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과 함께

도광환 2023.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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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자연을 바라본다.'

동양화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림 안으로 들어간 화가는 자연에 속해 자연과 함께 숨 쉰다.

자신이 그림 속 자연과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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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자연 속에서 자연을 바라본다.'

동양화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림 안으로 들어간 화가는 자연에 속해 자연과 함께 숨 쉰다.

'서당'이나 '씨름' 등을 그린 '풍속화첩'의 유명세 때문에 김홍도(1745~1806?)를 풍속화가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그의 진면목은 산수화다.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연도 미상). '배 위에서 매화를 바라보다'라는 뜻이다. 세로 164cm에 가로 76cm의 크기로 김홍도의 작품 중 큰 편이다.

'주상관매도' 개인 소장

그림 위에 제사(題辭)가 적혀 있다. "노년에 보는 꽃은 안개 속인 듯 뿌옇게 보이는구나(老年花似霧中間)."

이 시는 김홍도가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712~770)의 시를 본떠 지은 시조 중 한 구절이다.

김홍도는 이렇게 배 위에서 매화를 바라보며 노년의 삶을 읊었다. 배는 조선이요, 매화는 자신이 흠모한 정조(1752~1800)였으리라 추측한다.

그는 '정조가 사랑한 화가'였다. 정조가 신예 인재로서 정치에서 정약용(1762~1836)을 키웠다면, 예술에선 김홍도를 중용했다.

김홍도는 그림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그림 속 자연과 하나가 됐다. 빈 공간이 합일을 무너뜨리지도 않는다. '여백의 미'다.

그림을 보면 볼수록 매화는 흐느적거리고, 배는 움직이는 듯하다. 그는 배를 타고 어딘가로 영원히 흘러가는 것 같다.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연도 미상)도 마찬가지다.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마상청앵도' 간송미술관 소장

말 위에 올라 길을 가던 선비가 버드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꾀꼬리 한 쌍에 흠뻑 빠져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림의 여백 덕에 무르익는 봄의 기운이, 버드나무의 흐늘거림이, 꾀꼬리의 노래가 더 잘 다가오는 듯하다.

자연 속에 들어간 남자를 한 명 더 본다. 조선 후기 문인화가 이인상(1710~1760)이 그린 '송하독좌도(松下獨座圖)'(1754)다.

'송하독좌도' 평양 조선미술관 소장

남자와 소나무는 곧고 힘차다. 자연에 취한 '관조'(觀照)일까? 사유에 빠진 '모색'(摸索)일까?

이 그림이 주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기둥 같은 소나무? 풍격 있는 남자? 그림을 한 단계 발효시키는 건 역시 '여백'이다. 남자의 머리 위와 소나무 우듬지 사이의 좌우 여백!

여백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흥건하게 한다. '채우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강조하며 채운다. 도덕경에서 말한 "도는 비어 있지만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道沖而用之惑弗盈)." 를 연상케 한다.

이 그림에서 소나무의 곧은 자태는 현대 제주 토속화가 강요배(1952~)가 그린 '적송(赤松)'과 닮았다. 동양화 속의 소나무가 서양화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느낌이다.

'적송'

이인상은 서출이었지만, 뛰어난 학식으로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성격이 대단히 강직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그림 속 남자가 그로 여겨진다.

소나무와 남자의 자태, 둘 사이의 여백을 보며, 중국 삼국시대 제갈량(181~234)이 쓴 '계자서(戒子書)'의 첫머리를 다시 찾아 읽는다.

"무릇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은 고요함으로 자신을 다스리며 절제와 검소함으로 덕을 쌓는 법이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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