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15시간 미만으로 일해도 실업급여 받게 되나

최정훈 2023. 4.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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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제도개선 TF 가동…13일부터 본격 논의 시작
적용기준 근로시간서 소득으로 전환 논의부터 착수
초단기 근로자도 일정 소득 이상이면 고용보험 가입
일한 기간은 길게, 최저 보장액은 낮게…허들 높일 듯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했다.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해도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방안과 근로자의 취업 의욕을 꺾고, 고용보험기금의 만성 적자의 원인으로 꼽혀왔던 실업급여 개선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안으로 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일주일 15시간 미만 일해도 실업급여 받나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고용보험 제도 개선 TF를 개최했다. 올해 TF는 상반기까지 보험의 적용과 보험료의 징수, 실업급여까지 고용보험의 전방위적인 제도 개선을 논의할 계획이다. TF는 총 8명으로 노동계 2명과 경영계 2명,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됐다.

4대 보험 중 하나인 고용보험은 보험료를 징수해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 생활 안정을 위해 일정 기간 급여를 지급하는 실업급여 사업과 고용유지지원금과 같은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 등에 활용한다. 실업급여를 명목으로는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각각 임금의 0.9%를 징수하고, 고용안정, 직업능력 개발사업 명목의 보험료는 사업주가 모두 부담하는데 사업장 규모에 따라 요율이 다르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TF에서는 적용부터 징수, 급여까지 전반적인 고용보험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노사와 전문가까지 충실하게 논의해야 법안까지 갈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 상반기를 넘어 더 시간을 들여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TF는 가장 먼저 소득 기반 고용보험 전환 방안을 논의한다. 이는 고용보험의 적용기준을 바꾸는 방안이다. 현재는 적용 대상자가 월 60시간 이상(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인데, 일정 수준 이상의 월 소득 근로자로 바꾸는 식이다. 월 소득 기준으로 바뀌면 택배기사나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나 프리랜서 등 근로시간 관리가 어렵거나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도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씨가 평일에는 회사에서 전일제로 근무하고, 주말에는 편의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주 10시간), 간헐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대리기사로 근무한다고 치자. 그러면 A씨는 전일제 일자리와 대리기사 일자리로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근로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가입할 수 없다.

또 전일제 근무는 근로시간 기준으로, 대리기사 업무는 소득 기준으로 고용보험에 가입되기 때문에 운영 방식도 복잡하다. 이를 소득 기준으로 바꾸면 세 개의 일자리 중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일자리는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또 세 개의 일자리는 소득이라는 통일된 기준으로 관리할 수 있어 운영 방식도 간편하다.

다만 소득 기반의 고용보험으로 개편한 뒤 적용 대상이 대폭 늘어나면 보험료 부담 주체나 부담률 등은 경영계와 노동계 간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용근로자는 보험료 전액을 사업주가 부담하지만, 일부 적용을 받는 특고의 고용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계약 건수에 따라 업무를 하는 프리랜서 등은 보험사무나 보험료 부담의 주체를 누구로 봐야 하는지가 논쟁거리다.

일한 기간은 길게, 최저 보장액은 낮게…실업급여 수술대

이번 TF 논의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논의가 예상되는 부분은 실업급여다.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제도는 오히려 수급자들의 취업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실업급여의 기반인 고용보험기금은 국내 경제가 조금만 흔들려도 적자에 시달리는 구조적 문제도 여전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특히 실업급여 문제의 원인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여 기간과 높은 급여 하한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로 산출된다. 하지만 평균임금의 60%로 산출한 금액이 최저임금의 80%로 계산되는 실업급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저구직급여액’(실업급여 하한액)이 지급된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소정근로시간 8시간 기준 하루 6만 1568원으로, 한 달 185만원(6만1568원x30일)이다. 근로자가 월 300만원을 벌든 200만원을 벌든 한 달 실업급여로 185만원가량을 받는다는 뜻이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받는 사람은 전체 수급자의 70%가 넘는다.

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회사에 채용된 후 곧바로 고용보험에 가입된 뒤 6개월 이상만 재직했으면, 최소 3개월 이상 월 185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

반면 상한액은 6만6000원으로 유지되면서 보험료를 덜 내면서 실업급여는 더 받는 구조가 고착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하한액 지출액은 8조 6541억원으로, 전체 구직급여 지출액(12조 623억원)의 71%를 차지했다. 이는 고용보험기금 적자가 지속되는 핵심 원인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단기 일자리에 의존하는 경향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실업급여가 상대적으로 짧은 기여 기간과 높은 급여 하한액이 근로의욕과 재취업 유인을 낮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OECD는 지난해 9월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할 경우, 사회보험료 및 소득세로 인해 오히려 세후소득이 감소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논의에서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용보험 피보험기간을 늘리고, 하한액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피보험기간을 6개월에서 10개월 이상으로 늘리고,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에서 60%로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김문정 조세연 연구위원과 김혜원 교원대 교수가 이번 TF에 합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추천 전문가는 고용보험위원회 등에서 제도 개선 논의해오던 분들이 참여해 논의의 연속성을 보장하려고 한 것”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노사가 모두 인식하고 있고, 이견에 대해선 TF 내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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