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의 대북전단…북한의 반응은?

양민철 2023. 4.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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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탈북민 단체가 지난 9일, 평양에서 19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대북 전단, 일명 '삐라'를 뿌렸다고 밝혔습니다. 초속 20미터의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가 공개된 건 지난해 10월,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을 실어보낸 뒤 6개월여 만의 일입니다.

특히 북한 최대의 명절로 꼽히는 김일성의 생일 '태양절'을 앞두고 대북 전단 살포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대북 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자유화 캠페인 "핵실험을 하면 쌀이 나오나"

이번에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자처한 단체는 '북한의 자유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탈북자들', 줄여서 '자유화 캠페인'입니다.


이들은 지난 9일 자정 무렵 대북 전단 12만 장과 함께 USB 3천 개 가량을 대형 풍선 12개에 나눠 북한으로 보냈다고 주장합니다. 전단의 내용은 "핵실험하고 미사일 쏴대면 쌀이 나오냐", "수령의 아들이 수령이 되는 나라는 세상의 우리밖에 없다"는 등 김정은 정권의 핵 개발과 세습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전해졌습니다.

탈북민 단체 ‘자유화 캠페인’이 북으로 날려보냈다고 주장하는 전단 내용


동봉했다는 USB에도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밝힌 '탈북민이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최고위원이 된 이야기', 그리고 '미국 국회의원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는 자유의 메시지' 등이 담겼다고 밝혔는데, 모두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이들은 전단을 실은 풍선 12개 중 11개는 황해남·북도 지역으로 흘러가는게 확인됐으며, 나머지 1개는 한국의 파주 지역에서 유실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현지 주민들을 통해 지난 11일 확인하기로는 황해남도 태탄군과 황해북도 평산군 인근에 '삐라'가 새하얗게 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 北, '중거리급 이상' 미사일 이어 또 도발 나설까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 관련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지난 13일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고체 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8형'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전단 살포 이전에도 남북 정기 통화에 일주일 가까이 응하지 않고, 정부의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발간에 크게 반발하는 등 도발 징후를 보이던 북한이었습니다. 여기에 대북 전단 살포 소식은 크든 작든,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습니다.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앞서도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는데, 2020년 6월에는 이를 빌미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이후 2021년 4월 또다시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 사실을 밝히자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며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8월에도 김 부부장은 "색다른 물건짝(대북 전단)들을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남한과 가까운 지역에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건데 그 매개체로 대북 전단을 지목한 겁니다.

■ 6.15 남측위 "정부가 대북 전단 용인…엄중 처벌"

북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북 전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체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6.15남측위)입니다.


이들은 지난 13일 통일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이 앞장서 대북전단 금지법을 부정하고 전단 살포를 사실상 용인한다"며 비판했습니다.

현행 대북전단 금지법은 대북 전단을 살포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3월부터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 법의 처벌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6.15남측위 측은 '정권 눈치를 보느라 담당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하고, 경찰들은 말로만 불법이라면서 대북 전단을 사실상 방관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재희 6.15고양파주본부 집행위원장은 "제가 사는 파주에서는 닫혀있던 자주포가 북한을 향해 열려 있고 군사적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대북 전단은)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는 삶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 봄바람 부는 4월이 되면…

대북 전단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남북의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바람'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예전부터 4월은 탈북민 단체들이 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하던 시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북쪽에서 차가운 고기압이 내려오기 때문에, 풍선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한 탈북민 단체 관계자 역시 "(대북 전단 살포는) 바람이 바뀌는 시기를 감안해 4월 중순은 지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간 연락이 닿지 않는 가운데 다시금 군사적 도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 이번 달은 오늘 태양절뿐 아니라 오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도 앞두고 있는 만큼 대북 전단을 빌미로 한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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