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만 불안하란 법은 없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3.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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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배우면서 깨닫게 되는 사실 중 하나는 사람들은 서로 많이 다르면서도 그 이상으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움과 외로움, 남들은 다 멀쩡한데 나만 잘못된 것 같다는 소외감을 느낀다.

불안도 외로움도 나만 느끼는 것 같고, 내 삶만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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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심리학을 배우면서 깨닫게 되는 사실 중 하나는 사람들은 서로 많이 다르면서도 그 이상으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움과 외로움, 남들은 다 멀쩡한데 나만 잘못된 것 같다는 소외감을 느낀다.

불안도 외로움도 나만 느끼는 것 같고, 내 삶만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낀다. 다들 완벽한데 나 혼자만 고장난 로봇처럼 삐끗거리고 있는 것 같아서 최대한 이러한 감정들을 숨기려 애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렇게 가장 외롭고 혼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일수록 당신은 혼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 하루에도 여러 번 위와 같은 순간을 마주한다. 굳이 밖으로 내보이지 않을 뿐,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감정인만큼 불안과 두려움은 언제나 물밑에서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본능적인 수준에서 위협을 감지하고 덜컥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1차적이고 자동적인 경로),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다가 문득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인지적, 의식적인 2차 경로). 

심지어 부정적 정서와 긍정적 정서는 독립적인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기쁠 때에도 어딘가 한켠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이 잘 풀리는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에 기쁨에만 도취되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삶은 원래가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 산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불안해진다. 많은 이들이 밤에 잠을 못 이루는 이유 또한 침대 밑에 괴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밤에도 쉴 새 없이 삶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도는 달라도 삶의 무게 앞에 불안하지 않은 존재는 없는 셈이다. 

통계만 보더라도 미국립보건원(NIH) 보고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약 30%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 각종 불안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2억7000만명의 사람들이 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팬데믹으로 인해 이 수치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측된다. 때때로 또는 자주 심하게 불안하더라도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특히 소셜미디어 등의 발달로 인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완벽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기 쉽다. 그래서 더 우울해지고 심한 소외감과 불안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나만”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은 우리 마음 속에 쉽게 침투하고 마음을 갉아먹는다. 

따라서 불안하고 외로움, 내 존재의 연약함을 느낄 때일수록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애써 떠올릴 필요가 있다. 내가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연약함을 떠벌리지 않듯 다른 사람들도 그럴 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연약함과 불안을 매 순간 마주하는 일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하다. 

오늘도 나만 사람들 앞에서 어색하고, 나만 실수하고, 나만 뒤쳐지고, 나만 스트레스 받고, 나만 우울하고 불안하다는 생각에 절망했다면 살아있는 모든 마음 안에는 비슷한 외로움과 불안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떠올리자. 혼자인 것 같을 때일수록 혼자가 아니다. 

※참고문헌

https://www.nimh.nih.gov/health/statistics/any-anxiety-disorder

Golder, S. A., & Macy, M. W. (2011). Diurnal and seasonal mood vary with work, sleep, and daylength across diverse cultures. Science, 333(6051), 1878-1881.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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