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임진각 울려 퍼진 탈북민 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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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향민이나 탈북민들이 북의 고향이 그리울 때 찾아가서 눈물로 옷깃을 적시곤 하는 대표적인 장소, 바로 북녘 땅을 마주한 임진각입니다.
네, 분단의 상징적 장소이기도 하면서 통일 관광 명소로도 많이들 찾는 곳이기도 한데요.
최효은 리포터, 이번에 임진각 다녀오셨죠? (네.)
임진각에 명물로 떠오른 공연단이 있다고요?
[답변]
네, 임진각에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조성한 평화누리공원이 있는데요.
여기서 매주 공연을 하는 탈북 예술인들을 이번에 만나고 왔습니다.
[앵커]
봄날이 좋아져서 임진각에도 나들이객들 늘었을 텐데, 관람들 많이 하시죠? (네 관람객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탈북민들이 꾸미는 무대는 색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답변]
네, 북한의 체제 선전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실향의 아픔을 함께 달래는 공연이어서 그 감동이 더 크게 밀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탈북 예술인들의 진솔한 모습, 만나보실까요?
[리포트]
공연장을 가득 메운 노랫가락이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고, 현란한 춤사위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서연우/경기도 고양시 : "(오늘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부채 들고 춤출 때 재밌었어요."]
무대의 주인공들은 북한에서도 무용과 노래, 악기 연주 등의 재능을 인정받았던 탈북민들로 임진강 예술단원들입니다.
공연을 앞둔 주말 오전 공연 준비를 위해 하나둘씩 사무실로 모입니다.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것도 잠시.
공연을 위해 분장을 시작합니다.
북한에서도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을 하지만, 지금 분장과는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유은서/가명/임진강예술단원 : "삐야스(파운데이션) 한번 바르고 눈 도랑 새까만 걸로 그리면 끝이지. 빨간 거 딱 하고."]
[오지은/가명/임진강예술단원 : "선전대에 있을 때는 화장이 화려하게 못했어요. 까만 연필로 갖다가 그리니까 눈썹이 거머리 붙여 놓은 거 같았어. 진짜 되게 웃겼지."]
공연의 설렘 때문인지 소녀처럼 사소한 것으로도 웃음꽃을 피웁니다.
["무슨 일 있었어!"]
["볼 터치를 열심히 하는데 색깔이 왜 이래?"]
춤추고 노래하길 좋아하는 단원들, 4월만 되면 북한에서 바로 그 춤과 노래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유은서/가명/임진강예술단원 : "최고로 큰 행사가 4월 15일 태양절이란 게 있으니까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노래와 춤을 계속 연습에 연습에 또 연습 그런 직장에서 일을 하죠."]
또, 모내기 철엔 무대가 아닌 농사 현장을 다니며 노래와 연주로 힘을 내도록 독려했다고 합니다.
[오지은/가명/임진강예술단원 : "그냥 가서 길바닥에 서서 그냥 모내기 전투로 하면 그거에 맞게 노래를 해야 돼요."]
[유은서/가명/임진강예술단원 : "(가사는) 농촌 생활이 너무 좋아서 도시 처녀가 다 시집온다라고."]
임진강 예술단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역시 탈북민인 백영숙 대표가 남북 간 이질감을 없애는데 힘을 보태자며 예술단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백영숙/임진강예술단 대표 : "대한민국에 와서 정착함에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언어의 차이점이라든가 문화의 차이점을 쉽게 해소하고 빠른 통일의 지름길을 만들자면 무엇을 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예술로 우리가 한번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인재를 영입해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열 명으로 시작했지만 지역 축제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려 나갔고 단원도 20명으로 늘면서 레파토리가 더욱더 다양해졌습니다.
분장을 마치고 연습실에서 무용 동작과 동선을 맞춰봅니다.
어느 정도 합을 맞춰본 뒤 오늘의 무대, 임진각으로 출발합니다.
임진각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그리고 북녘을 향한 시선에서 평화의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나들이로 임진각을 방문한 시민들은 분단 현실을 조금 더 실감하는 듯합니다.
[정하윤/파주시민 : "빨리 통일이 되면 정말 금방 갈 수 있는 곳인데 분단으로 인해서 갈 수 없는 곳이라서 너무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되네요.
같은 시각, 대기실에선 단원들 각자가 몸풀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남한의 초등학교인 소학교에 가기 전부터 아코디언을 배운 은서 씨.
인생의 동반자인 아코디언은, 정착 과정에서도 큰 힘이 됐습니다.
[유은서/가명/아코디언 연주가 : "북한 공연단을 보시면서 관객분들이 많은 박수를 보내주실 때 북한사람이라도 괜찮네 이런 자신감이 생기는거 같아요."]
때때로 북에서 가장 좋아했던 남한노래를, 자유롭게 연주해 보는데요.
분위기를 잘 살리는 지은 씨가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춥니다.
가수인 지은 씨는 늘 유쾌해 보이지만, 실은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고향에 부모님과 딸을 두고 왔기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서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오지은/가명/임진강예술단원 : "고향하고 너무 가까운 접경지역이라서 우리 동포들 형제들 부모들 자식 생각하면서 내 노래 듣고 있겠지 이런 희망 갖고 노래 하고 그래요."]
지은씨는 북쪽의 접경지역에 살았는데, 그때 희미하게 들려온 대북 방송의 노래를 자주 접했다고 합니다.
당시 들었던 노래가 바로 ‘찔레꽃’.
신이 나서 흥얼거렸던 그 노래가 지금은 북녘 가족이 보고 싶을 때 부르는 애절한 노래가 됐습니다.
[오지은/가명/임진강예술단원 : "오늘은 제가 부른 이 노래가 바람을 타고 북한으로 훨훨 날아가서 모든 분들이 다 듣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단원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저린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무대에 오릅니다.
이제 임진강예술단이 북한의 노래와 춤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순간입니다.
어떤 공연이 준비가 돼있을까요. 지금 만나보시죠.
["오늘도 파이팅. 하나 둘 셋."]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북한의 인기가요 ‘반갑습니다’가 귓가를 울리고, 경쾌한 아코디언 소리가 무대를 채웁니다.
북한 전통 무용으로 손목에 방울 팔찌를 걸고 추는 쟁강춤은 매우 이채롭습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무대와 객석의 마음의 거리도 좁혀지고, 탈북민들의 감회는 남다릅니다.
[이영금/탈북민 : "전 바로 여기 고향이 태어난 곳이 바로 개성인데 못 가잖아요. 여기는 많이 와요. 근데 갈 수가 없잖아. 여기까지에요. (공연 보면 달래지나요) 많이 달래졌어요. 힐링 된거 같아요. 내일부터 파이팅 할 수 있을거 같아요."]
공연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관객들의 진심 어린 반응이 예술단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백영숙/임진강예술단 대표 : "정말 우리가 하나가 돼서 피가 하나로 흐른다 똑같은 민족이 맞네 이런 자부심을 안고 있습니다."]
단원들의 공통된 소망은 지금 매주 올리는 임진각 무대를 고향 땅에도 선보이는 것.
그래서 북한 관객들로부터도 갈채를 받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그리움의 노래가 기쁨의 노래로 북녘에도 울려 퍼지길 바라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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