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함이 빛나는 배우' 이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라!"[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저는 여전히 좋은 작품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입니다".
배우 이설은 하고 싶은 걸 위해 주저함이 없었던 당당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주연을 맡은 신작 영화 '흐르다'(감독 김현정)의 개봉을 맞아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이설은 그 다부진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흐르다'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던 중 엄마의 죽음을 맞이한 취업준비생 진영(이설), 아빠가 운영하던 공장에도 문제가 생기고 아빠를 외면할 수도, 캐나다행을 포기할 수도 없는 진영의 고민과 성장을 담은 영화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설은 "영화를 4번 정도 봤는데 볼 때마다 감상이 달랐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영화 '흐르다'가 김현정 감독의 초상 같다고 평가했다. 이설은 "영화가 주는 무드가 감독님과 닮아있다. 집요한 구석도 있고 느린 구석도 있어 감독님답다"라고 말했다.
느리고 꼼꼼한 감독님과 함께한 소감을 묻는 말에 그는 "3년 전에 찍은 거라 미화됐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감독님이 조용하게 말씀하시고 소극적인데 원하는 것에 있어서는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집요하고 느리기 때문에 신뢰가 갔다"라고 덧붙였다.
'흐르다' 출연 계기에 대해 이설은 "워낙 감독님 영화를 좋아했다. 공고를 보고 연락을 드렸는데 운 좋게 대본을 보내주셨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하게 됐다"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 성함이 최진영인데 '흐르다' 주인공 이름이 최진영인 걸 보고 운명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감독은 배우 이설이 '흐르다' 최진영과 정반대의 사람이라 궁금했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히기도 했는데, 이에 이설은 "나는 숨기거나 혼자 생각하지 않다. 적극적인 사람이라 진영과 반대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대인 캐릭터 진영을 연기하며 답답한 부분은 없었을까? 그는 "이해가 되진 않았는데 이해해야 했다"라고 솔직한 답을 내놓으며 "진영은 집에서 숙식 제공을 해주니 편하니까 거기에서 안주했던 것 같고 준비를 완벽히 해서 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석해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셔츠를 끝까지 채우는 사람인데 진영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셔츠를 채우고 연기하느라 힘들었다. 육체적인 답답함이 있어서 심리적으로도 진영의 답답함이 조금 더 표현됐던 것 같다"라면서도 "'흐르다'를 찍고 나니 '백엔의 사랑', '포드 대 페라리' 같은 에너제틱하고 시원한 영화가 하고 싶더라"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흐르다'는 이설의 노출신으로 시작하는데, 이설은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했다. 그는 "감독님이 아빠가 거실에 있으니 샤워 후 옷을 입고 나오며 아빠와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가 작품을 쓰게 됐다고 하시더라. 그 장면을 그대로 넣은 것"이라 설명하며 "필요한 노출이라고 생각해서 전혀 부담이 없었고 남자 스태프가 많았는데도 부끄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K-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 '흐르다'. '흐르다' 속 진영의 가족은 지나치게 의지,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실제 이설의 가족 모습에 대해 물으니 그는 "우리 집은 독립적"이라 단호하게 밝히며 "성인이 되면 다 다른 객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아빠 아래가 아니라 엄마 아빠가 있고 내가 있어야 서로가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라는 독립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이설은 배우 데뷔도 가족들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다며 "준비할 때 말 안 하고 내가 출연한 드라마랑 영화가 나왔을 때 '알아서 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부모님은 '네가 배우를 하는구나. 잘해봐라'라고 하셨다"라며 쿨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허스토리'로 본격 데뷔한 후 '나쁜형사'의 천재 여성 사이코패스 은선재 역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낸 이설은 이후 'D.P.',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흐르다' 등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25살이라는 나이에 배우의 꿈을 처음 꾸게 됐다는 이설은 "우연한 기회로 뮤직비오를 찍었다. 편집돼서 결국 등장하진 않았지만 영상 속에 살아 움직이는 게 재밌었다"라며 배우가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 자리에서 감독님에게 '이 일이 너무 재밌는데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할 수 있냐'라고 물어봤다. 감독님이 배우를 하라고 해서 수능을 다시 보고 학교에 들어갔다"라며 당당하고 거침없던 선택을 알렸다.
이설은 "'흐르다'에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을 연기했는데 사실 나도 여전히 취준생이다. 배우는 이름만 다른 취준생"이라며 "늘 기다리고 자기 개발도 해야 한다. 언제 좋은 작품을 만날지, 맞는 배역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진영과 접점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이설은 "자꾸 조급해지고 생각이 되게 많아져서 나를 마주하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20대때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지금은 정비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이설은 "'흐르다'의 주제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냥 해라' 같다"며 "어떤 채널로라도 좋으니 '흐르다'를 봐주시면 좋겠다. 서른이 마지노선으로 그려지는데 언제든 시작할 수 있고 청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늦은 게 아니고 큰일 나지 않으니 그냥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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