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분향소 강제 철거되나…전운 감도는 서울광장
기사내용 요약
서울시, 유가족과 대화 중단…"시민에 돌려줘야"
유가족 "받아들일 수 없어"…물리적 충돌 우려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두 달 넘게 서울광장에 세워진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기로에 서있다.
서울시가 강제철거를 시사한 가운데 유가족 측은 계속 지키겠다는 입장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겠다면서 행정대집행 가능성을 예고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2월4일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를 하며 기습적으로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시는 유가족 측에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계고를 두 차례 단행했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하는 것은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가족들이 자진철거 요구를 거부하자, 서울시는 우선 행정대집행을 하는 대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시는 2월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16차례 면담했으나 유가족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최근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시가 지난달 제안한 '공식 분향소 새로 설치 후 공동 운영', '시청 인근 추모공간 마련'을 유가족 측이 거절하자,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유가족 측이 시의 제안을 수용하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아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그동안 했던 제안은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려는 시의 고심이 담겨있었던 것"이라며 "행정기관 입장에선 제안 자체가 논란이 크고 쉽지 않은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서울광장을 서울시민 모두에게 온전히 돌려드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행정대집행 계고는 이미 나가있었기 때문에 (데드라인을) 별도로 설정하진 않았다"고 강제철거 가능성을 내비쳤다.
게다가 시는 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유가족 측에 변상금 2900만원 상당을 부과해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는 시민대책회의 앞으로 2월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72㎡)에 변상금 2899만2760원을 부과하는 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유가족들은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조차 잊은 듯한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에 참담한 심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유가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정한 4월5일 분향소 운영 종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 분향소 운영 종료 시점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향한 유의미한 진전이 있을 시, 유가족들이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라며 "서울시의 일방적이고 오만한 행정의 핑계를 서울시민들에게 돌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시민대책회의가 분향소 설치 직후 접수한 서울광장 사용신청도 단 하루 만에 거부 처리했다. 서울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광장임에도 불구하고 애도와 기억을 위한 분향소 설치와 운영을 불허할 합리적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용신청을 거부했는데, 이는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위법하다 할 수 있다"면서 "그러므로 위법한 행정에 근거한 서울시의 변상금 부과 역시 부당하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은 오세훈 시장을 향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불행한 참사에 대해서 유가족들에게 진솔하게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노라고 이야기하길 바란다"며 "향후에 충분히 피해자의 권리회복, 희생자의 명예회복이 된다면 저희가 스스로 분향소를 철거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유가족 측이 제기한 분향소 운영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관혼상제라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법·조례에 따라 공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경우 집회 신고가 적법하게 이뤄졌더라도 시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변상금이나 현상금을 부과하는 관련 법규는 공유재산법이고, 이 법에는 관혼상제가 예외 사항이라는 점이 없기 때문에 공유재산법 및 서울광장 조례에 따라 보고 있다"면서 서울광장 분향소가 불법 시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가 오는 22일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 개최를 앞두고 있어, 다음 주 중 행정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유가족 측이 "지금은 철거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서울시가 예고한 대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해 분향소 철거에 나선다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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