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광폭행보’ 김건희 여사…제2부속실은 정말 필요 없나

신지혜 2023. 4.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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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오늘(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사진출처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는 14일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빨래방에서 세탁 봉사를 하고,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수익금을 기부하는 경매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쓰던 붉은 색 넥타이를 내놓았습니다.

최근 김 여사의 일정은 보도된 것만 거의 매일입니다. 13일에는 순직군경 자녀들을 지원하는 '히어로즈 패밀리' 출범식에 참석했고, 12일에는 납북자·억류자 가족을 만났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1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 앙두엉 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환우와 만나는 모습. [사진제공 : 대통령실]


■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일정 많아졌다? 동의 안 해"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갑자기 일정을 늘린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전에도 했던 일정을 계속 하는 것"이라며 "(여사) 일정이 확대됐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언론 공개가 많아져서,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는 겁니다.

김 여사의 보폭은 앞으로도 상당히 넓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지난해에는 주로 봉사활동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1월 11일 대구 서문시장 단독 방문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여성 의원 오찬, 정부 행사 축사 등 공식 석상에 많이 나서고 있습니다. 김 여사 주목도가 높다 보니 행사 초청 요청이 상당히 많이 접수된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 설명입니다.

윤 대통령도 올해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라며 "대통령이 못 오면 영부인이라도 좀 와달라는 곳이 많더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김 여사 일정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


■대통령 부속실이 김건희 여사 업무도 담당

현재 김건희 여사 일정은 대통령실 부속실에서 함께 담당합니다.

부속실 행정관 2~3명이 김 여사 업무를 전담합니다. 이들은 '배우자 팀'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대통령 의전을 총괄하는 의전비서관실에서도 여사 담당 직원이 1~2명 있습니다. 일부는 윤 대통령 당선 전부터 김 여사와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냈던 인물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 업무는 1972년 박정희 정권 이래 50년간 '제2부속실'에서 따로 관리해왔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슬림한 대통령실'을 공약하면서, 제2부속실도 없앴습니다. 대선 기간 불거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도 이런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여사가 전담 조직 없이 대통령 부속실 지원을 받는 상황에는 몇 가지 따져볼 점이 있습니다.

우선 김 여사 일정과 메시지 등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누구인지 모호합니다. 과거에는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고위급 참모인 '제2부속실장(1급 비서관)'이 있었다면, 지금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김 여사를 보좌하고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지 명확히 공개되지 않습니다. 배우자 관련 업무가 과거보다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에는 지인의 봉하마을 참배 동행이나, 개인적 친분이 있던 민간인의 해외순방 동행 사건으로 제2부속실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김 여사의 발언 범위가 넓어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 여사는 최근 개 식용 근절 문제부터 납북자 문제까지, 여러 의견이 있는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의 발언은 실제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계없이, 무게 있게 받아들여 집니다.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전 메시지 기획과 관리 등의 '공적 보좌'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김 여사 일정 취재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현재 김 여사 일정은 우선은 비공개로 하되, 대통령실 판단에 따라 일부를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일정을 공개하더라도 상당수는 언론이 아닌, 대통령실 전속 직원이 현장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선별해 행사 종료 뒤 배포하는 식입니다. 최근 김 여사 전속 사진이 상업 화보 같다는 논란은, 전임 정부들에서는 없던 잡음이었습니다.

■제2부속실 설치는? "계획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제2부속실 설치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 있는 인력만으로 충분하다는 얘기를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을 깨고 부속실을 다시 만들기도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 여사의 대외활동이 부각될 수록, 부속실 설치 논란 역시 이어질 거로 보입니다.

대통령 배우자의 외부 활동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대통령이 바쁜 일정 탓에 챙기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배우자가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의 대외활동이 유독 입길에 오르는 이유는, 과거 대통령 배우자들과 달리 '조용한 내조'를 선언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
(2021.12.26.)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한 공격이 과도하다. 영부인이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일부 과도한 공격도 있겠지만, 공적 영역의 불투명한 관리나, 공개적인 설명도 없이 과거 약속과 다른 활동을 하는 데 대한 합당한 문제 제기도 분명 있습니다.

앞으로 4년여,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황 변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김 여사 관련 업무를 투명하게 진행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거로 보입니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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