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월인데… 한국 야구 '악재' 쏟아지네

장한서 2023. 4. 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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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한국 프로야구다.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는 팬들의 실망감은 더 깊어져만 간다. 한숨만 나온다. 2023년, 올해가 이제 4월이지만 한국 야구에 실망스러운 사건, 악재가 끊임없이 터진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기 탈락,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의 미성년자 관련 범죄, KIA 타이거스 장정석 전 단장의 ‘뒷돈’ 파문. 이를 숨 고를 틈도 없이 이젠 LG 트윈스에서 외야수 이천웅(34)의 인터넷 불법 도박 의혹도 사실로 판명됐다. 한국 야구는 최악의 봄을 보내고 있다.

LG 구단은 지난 14일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불법 도박 사건에 이천웅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수차례 면담과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이천웅이 12일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엘지 트윈스 이천웅. 연합뉴스
◆이천웅 불법 도박…LG 미흡한 대처

이천웅의 인터넷 불법 도박 의혹은 지난달 말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제보가 들어오면서 알려졌다. 당시 유력한 선수로 거론된 이천웅은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수사가 들어가고, 거듭된 면담 끝에 이천웅은 불법 도박 사실을 시인했다. LG는 11년 전 경기 조작에 가담한 투수 박현준에 이어 또 한 번 소속 선수의 일탈 행위로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이천웅은 2012년 LG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베테랑 선수다. 622경기에 출장해 통산 타율 0.289, 18홈런 291득점 211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올해는 4경기에 주로 대타로 나와 3타수 3안타를 쳤다. KBO는 수사 과정을 지켜본 뒤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LG의 미흡한 대처도 문제다. LG는 이천웅에 관한 의혹이 삽시간에 퍼졌지만, 선수의 말만 믿었다. LG는 꼼꼼한 자체 조사보다 거짓 부인하는 선수의 말만 믿고 이천웅을 1군 엔트리에서 빼지도 않았다.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뒤에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미 과거에 박현준의 사례가 있는 LG다. 11년 만에 비슷한 일이 터졌지만 사태 조기 수습에 미온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구단의 위기 대응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만 노출했다.

◆대회 탈락∙미성년자 범죄∙뒷돈…암울한 ‘봄’

2023 KBO리그는 봄을 맞이하면서 개막했다. 하지만 온갖 논란과 구설수로 황폐하다. 선수, 단장, KBO 사무국 관계자까지 사법 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개막 이전부터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일만 이어진다.

시작은 ‘도쿄 참사’. 4강 목표로 출항한 2023 WBC 한국 대표팀은 대회가 열리는 일본으로 건너간 지 열흘 만에 1라운드 탈락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고 돌아왔다. 일본에게 도쿄돔에서 ‘콜드 패’ 할 뻔 한 수모를 겪기도 했다. 매년 흥행 가도를 달리는 한국 야구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단지 성적이 문제가 아니었다. 용서할 수 없는 비위가 마치 경쟁하듯 이어졌다. 지난달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은 미성년자 관련 범죄 행위 혐의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롯데 구단은 서준원을 곧바로 방출했다. 

연합뉴스
‘뒷돈’ 파문도 일었다. 무려 한 구단의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은 선수에게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금액을 높여주겠으니 일정 금액을 되돌려달라”며 뒷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 해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농담으로 했다는 그의 해명은 낮은 도덕성만 드러냈다. 장 전 단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에는 검찰이 서울 강남구 KBO 사무국을 압수수색했다. KBO의 수익을 담당하는 마케팅 자회사인 KBOP 간부가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이 간부는 중계권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수억 원 상당의 금품을 대가로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도 야구를 기다렸던 팬들은 믿음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일 개막전 5경기는 모두 매진됐다. 하지만 개막한 지 약 보름 만에 LG 이천웅의 불법 도박이 터졌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일이 또 반복된다면 팬들의 발걸음이 끊기는 것도 한순간일 것이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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