까지 다.
-(기자) 본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이...
= 네, 안 되죠. 그래서 제가 만약에 진짜 못 움직이고 할 때는 어머니가 움직여야 되다 보니까 이렇게 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바뀐 집주인은 전문 투자자였습니다.

<녹취> 낙찰자와의 통화
-(낙찰자) 저희도 경매 일을 또 해야 하는 거잖아요. 자금의 한계도 있고 우리가 지금 제일 좋은 건 사실 전세가 제일 좋아요. 피해 확인서가 나왔으면 그걸 가지고 전세 조건을 맞추면 되는 거거든요. 아마 정부에서 해줄 거예요.

=(홍은식) 그러고 나서 이 집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아서 다른 거를 또 하시는 거죠?
-(낙찰자) 그렇죠. 그게 자격 조건이 아무나 안 되거든요. 되게 어렵거든요.
=(홍은식) 어찌 됐건 전세 사기 피해 이걸로 일단 지원이 되는 거니까.
-(낙찰자) 그렇죠. 사실은 시기적으로 상당히 좋은 시기이긴 해요.
=(홍은식) 만약에 전세로 계약하면 얼마 정도
-(낙찰자) 1억 정도 잡으시는 게 제일 좋으실텐데?
=(홍은식) 1억이요?

정부의 저금리 대출 지원이 투자자들에겐 좋은 담보가 된 셈입니다.

<인터뷰> 홍은식/ 피해자
(현재) 보증금은 4,200만 원이지만, 그런데 갑자기 1억 이라고 얘기하니까 좀 황당한 부분도 있고,
-(기자) 정부에서 저금리로 이자 지원을 해준다고 할지라도 부담이 꽤 큰 돈이죠?
- 그렇죠. 아무래도 제 돈이 아니잖아요. 빌리는 돈이잖아요. 그래서 아 이건 좀 힘들겠다 (이 집에서) 나가는 수밖에 없겠다라고 하니 이제 그럼 이번 달 안에 당장 이제 빼줘야 된다라고 얘기를 하니까 좀 황당했죠. 그전에는 (낙찰자가) 선심 쓰면서 많이 얘기를 했었거든요. (계약 연장하면) 5월 달까지도 뭐 봐줄 수 있다는 식으로다가 얘기를 했다가.
그 법이 그 사람들을 지켜주는 거기 때문에 얘기를 하는 중에도 좀 속으로는 막 끓고 있는 거죠.

<인터뷰>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전세 빌라왕이 반복되는 걸 어떻게 막겠다는 건지 제도적인 장치는 없죠. 여전히 전세대출 많이 해줄테니까 전세하라고 하고, 지금 전세 사기를 당한 분들에게도 또 전세대출을 해줄 테니까 전세 얻어서 가라고 이러잖아요. 전세 사기라고 정부에서 얘기하지만, 정부가 만들어놓은 정책적인 틀이 이렇게 되었다라고 생각해요. 거대한 주택 투기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었다.

인천 미추홀구 피해대책위원회에 소속된 피해자 1,572세대의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특정인 몇 명이 적게는 2채에서, 많게는 135채까지 보유했습니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소 역시 중복됩니다.

건축주의 바지 임대업자가 계약을 주도하고, 이들과 연계된 특정 관리회사와 공인중개소가
세입자들을 관리했지만, 피해자가 급증하자 연락조차 닿질 않습니다.

<인터뷰> 한 웅/ 건축주 측 변호사
연락이 잘 안 된 경우도 초창기에는 있었을 텐데 (대표가) 구속된 이후, 저희들이 업무를 대행해서 맡은 이후에는 포털사이트에 카페까지 열어놓고 그다음에 제 전화번호하고 대표대행의 전화번호까지 임차인들이 소상히 알고 있어서 언제든지 연락을 하려고 하면 연락이 될 거고요. 투자자들의 일부를 설득을 해서 자금유치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고. 금융기관 에는 문제해결을 위해서 ‘저희들에게 6개월의 시간만 좀 주십시오’ 하고 공매· 경매 절차 중지하려는 노력을 저희 팀에서 나서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시사기획창 #부동산 #집 #투기 #재개발 #재건축 #무주택 #전세 #사기 #피해

방송일시 : KBS 1TV 2023년 4월 11일(화) 밤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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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진아 기자 (az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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