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人] ①김규민 감독 "북한 지하 자본주의 세계 조성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주부터 탈북민들을 직접 찾아가 북한에서의 삶과 현재 생활 등을 생생하게 듣고 작성한 인터뷰 코너 '탈북人(인)'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 이 코너는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히고, 탈북민 3만3천여명의 안정적 국내 정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북한 출신 영화감독 김규민(49)씨는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의 첫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이 당국에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많은 정보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한 드라마 속 서민 삼겹살 먹는 것도 북한 주민에겐 충격"
[※ 편집자 주 = 연합뉴스는 이번 주부터 탈북민들을 직접 찾아가 북한에서의 삶과 현재 생활 등을 생생하게 듣고 작성한 인터뷰 코너 '탈북人(인)'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 이 코너는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히고, 탈북민 3만3천여명의 안정적 국내 정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북한 출신 영화감독 김규민(49)씨는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의 첫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이 당국에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많은 정보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북한의 참상을 외국에 알리다 김정은의 암살리스트에 오른 탈북민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2018년)과 '겨울나비'(2011년), '사랑의 선물'(2019년) 등 영화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고난의 행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사랑의 선물'은 2019년 3월 서울국제자유영화제(SILFF) 폐막작으로 상영됐으며 여주인공인 김소민 씨가 퀸즈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북한 당국은 한국의 영상을 본 주민이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될까 봐 (그 유입을) 격렬히 막는 것"이라며 "주민들은 독재를 지각하기 쉽지 않은 데다 할아버지, 아버지도 믿어왔던 것을 부정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최근 북한에서 "'꽃제비'(노숙아동)를 데려다가 밥 먹여 주고 청소나 농장일을 시키는 등 지하 자본주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경찰의 묵인 아래 조직적인 성매매도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과 여성 인권 상황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일답.
-- 언제, 어떤 계기로 탈북했나.
▲ 임꺽정이 활동했다는 황해도 사리원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대학에 다니던 1990년대 초중반 당 간부들은 잘사는데 주민들은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다 같이 잘사는 진정한 공산주의를 연구하려다 머리에 나쁜 물이 들었다는 이유로 '혁명화 조치'(사상학습이나 노동현장 근무) 대상이 돼 광산에 끌려갔다. 이후 수용소에서 탈출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2001년 한국으로 왔다.
-- 최근 탈북한 주민들과도 교류하나.
▲ 북한이 중국 국경에도 2m 높이의 철조망을 치고 있어서 탈북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비용도 수천만원대로 높아져 북한 주민이 지급하기 어려워졌다. 교회에서 최근 탈북한 이들을 만나고 있고 북한 장마당 가격 등 소식을 간간이 듣고 있다.
-- (꽃제비 등) 아동 인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인가.
▲ 최근 (꽃제비가) 이슈화되니 애들을 잡아서 고아원(애육원)에 넣고 있다. 고아원에서는 애들을 먹이고 입힐 상황이 안되니 자급자족하도록 하다가 다른 일까지 시킨다. 애들은 밖에서 머슴살이하면 더 잘 먹으니 도망쳤다가 잡혀 오기를 반복한다.
-- 북한이 통일부의 북한인권보고서에 대해 모략과 날조라고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사람에게 가장 보편적인 인권이 북한에는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법은 인권을 지킬 수 있게 만든 게 아니라 인권을 제한하고 있다. 위에서 가라는 데로 가서 하라는 대로 일해야 한다. 최근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에 응답하지 않는 것도 인권 문제를 거론한 데 따른 것으로 본다.
-- 인권보고서를 보면 한국 영상물을 본 청소년들이 처형됐다고 하는데.
▲ 팬덤이 생기면 스타가 김정은을 대신할 수 있어 금지될 수밖에 없다. 사리원에서는 일본에서 귀국한 이들이 들여온 야동을 봤다가 여러 청소년이 총살된 경우도 있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난한 서민이 소주를 마시며 세상을 한탄하는 장면을 본 북한 주민은 '남조선에서는 아무리 못 살아도 소주에 삼겹살을 먹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만 봐도 충격을 받기 때문에 북한 체제에 위험 요인이 된다.
-- 북한 주민들은 왜 속고 있는지를 모르나.
▲ (북한 체제가) 종교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김일성(3부자)이 낙원을 지도하고 고위 간부들이 천국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주민들에게 심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북한을 닮아가는 것 같다.
-- 식량난으로 처참해진 북한 모자를 다룬 '겨울나비'를 만들었는데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떤가.
▲ 최근에도 식량 유통이 잘 안돼 힘들다고 한다. 황해도는 곡창지대이지만 함경도와 달리 중국과 물물교환이 어렵다. 군에 기부하고 남는 식량이 부족해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온다고 한다.
-- 앞으로 계획은.
▲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한다.
harriso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의 자작극이었다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콜택시냐"…수험표까지 수송하는 경찰에 내부 와글와글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