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전 컴퓨터에서 ‘헬로 키티’를 만났다
옛 컴퓨터 이미지 조합한 신작
NFT 9점도 오픈시에서 판매
“아들이 어른이 되면 어떤 문화관을 가질까 깊이 고민하던 시기에 이 그림을 봤다. 컴퓨터에서 호랑이를 치니 클릭과 조합만으로 그림이 만들어지더라. 20세기 현대 예술가는 작가의 상상력이 창조의 근원이었다면 21세기에는 정보(Data)가 창조의 근원이었다.”
작년 그는 세기말의 옛 컴퓨터에서 다운로드 받아둔 이미지를 컴퓨터에 넣고 자신만의 알고리즘을 고안해 신작을 창작했다. 픽셀로 찍은 고양이와 개가 숨어있는 추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지를 더하고, 곱하고, 지우는 작업으로 층(Layer)를 수백번 쌓아올리고 붓질도 더한 작품이다. 그는 “그리기가 아니라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우연의 창조’다. 디지털 아트와도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의 문화 정체성과 그 구조를 탐구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 선구적으로 선보여온 디지털데이터 작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가 ‘헬로 키티’와 함께 돌아왔다. PKM갤러리에서 코디 최의 개인전 ‘“헬로 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이 열린다. 페인팅 신작 33점과 NFT(대체불가토큰) 9점을 공개한다. ‘헬로 키티’는 그의 작품을 보고 글을 쓴 작가 존 밀러가 붙여준 제목. 작가는 “헬로 키티는 아시아권에서 1974년 처음 등장한 동물 캐릭터다. X세대에게는 마치 미키마우스처럼 상징적이고, 동물 토템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토템’은 신비로운 미신이 아니고 공동체가 주변에 있던 동물을 하나의 상징물로 삼고, 동물을 중심으로 사회적 결속력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 사회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라면서 우리 사회의 토템으로 자리잡은 동물 캐릭터의 의미를 분석했다.
그는 픽셀로 찍은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알레고리론’의 크레이그 오웬스의 이론을 빌려왔다. “사람이 픽셀보다 작아질수만 있다면 우리가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거리를 통해 내가 픽셀을 지배할 수 있다.” 실제로 작품에서 멀어질수록 고양이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관에는 같은 주제를 컴퓨터로만 작업한 NFT가 전시된다. 오픈시(Opensea)에서 20이더리움(약5000만원)에 판매중인 NFT를 전시용 비매품으로 제작해 건 것이다. 작가는 “내 작업에서 젊은 세대가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 정보는 1999년의 옛 것들이다. 그들의 정보를 활용하면 더 굉장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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