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도전한 사람들은 어떤 말을 남겼을까

김소연 기자 2023.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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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제공

“가자(Поéхали)!”

62년 전인 1961년 4월 12일. 최초로 우주에 간 인간,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 보스토크 1호 발사 직전 한 말이다. 당시 그의 도전 목표는 그 어떤 사람도 닿아본 적 없었던 불가능의 영역, 우주였다.

인류를 대표하는 각오라기엔 무척 짧다. 그러나 충분했다. 부담감, 기대감, 불안함. 몰려오는 감정을 유리 가가린은 저 한 마디로 다잡았을 터다.

유리 가가린 이후로도 밤하늘 너머에 닿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도전의 중요한 순간마다 누군가 뱉은 말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기억 속에 남았다.

현대판 영웅 서사시처럼.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이 말을 모았다.
 

●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한 발짝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 Neil Armstrong, 1969

NASA 제공

유명한 우주인의 말을 하나만 꼽으라면 대부분 이 말을 고를 것이다. 1969년 7월 20일,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디디며 한 말이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우주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1961년 구소련이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을 성공시키면서 미국은 뒤쳐지고 있었다. 같은 해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아폴로 계획을 선포한다.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뒤, 무사히 귀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케네디는 연설에서 “어떤 우주계획도 인류에게 이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주를 탐하는 인류의 욕망을 단순히 정치적 이유로 정리할 순 없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간 사람은 닐 암스트롱 말고도 두 명이 더 있다. 그 중 마이클 콜린스는 사령선 조종사로 달 궤도의 사령선에 남아있어야 했다. 하지만 우주탐사의 근본적 이유를 짚는 콜린스의 말은 달에 발자국을 찍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묻히기엔 아깝다. 

“손을 뻗고, 가고, 보고, 이해하려 드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탐사는 선택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것이 바로 여기입니다. 저것이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 Carl Sagan, 1990

NASA 제공

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 이야기다. 각각 1977년 9월 5일, 그리고 8월 20일 발사됐다. 보이저 1, 2호는 영원히 우주를 향해 나아가며 태양계 너머 우리 은하의 모습을 전하는 외우주 탐사선이다.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지구를 찍어보냈다. 당시 보이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사진 속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 칭했다.

“멀리서 찍은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주는 건 없을 겁니다. 나에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강조해줍니다.”

 
보이저 1, 2호는 3월 13일 기준 지구로부터 각각 159AU(천문단위·1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거리), 132AU 떨어진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항해자(Voyager)라는 이름대로.

● 이 배는 안전한 항구에서 지은 것이 아닙니다. 풍랑이 치는 바다에서 지었죠. - James Wetherbee, 2001 

NASA 제공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1990년대에 끝났다. 이제 우주는 경쟁을 위한 장소가 아닌 협력을 위한 장소가 됐다. 미국과 러시아는 영국, 프랑스, 일본 등과 함께 지표면으로부터 약 400km 떨어진 우주에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만들었다.

2000년 11월 2일 ISS에 첫번째 장기 투숙객이 들어왔다. 미국의 윌리엄 셰퍼드, 러시아의 유리 기젠코, 세르게이 크리칼료프까지 세 명의 승무원이었다. 임무는 ‘터 닦기’. 위 말은 이듬해 3월까지 중노동을 이어가던 그들에게 귀환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의 사령관 제임스 웨더비가 경의를 표하며 건넨 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며 2024년부터 ISS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23년 전 ‘풍랑이 치는 바다’에서 세 명의 지구인이 지은 ISS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편 ISS에서 가장 오래 머문 사람은 879일의 기록을 가진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겐나디 파달카다. 뒤이어 미국의 페기 윗슨이 665일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여성 최초 ISS 사령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윗슨은 “나는 나를 의지 있는 사람이라고 하길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고집 세다고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당신 관점에 달렸다”란 말을 남겼다.

● 위대함에 도전하라. - NASA JPL, 2021 

NASA 제공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도 가장 지구와 비슷한 행성, 화성.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저주를 내린다고 자조하곤 한다. 그간 화성에 착륙을 시도했던 탐사선들이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NASA는 1975년 발사한 바이킹 1호부터 스피릿(영혼·spirit), 오퍼튜니티(기회·opportunity), 큐리오시티(호기심·curiosity), 퍼시비어런스(근성·perserverence) 등 화성 탐사로버를 작동시키는 데 성공한다.

NASA의 화성 탐사로버 중 막내인 퍼시비어런스는 착륙 과정부터 눈길을 끌었다. 2020년 7월 30일 발사돼, 2021년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하면서 펼친 낙하산 때문이다. 흰색 원에 붉은 줄이 불규칙적으로 그려 있는 이 낙하산에 비밀 메시지가 숨겨져 있었던 것.

눈썰미(?)와 암호해독능력을 겸비한 누리꾼들에 의해 6시간 만에 밝혀진 이 비밀 메시지는 빨간색 한 칸은 1, 흰색 한 칸은 0에 해당하는 2진법 아스키(ASCII) 코드로 변환해 적은 ‘위대함에 도전하라(Dare mighty things)’란 말이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26대 대통령이 했던 이 말은 NASA에서 무인 탐사 우주선의 개발 및 운용을 맡은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모토이기도 하다. 낙하산에 아로새겨진 모토 덕분일까. 퍼시비어런스는 2021년 4월 19일 화성 탐사용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독창성·ingenuity)를 날리고, 화성에서 산소를 생성하는 등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4월,  DARE MIGHTY THINGS 위대함에 도전한 사람들

[김소연 기자 lec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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