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엔 자숙·홍준표는 고문직 해촉...내홍 속 도마 오른 김기현 리더십
당내 기강 확립·정책 드라이브 일부 차질 우려도 제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사진 왼쪽)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잇단 실언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수석 최고위원(사진 오른쪽)에겐 상대적으로 가벼운 자숙을 조치한 반면 이를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에겐 상임 고문직 해촉이라는 강경책을 보이면서 당내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김 대표가 리더십 위기에 직면하면서 당내 기강 확립과 정책 드라이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뉴시스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홍 시장에 대한 해촉 처분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대표 직권으로 홍 시장의 당 상임고문직을 거둬들였다. 김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회의에서 홍 시장에 대한 해촉 조치에 대해 밝히자, 참석자들이 모두 놀랐다고 한다. 일부 참석자들이 우려를 드러냈지만 김 대표는 강한 의지를 피력해 결국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신 것이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해촉 결정이 알려진 뒤 페이스북을 통해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보겠느냐"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2011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대변인을 지낼 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홍 시장은 전면에서 김 대표를 도왔다.
두 사람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전광훈 목사 문제로 틀어졌다.
김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의 우파 통일', '4·3 기념일은 급이 낮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홍 시장은 초반부터 김 최고위원의 퇴출과 제명을 요구했지만, 김 대표가 유감만 표명하자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대표가 홍 시장을 겨냥 "지방행정에 더 전념하라"고 하자, 홍 시장은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정치를 한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그 이후에도 두차례 더 말실수를 한 뒤에야 한달 간 자숙 조치를 했다. 이마저도 '셀프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태는 전광훈 목사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나의 통제를 받아야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확전됐다.
홍 시장과 하태경 의원 등은 전 목사와 당이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 사람은 우리 당 당원이 아니다"라고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홍 시장은 즉각 "소극적 부인만 하면서 눈치나 보고 있다"며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거냐"고 비판했다.
결국 김 대표와 홍 시장의 설전 끝은 홍 시장의 상임 고문직 해촉으로 끝이 났다.
정치권에서는 홍 시장이 지난 3일 김 대표를 비판하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를 언급한 것이 김 대표의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위는 지도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해당 지도부를 해체하고 임시 지도부를 세운다는 뜻이다.
때문에 김 대표 입장에선 당대표로 당선된지 얼마 안 된 자신에게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했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홍 시장의 해촉 처리를 두고도 당내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하태경 의원은 14일 라디오에서 "국민은 '전광훈을 자를 거냐'고 물었는데 김 대표가 홍 시장을 자른 '전문홍답'이 됐다"며 "김 대표가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예찬 최고위원은 "상임고문은 현직에서 활동하거나 현직으로 재출마 의사가 있는 분이 단 한 분도 없다"며 "현실정치를 접고 뒤에서 원로로서 조언하는 원래 취지를 미루어보면 홍 시장이 아니라 다른 원로라 하더라도 여전히 현직에 있거나 재도전 의사가 있다면 위촉하는 게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내홍으로 인해 내년 총선을 위한 정책 및 지지율 견인책은 다 묻혔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취임 초반 경희대를 찾아 학생들과 밥을 먹으며 '1000원 아침밥'에 대한 반응을 들었다. 김 대표가 1000원 아침밥을 위한 예산 확대를 결정하자 좋은 여론이 형성됐다.
김 대표가 2030·MZ 세대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그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에 기대감이 모아졌다.
김 대표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아 '2030 청년 신용 회복 지원조치'를 강조하는 등 나름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설화로 당 이미지가 실추되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김기현 대표가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초반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에게 윤리위원회 제소같은 초강수가 아닌 '온화한 리더십'으로 포용하면서 조기 진압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당 지지율은 계속해서 내림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갤럽이 11~13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31%, 더불어민주당은 36%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3%포인트(p)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은 같은기간 1%포인트 하락하면서 양당간 지지율 격차는 5%포인트로 확대됐다.
위기에 직면한 김 대표는 정책제안을 계속 이어가는 동시에 ‘TK 집토끼들’도 잡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14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한데 이어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다.
보수층 결집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중도층 잡기에 힘써야 할 김 대표가 TK 텃밭만 다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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