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된 장마당 세대 달라진 북한 입학식
◀ 김필국 앵커 ▶
통상 3월에 개학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북한은 4월 첫날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입학식도 4월에 한다죠.
◀ 차미연 앵커 ▶
그렇죠.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학부모가 되면서 북한 입학식 풍경도 조금 달라졌다는데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올해 4월 1일은 2주 전이었죠. 토요일이었는데 북한은 이날 입학식과 개학식을 같이 했죠.
◀ 김필국 앵커 ▶
네. 주 5일 근무제가 아니라서 토요일에도 학교를 가니까 토요일인데도 개학을 한 건데요. 북한의 입학식 개학식 풍경 화면으로 보시죠.
"아침 햇님 솟아오르면 달랑달랑 책가방 메고요."
◀ 차미연 앵커 ▶
꽃다발을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 북한 학교가 일제히 개학을 했던 지난 4월 1일 조선중앙TV는 개학과 입학식 풍경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책가방을 메고 즐거운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의 밝은 모습은 봄 계절의 환희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학교 정문에서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아이들 친구와 선생님 손을 잡고 리본을 통과하면서 학교에 들어서는 모습까지 밀착 보도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보시니까 개학식 풍경 옛날에 비해서 어떤 점이 눈에 띄나요?
◀ 나민희 ▶
일단 교복부터가 달라진 것 같아요. 좀 더 밝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저희 때는 꽃다발이라든가 이런 걸 받은 적이 없는데 꽃다발 들고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아마 스마트폰이 생겨나서 요즘에는 입학식이나 개학식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이제 부모님들이 사진을 찍어주는 것 같은데 그것도 좀 많이 새로운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4월 개학이 낯설어 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4월 1일에 개학을 했었다죠.
"올해 국민학교에 들어가는 어린이들은 4월 초하루날 어머니와 누나의 손을 붙잡고 처음으로 교문에 들어섰습니다 이제부터 엄마 곁을 떠나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려고 애쓰는 귀여운 꼬마들의 표정앞에..."
◀ 김필국 앵커 ▶
1962년부터 3월 개학으로 바뀌었다는데요. 북한은 과거 9월에 입학을 했다가 1997년부터인가요 그때부터 4월에 입학하고 졸업은 3월에 하는 걸로 바뀌었다면서요.
◀ 김수경 ▶
그렇죠. 북한은 특히 졸업식보다도 입학식이 중요하다고 하고요. 그중에서도 소학교 입학식이 제일 중요하다고 해요. 가족들 심지어 당 간부까지 입학식에 참석해서 축사를 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하는데요. 보통 1학년 때 맞는 담임 선생님이 5년 내내 같은 담임 선생님을 하게 되거든요. 담임 고정제 라고 해서 그렇다 보니까 아무래도 입학식 때 어떤 선생님이 담임이 되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그동안 이 북한 보도를 보면 고위 간부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었는데요. 올해는 좀 안 보이더라고요.
◀ 김수경 ▶
그동안은 입학식이라는 게 학생 위주라기보다는 당 간부가 누가 왔는지 또 무슨 말을 했는지 어찌 보면 당 간부의 동정 기사 같은 것들이 보도가 됐는데 아무래도 요즘 북한의 추세가 미래 세대를 굉장히 중시하고 출산율도 굉장히 낮아지면서 아이들이 귀한 시대가 되다 보니까 학생들에게 좀 더 초점을 둔 입학식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꽃다발도 받아서 이렇게 입학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이런 부분들을 좀 더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나민희 ▶
저는 이제 굉장히 평범한 학교를 다녀서 입학식은 물론이고 한 번도 이런 고위직 간부들이 내려오는 걸 본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4월 1일이 되면 그날 저녁에 뉴스에 입학식 관련된 보도들이 나오는데 그때 나오는 학교들이 고정되어 있어요. 김성주 소학교라든가 평양제사소학교 그리고 창전소학교 낭랑소학교 이런 식으로 약간 북한 나름의 유명한 학교들, 명문학교라고 볼 수 있죠 북한 체제에 있어서 좀 더 의미가 있는 그런 초등학교들에 간부들도 나가고 그런 모습을 방송국에 와서 카메라로 찍어가고 보도에도 나오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생각해보면 여기 이렇게 손수건 달고 그 위에다가 이름표 이렇게 달고 그랬던 게 생각이 나거든요. 분위기 같은 게 우리나라 옛날 입학식하고 좀 비슷한 것 같은데 여기에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녔다는 북한의 명문학교죠 평양제사소학교 입학식 풍경입니다. 선생님 대표 인사에 이어 입학생 대표가 결의 발표를 합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입학식이 끝나면 교실로 이동해서 안내 수업을 진행하는데요. 이때 학부모들이 참관을 하기도 합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공부하신 영광의 학교의 교육자로서 맡은 학생들을 우리 식대로 사고하고 창조해 나갈 줄 아는 다재다능한 인재들로 키워나가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손을 이렇게 드네요. 안내 수업에서는 어떤 내용을 가르치나요?
◀ 나민희 ▶
네. 일단 손은 그렇게 선생님이 들라고 해서 항상 그러니까 이 손을 받치는 이런 자세라고 그래서 선생님한테 어떤 좀 예의 어떤 그런 측면이라고 볼 수 있고 그리고 첫날이면 저렇게 학부모들이 와서 뒤에서 참관을 하고 또 수업을 진행을 하거든요. 그런데 저도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게 제가 첫 초등학교 개학식에서 했던 수업에서 선생님이 처음으로 물어본 질문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께서는 어느 가정에서 태어나셨나요? 라고 물어보셨거든요. 근데 제가 바로 손을 들고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라고 했는데 그게 완전 레전드가 돼가지고 학교 다니는 내내 선생님이 저보고 좀 놀린다고 해야 되나 그러셨던 것 같아요.
◀ 차미연 앵커 ▶
그럼 뭐라고 대답을 해야 맞는 거예요?
◀ 나민희 ▶
가난하지만 위대하고 혁명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라고 해야 되는데 이제 딱 가난한 거에서만 중점을 둬가지고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래가지고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 김수경 ▶
입학식에서 김일성 김정일은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아이들이 아까 꽃다발을 들고 있는 걸 보셨잖아요.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하고 나면 교실로 들어가기 전에 김일성 동상에다가 이 꽃을 바치고 들어가거든요.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초상화에도 인사를 하고 또 이 입학식 때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라든가 김정일 장군의 노래 이런 것들을 부르고요. 보통 끝날 때는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이런 노래를 불러요 그러니까 입학식이라는 게 아이들의 어떤 교육과 새 학년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축하라기보다는 굉장히 국가에 충성할 것 내가 교육을 통해서 어떻게 훌륭한 사람이 돼서 국가에 이바지할 것인지 이런 것들의 내용이 굉장히 강조되는 정치적인 행사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북한 입학식 영상을 보니까 학부모들이 다 나민희 씨 또래처럼 보여요 그러니까 1980년대 생들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이제 학부모가 됐는데 학교 분위기도 좀 달라질 것 같습니다.
◀ 김수경 ▶
아무래도 장마당 세대라는 것은 공교육이 아예 붕괴돼서 나라로부터 무상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거든요. 개인이 알아서 살아남는 세대라고 볼 수 있는 거예요. 옛날 같으면 그냥 졸업하고 국가가 배정해 주는 대로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거였는데 요즘은 어떻게 내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서 어떻게든 성공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세대가 장마당 세대 부모란 말이죠. 그렇다 보니까 아무래도 국영수 위주의 이런 선생님이 담임이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또 웬만하면 상급학교로 진학을 많이 하는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에 가려고 굉장히 애를 쓰는 그런 모양새도 요즘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 나민희 ▶
저희 세대도 이제 그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과외라든가 이런 걸 많이 받은 경험한 세대이거든요. 어떤 여유가 되고 조건이 좋은 친구일수록 더 많은 사교육을 받고 그랬었는데 자라나는 애들은 더 했었어요. 어렸을 때 아주 어렸을 때 음악을 이제 가르치면 되게 머리가 좋아진다. 라고 해서 엄마들이 정말 없는 돈을 털어가지고 피아노도 시키고 바이올린도 시키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점점 가면서 더 하면 더 했지 아마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당국은 자녀 교양을 자주 강조하는데요. 특히 장마당 세대 학부모들에게는 자녀 교양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을 더욱 강조합니다.
"부모는 자식의 첫 스승입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TV가 올해 초 방송한 특집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들이 해야 할 역할을 소개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단정한 옷차림과 깔끔하게 일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훌륭한 아이로 자라는 것은 응당한 것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부모들은 항상 자식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면서 말투 태도 등을 항상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책읽기가 재미납니다, 책도 읽은다음에 학습자도 적어뒀습니다, 제목이랑 내용이랑"
◀ 차미연 앵커 ▶
아빠로서 엄마로서 아이들의 정서 발달은 물론 습관 형성 지능 개발까지 부모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설명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최근 몇 년 동안 북한 TV에서는 부모 역할을 강조하는 교육정보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됐는데요. 장마당 세대 학부모들 특징하고도 관련이 있을까요?
◀ 김수경 ▶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거예요. 아무리 살림이 별로 좋지 않아도 여러 가지 사교육 같은 것도 꼭 시키려고 한다. 라는 여러 탈북민들의 증언들을 저도 직접 접한 적이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국가에서 어쨌든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서 제공을 하고 있는 거고요. 특히 이 장마당 세대 부모가 어떻게 자식을 교육시키느냐에 따라서 미래 세대의 운명이 결정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장마당 세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사회주의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고 이완되어 있다. 라는 당국의 걱정이 있다 보니까 장마당 세대 부모에게 어떤 식으로 교육해라라는 식으로 사상을 통제해서 그 이후의 세대도 그러한 장마당세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직접 국가가 제작해서 배급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확실히 이 장마당 세대라는 분들이 자녀를 각자 도생해야 했던 자신들의 상황을 반영해서 키우는 세대일 것 같은데요. 북한 교육 변화를 이런 분들이 이끌 수가 있을까요? 어떨까요?
◀ 김수경 ▶
연구를 통해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그렇게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각자 도생했던 세대다 보니까 현실과 타협해서 내 한몸만 잘 건사하면 된다. 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모험을 하거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체제의 변혁이나 사회의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장마당 세대가 이전 세대와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큰 변화라든가 이런 것들을 유도해내기는 좀 힘들지 않냐 라는 어떤 중론이 있습니다.
◀ 나민희 ▶
이제 장마당 세대가 자식들의 어떤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그런 쪽으로 내 아이 공부를 더 잘 시켜서 더 좋은 대학에 보내서 간부로 키우겠다는 걸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은 거지 이 교육 자체가 어떻게 잘못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은 굳이 못하게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교육 방식의 변화는 굉장히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어떤 변화는 좀 미치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오늘은 토요일 남한 어린이들은 쉬지만 북한 어린이들은 지금쯤 수업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남북한 아동들 모두 건강한 학교생활 하기를 바라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학부모가 되면서 북한 교육이 앞으로도 많이 바뀌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7428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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