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만에 7.5배’ 몸값 두고 세게 붙었다…‘용자’들의 주식 에코프로 형제주 [신동윤의 나우,스톡]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엔 사내 팀미팅에서 대화마저도 ‘에코’로 시작해 ‘프로’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갈 만한 말 아닌가요? 가족, 친구는 물론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 대화를 나눌 때도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 등 소위 ‘에코프로 그룹 형제(兄弟)주’는 절대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입니다.
심지어 최근엔 주식의 ‘주’자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던 제 친구마저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오를 주식이면 나한테 말을 해줬어야지”라고요. 평소 주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이정도로 반응할 정도였으니,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에코프로 형제주의 주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포모(FOMO·자신만 유행에서 소외된 것에 공포감을 느낀다는 뜻)’ 심리를 강하게 자극하며 빠르게 치솟았습니다. 이런 현실에 빗대 기존 용어 ‘포모’에 배터리(Battery)가 더해진 ‘포몹(FOMOB)’이란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주가가 오른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작년 12월 29일 기록한 최근 6개월 내 최저점(9만2100원)과 비교했을 때 최고점(4월 11일·29만4500원)까지 3.2배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에코프로비엠의 모회사이자 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의 주가 변동폭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 넘는 수준입니다. 작년 12월 29일 10만3000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4월 11일 76만9000원이란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100여일 만에 무려 7.5배가 오른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도 ‘용자(Brave)’형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을 향한 움직임은 분주했습니다.
헤럴드경제가 한국거래소를 통해 연초 이후 4월 10일까지 에코프로의 가격대별 거래량 분포를 분석한 결과 올해 매물 38.1%가 증권사 목표 주가(38만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양상은 비슷했습니다. 올해 에코프로비엠 매물의 56.1%가 목표주가(18만원선)를 웃도는 구간에서 거래됐으니 말이죠.
14일 장 마감 시점 기준으로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주가는 각각 27만9000원, 61만6000원을 기록했습니다.
돌아보면 주가가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비율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28만원 이상일 때 매수한 비율은 전체 거래량의 5.4%, 에코프로 주가가 65만원 이상일 때 매수한 비율은 전체 거래량의 3.7% 정도입니다.
사실 두 종목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 오히려 증권사가 발간한 두 종목에 대한 리포트는 종적을 감췄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종목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리포트가 많아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말이죠.
이 이유에 대해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해줬습니다. “애널리스트는 그저 느낌만으로 특정 시점까지 주가가 얼마가 될 것이라고 점치듯 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적을 통해 기업이 걸어왔던 과거를 보고, 현재 시장 상황과 기업의 미래 가치를 종합해 ‘목표 주가’를 내놓는 사람입니다”라고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주가 수준이 분석을 통해 설명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만큼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이죠.
좀 더 솔직한 심정을 표현한 젊은 애널리스트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애널리스트)끼리도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 대한 분석과 목표 주가 설정은 사실상 내려놓은 상태예요”라고 말이죠. 누군가 ‘총대’를 메고 두 종목 주가가 과열 상태라고 말해주길 기다린다고도 헀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용감한 애널리스트’ 한명이 가장 먼저 달아오른 에코프로에 드디어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 대해 투자의견을 처음으로 ‘매도’로 하향조정한 주인공이 됐습니다. 목표가는 45만4000원으로 높여 잡았지만, 11일 주가(76만9000원)엔 30만원 정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죠. 2027년 예상 시가총액도 현재의 절반 수준인 11조8000억원만 제시했습니다.
직설적인 표현 역시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습니다. 2차전지 산업의 미래 실적 가시성이 높은 만큼 ‘위대한 기업’이지만, 어떻게 바뀔지 모를 2030년의 실적까지 끌어다 주가에 반영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현재 좋은 주식이라 보기 어렵다’고 김 연구원은 표현했습니다.
하나증권의 리포트에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가 연이어 나오면서 에코프로 형제주에 대한 ‘과열’ 논란이 커질 때 쯤, 에코프로 그룹주를 뒤흔든 것은 바로 ‘공매도 폭격’입니다.
주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냄새를 맡은 외국인·기관 중심 공매도 세력이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대규모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죠. 12~13일 이어진 주가 급락세에도 ‘주가 사수’에 나선 개미들이 매수세로 응전하면서 ‘힘의 균형’이 깨지지 않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종목토론방에서는 “공매와 전쟁”, “개미의 힘을 보여주자” 등의 글이 다수 게시되며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지난 2월 똘똘 뭉친 개인 투자자들이 강력한 매수세로 공매도 세력을 ‘숏커버링(공매도로 미리 팔았던 가격보다 높은 값으로 주식을 되사는 것)’에 몰아넣으며 승리를 거뒀던 경험을 다시 한번 현실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다만, 지난 2월과 현재의 분위기가 조금은 다르단 평가가 증권가에선 나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증권사를 중심으로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급락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 매수세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죠.
개인 투자자들의 결집이 하방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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