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초만에 건너라니"…횡단보도에 갇혔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 2023.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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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불 시간 짧은 6개 지역 횡단보도, 걸음 느린 어르신과 발맞춰 건너보니…조마조마하다 금세 빨간불로, "시간 짧아 최선을 다해 건너야 해, 너무 힘들어"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직접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는 맘으로 현장 곳곳을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그늘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청 사거리의 한 횡단보도. 보행기에 기대어 바삐 움직이던 어르신이, 미처 다 건너지 못했는데,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초록불이 켜졌다. 횡단보도에 들어가기 전, 왼쪽에 서 있던 할머니를 봤다. 그는 아직 신호가 바뀐 걸 모르고 있었다. 2초 정도 더 지났다.

할머니의 지팡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 말할 수 있는 건, 그가 좀 전에 걸어왔던 속도보다 더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오른손에 쥔 지팡이와 왼발이 함께 움직이고, 지탱한 힘으로 오른발이 부지런히 나아갔다.

할머니 속도에 맞춰 걸었다. 평소 내 걸음보다 느려졌음이 느껴졌다. 곁눈질을 하며 발을 맞췄다. 횡단보도 절반도 못 건넜는데, 초록색 숫자가 뜨기 시작했다. 22초, 21초, 20초, 19초, 18초….

어르신의 속도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봤다. 자주 불안하고 초조해졌다./사진=남형도 기자

맘이 급해져왔다. 나도 모르게 다시 발이 빨라지려 했다. 애써 자제했다. 초록 막대는 할머니를 고려하지 않고 계속 떨어졌다. 이윽고 2~3개만 남았다. 갈 길이 아직 남았다.

결국 '빨간불'로 바뀌었고, 할머니와 난 여전히 횡단보도 위에 있었다. 오른편에 서 있던 차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차를 바라보며, 할머니 걸음 속도에 맞추며, 인도에 가까스로 올라섰다.

깨달았다. 빨간불에 횡단보도에 갇힌 불안함이 이렇다는 걸.

차도 절반 지점에서 멈췄던, 허리 굽은 할머니
빠르게 움직이려 해도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 나이. 횡단보도는 길고 신호는 짧아, 그 안에 꼼짝없이 갇히는 어르신들./사진=남형도 기자
어르신 속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봐야 겠단 생각을 했다. 계기가 있었다.

동네서 운전하며 가다 횡단보도에 멈췄을 때였다. 초록불이 켜진 시간만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쏜살 같이 건너가는 와중에, 가장 많이 뒤쳐진 채 가는 이가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백발 할머니였다. 검정 비닐 보따리를 들고, 허리가 굽은 모습의. 속도가 걷는 이들 중 가장 느렸다. 아내에게 "저러다 못 건너실 것 같아"라고 걱정했다. 그럴 것 같다며 우려스런 맘으로 함께 지켜보았다. 여차하면 나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초록불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허용된 시간은 빠르게 끝났다. 차 안에 있을 땐 지루했던 그 시간이, 누군가에겐 너무 짧은 거였다. 할머니는 여전히 횡단보도에 있었다. 그것도 겨우 절반 지점에.

땅만 보며 열심히 걷던 사람. 경적을 다행히 참은 차들이 몰려와도 어쩔 수 없던 사람. 고작 길을 건너는 사소한 일상에 매번 위험이 따랐을 사람. 그러니 내 본분대로 기록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래 쓴 몸이 말을 안 들어, 느릿느릿 걸을 수밖에 없던 이를 위하여. 실은 세월에 이내 그렇게 될 나를 위하여.

횡단보도 길이에 비해, 녹색불이 짧은 곳을 제보해달라고 했다. 서울 용산·송파·동대문·영등포·종로 5개구에 있는 곳을 돌며, 실제 어떤지 직접 건너봤다.

'26초' 안에 건너라니…내 걸음으로도 숨가빴다
서울 송파구의 한 횡단보도. 어르신은 녹색불 신호가 유지되는 동안 건너지 못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장소 :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정문 앞 횡단보도.
제보 내용 : "30대 성인 여성 걸음으로도, 시간이 너무 짧아요. 뛰다시피 건넙니다."(소은님)

큰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횡단보도였다. 도착해 평소 걸음대로 건너봤다. 뒷짐지고 느릿느릿 두리번거리는 걸 좋아하지만, 맘 먹고 걸으면 절대 느린 편은 아니다.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시간을 쟀다. 중간도 못 왔을 때 초록 숫자(남은 시간)가 떴다. 16초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16초, 15초, 14초…. 남은 시간이 뚝뚝.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걸린 시간은 24초. 그리고 2초 뒤, 빨간 불로 바뀌었다. 초록불이 켜져 있는 시간이 26초 정도였다. 짧았다. 빨간불로 바뀌자마자 차 한 대가 '쌩' 지나갔다.

직감했다. 걸음이 느린 어르신이라면 건너지 못하겠다고. 예상대로였다. 걸음이 불편한 할머니가 나타났다. 그를 뒤따라 건넜다. 할머니가 3분의 2 지점쯤 왔을 때, 빨간불로 바뀌었다. 다행히 차가 점잖게 기다려주었다. 할머니는 "맘 편히 건너기엔 신호가 많이 짧지"라고 했다.

'36초', 이정도면 괜찮을까 싶었으나
녹색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자녀 손에 기대어 부지런히 횡단보도를 건너시던 어르신./사진=남형도 기자
장소 : 서울 영등포구청 사거리 횡단보도.
제보 내용 : "여기서 노인 분들 시간 안에 횡단보도 못 건너시는 걸 몇 번 봤습니다."(지윤님)

횡단보도 네 개가 있는 사거리였다. 초록불이 지속되는 시간은 대략 36초 정도였다. 집중해서 건넜을 때, 약 4~5초 정도 남았다. 이정도면 괜찮으려나 싶었다.

걸음이 불편해보이는, 모자를 쓴 할머니가 신호를 기다렸다.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사력을 다해 건너가기 시작했다. 보행기에 몸을 실은 채, 부지런히 나아갔다. 그의 뒤를 가만히 따라가며 지켜보았다.

횡단보도 끄트머리 즈음에서 빨간불로 바뀌었다. 성질 급한 오토바이 한 대가 쌩 하고, 할머니 앞을 지나갔다.

그는 순간 놀란듯 걸음이 멎었다. 다가가 "괜찮으시냐"고 묻자, 할머니는 "내가 걸음이 느려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괜한 자책을 멈췄음 해서 "무례한 오토바이가, 또 초록불이 짧은 게 잘못"이라고 답했다. 할머니는 "아고, 말이라도 고맙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어르신과 나란히 걸으니…평범한 횡단보도가 두려워졌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할머니와 발걸음을 맞춰 횡단보도를 건넜다./사진=남형도 기자
서울 용산구에 있는 횡단보도에 갔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백발 할아버지를 봤다.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는 81세라 했다. "제가 어르신과 나란히 건너도 되느냐"고 했더니 그는 "그러라"며 (이상한 사람 보듯이) 웃었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렸다. 잠시 대화하는 사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발을 맞춰서 같은 속도로 걸었다. 아까보다 걸음이 분주해진 게 느껴졌다.

지팡이를 짚고 건너던 어르신과./사진=남형도 기자

제한 시간은 40초 정도였다. 횡단보도 거리가 생각보다 길었다. 역삼각형 모양의 신호등 초록 막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31초, 30초, 29초, 28초. 머릿속으로 재어보니, 시간 안에 건너지 못할듯 했다. 맘이 바빠지고 불안해졌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할아버지를 몇 번 앞서가려 하자, 그는 "그냥 빨리 건너라"고 했다. 그 말 덕분에 애써 자제할 수 있었다. 역시 '빨간불'로 바뀐 뒤에야 들어왔다.

"식당 일에, 장사에 안 해본 것 없어…무릎이 다 나갔네요"

지팡이를 짚고 횡단보도를 바삐 건너던 어르신./사진=남형도 기자
서울 종로 횡단보도에선 할머니를 만났다. 그는 대파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할머니를 오른편에 두고, 차들과 가까운 바깥쪽에 섰다. 이번엔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속도를 맞춰 걸을 요량이었다. 혹여나 날 의식해 걸음을 재촉할까 싶어서.

횡단보도에 섰을 땐 기존과 마음이 달라져 있었다. 평범하고 네모났던 흰색 띠들이 무서웠다. 시간 내에 못 건널 것 같단 불안이 절로 스며든 거였다. 평소에 못 느꼈던 거였다. 어쩌다 빨간불로 바뀔라치면, 냅다 뛰면 그만이었다.

38초 정도 되는 횡단보도인데, 할머니는 유독 걸음이 느렸다. 빨간불로 바뀌고도 5~6초는 더 걸렸다. 번화한 도로였다. 차들은 초록불이 켜지자, 참지 못하고 다가왔다. 차들에겐 양해의, 할머니에겐 재촉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스스로를 알아챘다. 다 건넌 뒤에 많이 죄송했다.

보행기에 기대어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르신./사진=남형도 기자

할머니는 73세라고 했다. 이름은 밝히기 싫단다. '연세에 비해 관절이 더 안 좋으신가' 속으로 생각할 무렵, 할머니가 말했다. "남편 일찍 떠나고, 식당 일에 장사에 안 해본 것 없이 고생해서 허리며 무릎이며 다리가 다 상했지요"라고. 나도 모르게 고갤 숙이며 숙연해졌다. 그러면서 그는 "매일 최선을 다해 건너고 돌아온다. 이게 뭐라고 참 힘들다"고 했다. 횡단보도를 다 건넌 뒤에도, 그는 바로 걷지 못하고 허릴 애써 세우며 잠시 숨을 골랐다.

제주서, 80대 할머니가 횡단보도에서 숨졌다
지난해 4월, 제주 구좌읍 횡단보도에서 83세 할머니가 숨졌다. 다 건너기 전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사진=뉴스1
누군가 그랬다. 노인은 나이든 사람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고되고 복잡한 세상에서. 그리 70년, 80년, 90년 넘게 살아 남은 노인들이 쓰러지고 있다. 다름 아닌 '횡단보도' 위에서.

지난해 4월 16일이었다. 저녁 8시37분, 제주 구좌읍 횡단보도에 83세 할머니가 섰다. 녹색불에 들어갔으나, 다 건너기 전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할머니를 보지 못한 차량이 그대로 받았다. 어르신은 심정지 상태로 제주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거기서 생을 다했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들 중에서 어르신 비율이 57.5%다(행정안전부, 2020년 기준). 무려 절반이 넘는 거다. 게다가 최근 5년간 매년 꾸준히 비율이 늘고 있다.

횡단보도를 못 건넌 노인을, 라이더가 보호하는 모습./사진=한문철TV 유튜브

좀 더 자세히 보면 '녹색 신호가 짧은'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더 많았다. 1초에 1미터 가야하는(신호가 짧은) 곳에선 교통사고가 0.53건으로, 그보다 신호가 긴 곳(0.41건)보다 사고가 1.3배 더 많았다(국토교통부, 2022년). 그런데 국내 어르신 중 하위 25%의 보행 속도는 할아버지가 1초에 0.663미터, 할머니가 0.545미터로 1미터에 한참 모자란다.

녹색불 자동으로 늘어나는 '스마트횡단보도' 설치해보니…"이용자 만족"
울산시청 앞에 설치된 '스마트 횡단보도'. 횡단보도를 못 건넌 사람이 있으면, 최대 6초까지 자동으로 시간이 연장된다./사진=울산시청
노인보호구역 등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여기선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주어지는 시간이 0.7m당 1초로, 일반 횡단보도보다 더 길다. 하지만 노인보호구역 갯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어린이보호구역의 10% 수준이다. 예산도 70억원(2021년 기준)으로, 어린이보호구역(1988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밖에도 실질적 대안이 많다.

홍성민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어르신이 긴 횡단보도를 한 번에 건너려면 힘드니, 끊어서 건너도록 '교통섬'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또 "도로에서 횡단보도 있는 부분만 좁히거나, 과속방지턱처럼 튀어나오게 만들어 차량 속도를 줄이는 아이디어도 있다"고 했다.

또 홍 책임연구원은 "보행자가 다 건너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녹색불을 연장해주는 '스마트횡단보도'가 있다"고 했다.

울산시는 실제 지난해 '스마트횡단보도'를 시청 앞에 시범 설치했다. 어르신 등 보행 약자가 다 건너지 못할 경우, 최대 6초까지 자동으로 연장해주는 방식이다. 시내 한 개 지점에 만들었는데, 예산 1억원 정도가 들었다.

반응이 어땠을까. 이상희 울산시청 교통기획과 주무관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이용하신 분들이 만족한다고 했다""연세가 있는 분들 입장에선 녹색불을 잡아주기 때문에 좋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경찰청·행정안전부에서 살펴봐주길…제보 받은 '횡단보도' 리스트
서울 용산구의 한 횡단보도. 5초 남은 시점에 어르신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서울 종로구청
"광화문우체국쪽 대각선 횡단보도요. 길이도 긴데, 대각선이라 사람도 엄청나고 신호도 짧아요. 어르신들은 힘들 것 같습니다. 젊은 저도 빠른 걸음으로 건너곤 합니다."(혜선님)

서울 서대문구청
"충정로역 종근당 빌딩 앞 횡단보도요. 신호가 짧아서 30대인 저도 가끔 당황스럽습니다."(익명)

서울 용산구청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횡단보도요. 다리 다쳤을 때 어르신 분들 거동 속도로 걸은적이 있었는데, 매일 시간이 모자라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서러워 눈물도 나더라고요."(혜진님)

서울 중구청
"시청역 7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바로 앞에 있는 횡단보도요. 진짜 너무 짧아서 어르신들 건널 때마다 걱정됩니다."(익명)

서울 강서구 한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르신./사진=남형도 기자

경기 시흥시청
"시흥 능곡 제일장현풍경채센텀 아파트 앞 횡단보도요. 건너는 사람이 많은데, 아이들이 건너다 신호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예원님)

경기 남양주시청
"평내호평역 인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사이 횡단보도입니다. 시간이 짧아 늘 불만입니다."(예슬님)

경기 수원시청
"광교중앙역 서브웨이 앞 횡단보도요. 다리 불편하신 분이 빨간불에도 다 못 건너고 계셨습니다."(주은님)

할아버지와 발을 맞춰 횡단보도를 걸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경기 성남시청
"미금역 사거리 횡단보도 정말 신호가 짧습니다."(현서님)

경기 양평군청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BBQ 앞 사거리, 횡단보도 신호등 정말 짧습니다. 어르신은 절반도 못 건너세요. 민원 넣어도 바뀌지 않습니다."(만두님)

대전시청
"은하수 네거리요. 보행자 신호가 진짜 짧다고 느껴집니다."(감자님)

충북 청주시청
"충북대병원 앞 개신오거리쪽에서 정문약국쪽 건너가는 횡단보도요. 진짜 너무 짧습니다. 젊은 사람이 부지런히 걸어도 겨우 1초 남거나 빨간불로 바뀝니다."(유경님)

횡단보도 초록불을 기다리며, 차도와 인도 사이 연석에 걸터앉아 계시던 어르신. 고단하면서도 위험해보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횡단보도를 수없이 건너며 유독 걸렸던 장면.

녹색불을 기다리는 몇 분. 그마저도 서 있는 게 힘들어, 할머니 한 분이 인도와 차도 사이에 주저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노인이 무단횡단해 교통사고가 났단 기사를 보면 혀를 찼었다. 쉽게 말했었다. '좀 기다렸다가 가지, 뭐가 그리 급해 위험을 감수하느냐'고. 먼 횡단보도까지 걸어가는 것도, 거기 서서 기다리는 것도, 짧은 신호에 맞춰 빠르게 가는 것도 다 힘든 건줄 차마 몰랐다.

횡단보도를 건넌 뒤 힘겨워 주저 앉아 있었던, 또 다른 할머니와 나눴던 대화를 끝으로 남긴다. 아직 젊다고 느껴져도, 무언가 미리 느껴 부디 바꾸길 바라며.

"어르신, 궁금한 게 있는데요."(기자)
"응, 뭔데."(할머니)

"어르신도 예전엔, 횡단보도 이런데 편히 다니셨지요."(기자)
"막 날아다니고 뛰어다녔지, 말해 뭐해(웃음). 늙어서 이렇지."(할머니)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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