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낳는 고통 느꼈다···의학계 3대 통증이라는 '이 병' 원인은 [건강 팁]

안경진 기자 2023.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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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은 서울성모병원 치과 보존과 교수
치아 우식 방치하 치수염 유발
내부압력 높아지며 통증 되풀이
진통제 약발 안듣고 괴사로 악화
주기적 관리·진료로 제때 치료를
급성 치수염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해 출산, 요로결석과 함께 의학계 3대 통증 질환으로 꼽힌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치수염은 치아 중심부에 위치한 치수강 안에 있는 치수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치아 우식(충치)으로 인해 상아질을 지나 치수까지 세균감염이 진행되고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치아가 깨지는 외상, 만성 치주염 등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아도 치수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병 초기 가역적 상태에서 원인을 해결하면 치수가 회복될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원인을 제거해도 치수가 회복되지 않는 비가역성 치수염 상태가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치수염은 2020년 치과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의 원인질환 중 잇몸질환, 충치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연령별 환자 수를 살펴보면 50~60대가 전체 환자의 약 40%를 차지했다. 치수염의 주원인이 진행된 치아 우식임을 감안할 때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이 치수염과 연관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급성 치수염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해 출산, 요로결석과 함께 의학계 3대 통증 질환으로 꼽힌다. 치수가 딱딱한 경조직으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 압력이 순간적으로 높아지는데, 치수에 염증이 생기면 그 속을 지나고 있는 혈관이 확장 및 충혈되면서 혈액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진통제를 먹어도 치수강 안쪽으로 약물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진통 효과를 보기 힘들다.

치수염은 초기 상태에는 냉수나 차가운 공기에 의한 자극만으로 통증을 일으키지만 곧 가라앉는다. 그러나 상태가 악화되면 자극원이 제거되도 통증이 수초 이상 지속되고, 특히 뜨거운 물을 마실 때 통증이 심해진다. 더 진행되면 자극원이 없어도 자발통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 오히려 찬 물이 통증을 줄여주는 양상을 보인다. 실제 비가역성 급성 치수염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차가운 물을 입에 머금은 채 내원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통증이 없다가도 충치 부위에 음식물이 들어갔을 때 격렬한 통증이 나타나는 만성 치수염도 있다. 만성 치수염은 통증을 느끼다가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증상이 되풀이된다.

치수는 주위 조직과 '치근단공'이라는 매우 작은 구멍으로 연결되어 있어, 염증이 진행되면 약을 먹어도 통증이 해결되기 어렵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갑자기 통증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면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여겨지기 쉽다. 종종 치과에 내원하지 않는 환자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치수괴사가 진행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수강에 국한되지 않고 치근단공을 통해 근단부 주변 조직에 치근단 염증이 생기면서 주위 골조직을 녹이게 된다. 이렇게 비가역적 치수염까지 진행되면 근관치료가 불가피해진다. 비가역적 치수염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치아관리를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주기적으로 치과에 내원해 치아 우식이나 만성 치주염의 진행을 막는 것이다. 둘째, 치아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그 증상이 지속적이지 않더라도 치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셋째, 심한 통증 후 증상이 개선됐다면 치수괴사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과 진료가 필수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최근에는 균열치(cracked tooth) 발생 빈도가 높은데, 이 경우 균열이 치수까지 진행되거나 주변 잇몸 염증이 치조골을 광범위하게 파괴해 이차적으로 치수 염증을 유발하면서 급성 치수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균열치는 음식을 씹을 때 특히, 물었다가 ‘뗄 때’ 반발통(rebound pain)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불편감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다 점차 지속적으로 바뀌고, 여러 치아에서 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므로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치아 우식과 달리 진행될수록 치근단 염증에 의한 골소실을 넘어 치근 주위의 광범위한 골소실로 이어지고, 발치가 필요할 수 있어 더욱 주의하는 것이 좋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치수염으로 진행됐다면 가역성 단계인 경우 치아 우식 또는 치주치료를 통해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비가역성 치수염까지 진행됐다면 치근단공을 넘어 염증이 퍼지지 않도록 근관치료가 필요하다.

양성은 서울성모병원 치과 보존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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