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올여름 파리 가신다고요? 14시간 비행은 각오하세요"

성연재 2023.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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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엔데믹과 더불어 올여름 휴가를 유럽에서 보내려던 지인에게 유럽까지 걸리는 비행시간에 대해 설명해줬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유럽으로 가는 비행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은 우크라이나전 탓에 항로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유럽의 한 관광청 관계자는 "사실 늘어난 비행시간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억눌렸던 여행 수요를 꺾을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면서도 "노약자의 경우에는 조금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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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 여파로 비행시간 증가…노약자 등에는 큰 부담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프랑스 파리까지 직항 항공편을 타도 14∼15시간씩 걸린다고요?"

며칠 전 엔데믹과 더불어 올여름 휴가를 유럽에서 보내려던 지인에게 유럽까지 걸리는 비행시간에 대해 설명해줬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초등학생인 아이와 함께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여행하려던 그는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 비행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꽤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후 아예 다른 곳으로 목적지를 바꿀 생각까지 하고 있다.

유럽으로 가는 비행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은 우크라이나전 탓에 항로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뉴스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라도 우크라이나전이 막상 자신의 여행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파리뿐 아니라 영국 런던도 약 14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등 대부분의 유럽 도시가 최대 2시간가량 비행시간이 늘어 웬만하면 14시간대다.

비교적 가까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오가는 루프트한자의 경우 13시간이, 가장 가깝다는 부다페스트행 LOT 항공은 12시간 35분이 걸린다.

이코노미석의 할머니 [사진/성연재 기자]

필자도 최근 유럽 출장 시 마지막 몇 시간이 고문 같았던 느낌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지도에서 평소 지나지 않았던 조지아 상공을 지나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코노미석에서 견딜 수 있는 최대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당시 한계까지 다다랐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장시간 비행을 할 경우 건강 상태가 양호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예상치 못했던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송명제 교수는 "이코노미석처럼 좁은 좌석에서 움직이기 힘든 경우 심혈관계 질환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혈전이 쌓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가능하면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당뇨환자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평소 일정했던 식사 시간이 비행기 운항에 따라 달라지면서 저혈당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당뇨 질환이 있는 경우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샤를 드골 공항의 여객기들 [사진/성연재 기자]

'풀 플랫'이 되는 비즈니스 이상의 좌석이라면 모를까 긴 시간 이코노미석에서 시간을 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차라리 중동의 두바이나 터키, 또는 홍콩 등을 경유해 유럽에 가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시간이 비교적 많은 대학생이나 장시간 비행이 부담되는 장년층 여행자들이다.

경유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경유지 여행까지 하고 가겠다는 의도다.

유럽의 한 관광청 관계자는 "사실 늘어난 비행시간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억눌렸던 여행 수요를 꺾을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면서도 "노약자의 경우에는 조금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된 지역은 미주권으로, 중장년층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서부 해안의 경우 비행시간이 11시간가량으로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관광청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 서부의 경우 10시간대 항공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유럽에 비해 경쟁력이 우수한 편"이라며 올여름 여행 수요가 벌써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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