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표심잡기’ 짬짜미 나선 여야, 혈세 낭비와 청년 부담은 안보이나 [핫이슈]
수십조원 들어가는 국민 혈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표밭 다지기’용 정책과 입법을 밀어붙이는데 한통속이 된 듯 하다.
정치 현안과 민생 법안을 놓고선 그렇게 대립각을 세우며 싸우더니, 선심성 사업에는 서로 손을 맞잡고 짬짜미를 일삼고 있으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여야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및 종전 부지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법안 통과로 TK 신공항은 국비 지원을 받게 됐고, 공항건설 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원래 군 공항으로 예타 면제 대상인 광주 군공항도 TK 신공항처럼 사업비가 용도 폐지된 재산의 가액을 초과할 경우 국비 지원을 받게 된다.
‘쌍둥이 사업’으로 불리는 두 공항은 사업비만 20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사업비 12조8000억 규모의 TK 신공항은 대구 동구에 있는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경북 군위-의성으로 이전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 6조7000억 규모의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산구에 있는 군 공항을 전남 무안으로 옮기는 사업이다.
하지만 주민 보상 비용 증가 등을 감안할 경우 사업비는 20조원을 훌쩍 넘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인 점을 고려할 때 국비가 최소 10조 이상 투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대한교통학회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67%가 두 공항사업의 예타면제에 반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게다가 공항 이전 지역 일부 주민들의 반발도 심상치 않고 2029년 가덕도 신공항 착공을 앞 부산-경남 등 타지역과 갈등도 커질 수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필요하다.
하지만 최소한의 경제성 분석도 없이 일단 짓고보자는 식으로 ‘깜깜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매표’성 포퓰리즘일 뿐이다.
여야 정치권은 2년 전에도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영남권을 아우르는 거점공항’으로 키우겠다며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특별법 제정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또다시 더 큰 공항을 짓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어디 이 뿐인가.
다른 지역들도 너도나도 신공항 프로젝트 추진에 가세하고 있다.
2020년 착공에 나선 울릉공항은 2026년 개항할 예정이고,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짓고 있는 백령공항은 2029년 개항이 목표다.
전북 새만금국제공항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돼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남 서산공항은 지난 2021년부터 예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10여개가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공항 난립은 국가와 지방 재정을 악화시키고 사업 효과도 반감시킬 수 밖에 없다.
지역 균형 발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억지로 혈세를 퍼부어 지방균형을 강제하는 것은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만성적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밑빠진 독’과 같은 공항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작년 말 기준 국가 채무가 이미 1000조원을 넘었다.
지금도 1분에 1억씩 나라빚이 불어나고 있고, 올 1~2월 세수 결손 또한 벌써 16조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마당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공항사업들을 졸속으로 추진하면 국가 재정이 심각한 파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당시 부패한 사회상을 겨냥해 “정치와 군사 모든 영역에서 권위의 원천이었던 시민들이 이제는 빵과 서커스만 기다린다”고 꼬집었다.
정통성 없는 통치자들이 빵과 서커스 같은 달콤한 포퓰리즘으로 시민들 지지를 얻어 권력을 유지하는 행태를 신랄하게 질타한 것이다.
선심성 정책은 미래 주역인 우리 청년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는 것과 같다.
선거철만 되면 여야 정치권이 ‘공항,도로를 지어줄테니 표를 달라’는 식으로 지역 주민에게 손을 벌리는 구태를 더 이상 용인해선 안된다.
혈세를 낭비하고 재정을 축내는 ‘총선 야합’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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