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좋은 워니, 대적불가 퍼포먼스

김종수 2023. 4.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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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가 1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있었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창원 LG를 73-68로 꺾으며 시리즈의 선봉을 장악했다. 치열하게 치고받던 전반전에서는 살짝 밀리는듯 했으나 후반들어서도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했고 결국 힘의 차이를 드러내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1옵션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29‧199cm)의 파괴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28득점, 19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로 경기를 지배했다. 득점은 물론 리바운드까지 양팀 통틀어 최다를 기록했다. 원투펀치의 또 다른 축 김선형(13득점, 6어시스트, 2스틸)도 제몫을 해주었지만 경기내내 식지않은 득점 감각을 과시한 워니가 있었기에 LG수비진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워니는 말 그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쇼를 보여줬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를 앞세워 묵직하게 포스트업을 치고들어가서 훅슛을 성공시킨 것을 비롯 골밑슛이 실패해도 연거푸 리바운드를 잡아낸 후 우겨넣기로 마무리지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플로터‘였다. 보통 SK에서 플로터 슛에 능한 선수를 언급하면 김선형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김선형은 리그를 대표하는 플로터 장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워니 역시 플로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손끝 감각이 뜨거운 날은 마치 ’던지면 들어간다‘는 수준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수비가 있던 말던 거리가 멀건 가까우건 개의치않고 성공시킨다. 이날도 그랬다. 포스트 인근은 물론 자유투 라인 혹은 3점슛 라인 바로 아래서 던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성공률이 대단했다. 그냥 휙 던진 것 같이 보임에도 계속해서 들어가는지라 LG 입장에서는 미드레인지 등 일반적인 슈팅으로 득점을 허용하는 것보다 데미지가 훨씬 컸다.


스핀무브로 눈앞의 상대를 제치고 슛을 쏘려는 찰나 두명의 수비수가 더 달라붙었다. 하지만 워니는 개의치않고 세명 사이에서 플로터 슛을 던졌고 공은 빨려들어가듯 림을 통과했다. 어디 그뿐인가. 속공 상황에서 성의없이(?) 갑작스럽게 던진듯한 플로터마저 림을 퉁퉁 퉁기며 들어갔다. 플로터하면 빠지지않고 이름이 언급되는 ’막슛의 달인‘ 데니스 워드워즈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듯 했다.

 


득점머신으로 통하는 선수답게 워니는 크고 유연하며 기술까지 좋다. 거기에 파워툴마저 장착했는지라 수비수들이 겹겹이 둘러쌓은 상황에서도 좀처럼 밀리거나 중심을 잃지않는다. 때문에 공격시 안정적인 밸런스에서 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성공률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에너지 레벨마저 높다. 득점력이 좋다고 몸을 사리면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아닌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스크린을 걸어주고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참여한다. 동료의 슛이 실패하자 갑자기 뒤쪽에서 튀어나와 두손으로 팁인 덩크를 찍어버린 광경이 이를 입증한다. 동료의 공격을 집중해서 주시하고 더불어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열심히 움직이며 좋은 자리를 선점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었던 장면이다.


그렇다고 고집스럽게 나홀로 공격만 하지는 않는다. 시야도 좋은 편인지라 동료 쪽이 비어있으면 무리해서 공격을 고집하지않고 찬스를 봐준다. 4쿼터 초반 스핀무브로 수비수들을 자신 쪽으로 모은후 골밑의 최부경(33‧200cm)에게 바운드 패스를 넣어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패싱센스도 상당하다.


올시즌 최부경은 확실한 옵션을 하나 더 추가한 느낌이다. 다름아닌 ’받아먹기‘다. 수비의 시선이 김선형과 워니에게로 집중되어 있을 때 빈자리를 잘 찾아들어와 패스를 받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플레이가 매우 좋아졌다. 이날도 그랬다. 워니는 탄탄한 LG의 수비벽을 직접 뛰어넘거나 부수기도 했지만 최부경이 좋은 자리로 들어섰다싶으면 날카롭게 패스를 뿌렸고 상당수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실제로 이날 최부경은 워니와 트윈타워를 이루어 16득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득점의 대부분은 김선형 혹은 워니에게서 나온 패스를 받아먹은 것이었다. 막아도 넣고, 좀 더 수비 강도를 끌어올려 여럿이서 공격적으로 달려들면 빈공간으로 어시스트가 들어가고…, 이날 LG선수들에게 워니는 대적불가 그 자체였다. 더불어 부상으로 플레이오프를 뛰지못하게된 ‘이집트 왕자’ 아셈 마레이(31·202㎝)가 더더욱 그리워지는 밤이었을 것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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