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우주시대 앞당기는 3D프린팅 뒷받침하는 '수학'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조가현 기자 2023.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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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건설부터 연료 조달까지
국제 우주 정거장에는 사람의 생체 조직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 ‘BFF’가 설치돼 있고, 조만간 새로운 실험을 할 예정이다. NASA 제공

흔히 3D 프린팅이라 불리는 ‘적층제조’ 기술이 산업 곳곳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적층제조는 재료를 한 번에 한 층씩 겹겹이 쌓아서 고체 구조물을 만드는 기법인데, 이를 이용하면 인공 장기와 우주 식량도 만들 수 있다.

인공 장기는 우주 시대와 밀접하다. 인체의 장기는 유연하고 말랑말랑하다는 특성이 있어 중력이 늘 작용하는 지구 위에서는 재료를 겹겹이 쌓아 만들기 어렵다.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중력으로 인해 장기 모양이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의 미세 중력 환경에서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비슷한 원리로 지구에서 맛보던 식감을 살린 배양육을 만들어 우주에서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의 끼니를 챙길 수도 있다. 이런 음식은 우주에서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적층제조의 원리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내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미적분이다. 3차원으로 설계한 형상을 가상의 얇은 종이처럼 자른 뒤(미분) 프린터 안에서 이것을 한장 한장 쌓아 올려(적분) 입체적인 물건을 만든다.

적층제조로 물품을 만들 때는 3차원 형상을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과 이를 찍어 내는 프린터 제조사의 역할이 크다. 그리고 이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과 기업에게는 ‘위상수학’과 ‘기구학’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상수학은 도형의 크기는 무시하고 위치 관계와 연결성에 주목하는 수학의 한 분야이고, 기구학은 기계를 구성하는 각 부분의 짜임새와 기능에 관한 이론을 다루는 학문이다.

● 위상 최적화엔 적층제조 기술이 딱!

제품의 성능을 유지하거나 더 낫게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좀 더 작고 가볍게, 저렴하게, 적은 부품 개수로 만들기 위해서 위상수학의 성질을 이용한 ‘위상 최적화 기법’을 쓴다. 문제는 막상 위상 최적화 기법을 이용해 이론적으로 설계해보면 기존의 기계나 기구학으로는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적층제조 덕분에 만들기 어려운 형상이라는 난제는 이제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적층제조를 통해 로켓에 사용되는 부품의 개수를 줄여 무게를 가볍게 함과 동시에 가격도 낮출 수 있다.

● 우주 현지 자원 활용한 기술에도 제격

우주 분야에서 거론되는 주제 중 마치 SF소설처럼 들리지만, 어느새 실현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이 있다. 우주에 장기 거주 기지를 건설할 때 지구에서 대량의 기자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프린터 로봇만 보내고 그 로봇들이 기지를 만드는 아이디어다. 프린터 로봇들이 현지 자원을 이용해서 자기와 똑같거나 유사한 로봇들을 마치 세균 번식하듯이 복제한 다음 그 로봇의 숫자가 어느 정도 되면 기지를 짓는다.

한국 스타트업인 ‘무인탐사연구소 UEL’은 이런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UEL은 적층제조 원리로 달에서도 건설 활동을 할 수 있는 소형 무인 차량을 개발해 2020년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또한 달 표면에 있는 흙의 고유한 특성을 모사하는 인공 월면토를 제작해 자체 사용하거나 보급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달 탐사에 앞서 달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탐사에 대비한 사전 시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능형 로봇학을 전공한 조남석 UEL 대표는 우주 개발에 쓰이는 적층제조 기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사람이 장기 거주하는 우주 개발에는 ‘현지 자원 활용(ISRU)’ 기술이 필요합니다. 정착지 건설을 위한 모든 물자를 지구에서 조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에요. 이에 소량의 고분자와 현지의 흙을 이용한 적층제조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태양광 패널 위에 다는 소형 추력 장치 등 우주용 부품에도 더 많이 쓰일 예정입니다."

UEL은 2019년부터 달 현장 자원을 활용한 무인 달 탐사 ‘로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로버에는 각종 센서와 고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왼쪽부터 채굴 로버, 달 탐사 로버, 월면토를 이용해 적층제조로 만든 기둥이다. UEL 제공

● 수학은 원하는 것을 만드는 언어

친환경 에너지 사용의 필요성이 높아지며, 태양 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저장)하고 수소 연료전지로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우주에서도 활용하려면 수소 연료전지의 연료로 쓰이는 수소의 공급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되지 않고 그냥 배출되는 수소를 다시 활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홍스웍스’가 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홍스웍스는 적층제조를 이용해 최적화된 수소 재순환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연료전지에서 반응하지 않고 남은 수소를 재공급해서 수소의 이용률을 높인다. 이때 장치 내부에서 수소가 흐르는 경로의 모양이 수소를 공급할 때의 압력에 영향을 주고 장치의 성능을 결정한다. 적층제조 기술은 이 경로를 위상 최적화하는 데 쓰인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홍스웍스의 정지홍 대표는 수학과 기술의 관련성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인간의 무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를 원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놀라운 사실들을 논리적 증명으로 풀어냈습니다. 홍스웍스도 수소 재순환 장치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까?’를 계속 고민하며 여러 아이디어를 하나씩 개선하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언어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코딩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컴퓨터 언어라면, 원하는 것을 실제로 만드는 언어가 수학입니다"
 

홍스웍스는 금속 적층제조 기술을 이용해 수소 재순환 장치를 개발했다. 연료전지에서 반응하지 않은 수소를 재공급해 효율을 높이는 장치다. 펌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계장치인 재순환 이젝터를 위상 최적화함으로써 강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중량은 56% 줄이고, 성능은 최대 7배 향상시켰다. 홍스웍스 제공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 필자 소개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공기역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KAI에서 13년 동안 항공기 개발과 국제 마케팅 업무를 했고,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모바일 기기용 통신 회사 ‘VMTS’를 운영했다. 2010년부터는 7년 동안 롤스로이스 한국 지사에서 항공 및 함정의 가스터빈 사업을 개발했다. 2021년부터 글로벌 우주 항공 액셀러레이터 및 투자사인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4월,  [Space Math] 우주시대 앞당기는 기술 적층제조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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