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③ 굳세어라 금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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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953년 7월 27일 맺어진 6·25 전쟁 정전협정이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부산은 6·25 전쟁이 벌어진 약 3년 동안 대통령 청사와 정부 기관들이 위치한 임시수도 역할을 했습니다. 이곳에는 당시 피란민들이 겪었던 애환과 생활상을 포함해 임시수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피란 유산은 '2030 국제엑스포'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이 보여줄 역사의 자산이기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부산의 피란 유산을 조명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1편씩 소개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에 헤어진 금순이를 영도다리 난간 위에 앉아 외로이 기다리는 피란민의 애끓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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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현실에 점집 찾으며 '점바치 골목'도 생겨
[※ 편집자 주 = 올해는 1953년 7월 27일 맺어진 6·25 전쟁 정전협정이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부산은 6·25 전쟁이 벌어진 약 3년 동안 대통령 청사와 정부 기관들이 위치한 임시수도 역할을 했습니다. 이곳에는 당시 피란민들이 겪었던 애환과 생활상을 포함해 임시수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피란 유산은 '2030 국제엑스포'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이 보여줄 역사의 자산이기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부산의 피란 유산을 조명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1편씩 소개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떠 있다.'
1952년 가수 현인이 노래한 '굳세어라 금순아'의 가사 한 부분이다.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에 헤어진 금순이를 영도다리 난간 위에 앉아 외로이 기다리는 피란민의 애끓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부산으로 온 피란민 중 사연 많은 사람이 이북 출신들이다.
타지역에서 온 피란민은 서울이 수복되면서 부산을 빠져나가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이북 출신들은 끝내 돌아가지 못하고 부산·경남에 정착한 사람들이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모님도 흥남철수작전 때 배를 타고 경남 거제로 피란을 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흥남부두에는 3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들었고, 남쪽으로 가는 배에 승선 기회를 잡은 사람은 3분의 1인 9만1천명으로 전해진다.
이들 피란민에게 있어 헤어짐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재회를 약속한 피란민들이 부산하면 떠올린 대표적 명소는 '영도다리'였다.
1934년 만들어진 영도다리는 당시에도 엄청난 명성을 얻고 있었다.
국내 최초의 도개식 다리로, 교각 아래로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하루에 여섯차례 다리 일부를 들어 올렸다.
다리를 들어 올려 뱃길을 터준다는 방식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못 할 기상천외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개통식 때 6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당시 부산 인구가 15만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얼마나 유명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피란민들로 영도다리 아래는 6·25전쟁 기간 인산인해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이름을 적은 종이나 헌 옷이 영도다리 양쪽 난간에 빽빽하게 붙어 있기도 했다.
희망은 때론 절망으로 바뀌기도 해 하루에 최대 27명이 다리 위 달빛을 바라보다 뛰어내렸다는 경찰서 기록도 남아있다.
오죽하면 경찰이 다리 위에 '잠깐만'이라는 팻말을 붙였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한 치 앞을 모를 삶을 위안받고 싶은 마음에 점집을 찾기도 했다.
이렇게 하나 둘씩 영도다리 주위에 점집이 몰려들면서 '점바치 골목'도 생겨났다.
목조가옥 형태의 점집이 80여 곳에 달했고, 돗자리 형태의 점집까지 포함하면 120여 곳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점집은 무려 60여년간 명맥을 이어오다가 2014년 마지막 점집을 끝으로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15일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영도 다리는 아픔과 절망의 순간에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의 다리였다"면서 "영도다리는 피란민의 애환이 서려 있고, 피란민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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