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 바꿔치기 삭제된 원작 배우
◀ 김필국 앵커 ▶
최근 북한에선 좀 특이한 영화가 방영됐다는데요.
오래 전에 만든 영화인데 배우 한명만 바뀌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등장 배우 한명을 아예 삭제하고 다른 배우가 원래 등장인물이었던 것처럼 연기했다는데요, 이유가 있다죠?
◀ 기자 ▶
한때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 군림하다 처형된 장성택에게는 최웅철이란 조카사위가 있었는데요.
유명한 배우였습니다.
◀ 리포트 ▶
고난의 행군 시기를 다룬 영화 대홍단 책임비서의 주연이었는데, 북한이 올해 재방영한 이 영화에 최웅철이 사라졌습니다.
큰 화면이 1997년 공개한 원작이고 작은 화면이 재방영된 건데, 같은 장면인데 남자 배우의 얼굴이 전혀 다르죠?
[북한 영화 <대홍단 책임비서>] "난 이 대홍단을 떠날 수 없소. 그게 바로 장명우라는 인간의 전부였군요."
여럿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다른 사람은 그대로인 채 최웅철만 없애고 대신 공훈배우 박정택이 등장합니다.
[북한 영화 <대홍단 책임비서>] "전 아직 토론준비가 안 됐습니다. 동무의 철쭉은 죽었어요."
◀ 김필국 앵커 ▶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지 않았나 싶은데 꽤 자연스럽네요?
◀ 기자 ▶
전문가들에게 영상을 보여줬더니 딥페이크라면 특정 장면에서 떨림현상 등이 나타나야 할 텐데 그런 게 없이 자연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크로마키 촬영과 딥페이크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했습니다.
1995년에 만들어진 다른 영화 곡절많은 운명도 2021년 재방영했는데, 마찬가지로 최웅철은 지우고 대신 김원이라는 젊은 배우가 등장합니다.
[북한 영화 <곡절많은 운명>] "아버지.." "응 너냐.." "그동안 어머니도 없이 홀로 저를 키우시고.."
그런데 이 영화 상대역은 인민배우 전재연이었는데 1999년 사망했고, 당시 김정일이 조화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딥페이크 등의 기술을 활용했겠지만 장면만 보면 새로 촬영한 배우는 죽은 사람을 상대로 연기한 셈입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이 배우를 바꿔치기해가면서 이런 영화를 다시 방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기자 ▶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은 2013년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 즉 정변을 꾀한 역적으로 몰려 처형됐습니다.
[조선중앙TV/2013년 12월 13일] "공화국 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했다. 판결은 즉시 집행됐다."
장성택의 조카사위 최웅철도 그 이후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대홍단 책임비서는 고난의 행군 시기 젊은이들의 충성을 담은 북한에겐 상당히 상징적인 영화입니다.
그런만큼 요즘 국난 극복을 강조하면서 옛 영화들을 다시 방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종파분자로 몰려 처형된 인물이나 친인척을 등장시킬 순 없어서 다른 배우로 대체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고난의 행군을 어떻게 돌파했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돌파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 사상적으로 오염됐다고 판단된다면 직접 지시거나 아래에서 지워버려라 할 수 있겠죠.“
◀ 김필국 앵커 ▶
오늘은 북한이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생일 이른바 태양절이죠, 특이 동향이 있나요?
◀ 기자 ▶
북한은 이달 초부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했는데요.
사진전람회나 미술전시회 등이 열렸고 곳곳에서 예술축전 같은 다양한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방송에서도 연신 김일성의 업적을 기리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김세로 기자, 수고했습니다.
김세로 기자(ser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7428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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