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사모펀드 인수 1년 만에 순손실 '2131억원'

김노향 기자 2023. 4. 1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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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사모펀드 주주 '중견건설 비상'] (2) 적자 내고 부채 늘어 직원 급여도 감소

[편집자주]모그룹의 경영난으로 사모펀드에 팔린 시공능력 23위 동부건설과 24위 두산건설이 수난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동부건설은 영업이익 감소와 영업활동현금흐름 악화, 부채 증가 등 실적난을 겪으면서 30%대 배당을 해 최대주주 배만 불린 꼴이 됐다. 두산건설도 사모펀드 주주를 맞은 다음 해 실적이 나빠져 직원 급여가 줄었지만 임원 보수는 늘었다. 시공능력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사모펀드 지배하에서 코스닥 전자회사로 최대주주가 변경됐지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기업사냥꾼의 이미지를 벗고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라는 청사진을 기대하게 했던 사모펀드는 다시 이익 극대화가 목적이라는 프레임을 빠져나오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두산건설 본사 사옥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키스톤 투자 7년 '동부건설', 영업이익률 2.8%대로 하락
(2) 두산건설, 사모펀드 인수 1년 만에 순손실 '2131억원'
(3) 이름만 '대우'… 기업사냥꾼에 당한 '대우조선해양건설'
재계 16위 두산그룹이 2대주주인 시공능력 24위 두산건설이 사모펀드(PEF)에 인수·합병(M&A)된지 1년 만에 급격한 유동성 악화를 겪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분양사업 등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상승의 영향이 있지만 영업 적자로 인해 직원 급여도 줄어든 상황에 임원 보수만 늘었다. 향후 금리 안정 기조가 예상됨에 따라 불황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사모펀드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적자 수천억원인데 임원 보수만 늘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1905억원(이하 연결기준), 30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4.9%, 63.9%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2131억원을 기록해 전년(101억원) 대비 2209.9% 급감하며 적자 전환했다.

두산건설은 2021년 12월 코스닥 사모펀드 큐캐피탈에 인수돼 현재 큐캐피탈이 특수목적회사(SPC) '더제니스홀딩스'를 통해 지분 52.5%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30.8%를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도 두산건설의 지분 43.4%를 보유했다.

두산건설은 최대주주가 변경된 2021년 단기차입금이 87억원이었으나 M&A 이후인 2022년 694억원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975억원에서 지난해 1496억원으로 늘어 현금 상황이 개선됐지만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54억원에서 946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자산도 1조8589억원에서 1조78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부채는 1조3034억원에서 1년 만에 1조4421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배당은 실시하지 않았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2021년 7194만원에서 2022년 7004만원으로 줄었지만 임원들의 보수는 반대로 늘었다. 두산건설의 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같은 기간 5784만원에서 9099만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해 대조된다.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110만원으로 1억원을 넘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2021년 부장급 급여가 직원에 포함됐다가 2022년 정식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임원 보수에 편입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건설은 최대주주가 변경된 2021년 12월 이후 지난해 1월과 8월에 이강홍·이정환 각자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등기임원 현황을 보면 최대주주의 모그룹인 큐로그룹 권경훈 회장이 두산건설 회장직을 맡고 있고 황희연 큐캐피탈파트너스 대표이사, 윤동현 큐캐피탈파트너스 전무도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강지호 디자인 기자


빠른 자금 회수 가능성 있어


큐로그룹은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를 비롯해 큐로·큐로컴·큐로홀딩스·큐로모터스·지엔코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엔 권경훈 회장이 있다. 권 회장은 사실상 개인회사인 케이파트너스를 통해 '권경훈→케이파트너스→큐로홀딩스'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구성하고 있다. 큐캐피탈의 최대주주는 지엔코(지분율 39.2%)이고 지엔코는 다시 큐로컴(28.7%)이 지배한다. 큐로컴의 최대주주는 케이파트너스(11.1%) 큐로홀딩스(11.1%) 등이며 큐로홀딩스를 다시 케이파트너스(20.6%)가 지배했다. 큐캐피탈·지엔코·큐로컴·큐로홀딩스는 코스닥 상장회사다.

큐캐피탈은 펀드를 통해 외식, 바이오, 유통 등의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기업의 투자를 늘려 중견·중소기업 투자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주요 투자처로는 두산건설·노랑푸드·제너시스비비큐(BBQ)·카카오VX·서울제약 등이 있다. 큐캐피탈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66억원, -42억원으로 매출은 전년(161억원) 대비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6억원에서 261.5% 급감하며 적자 전환했다.

큐캐피탈은 일부 포트폴리오에 대해 빠른 투자금 회수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펀드의 첫 투자처였던 BBQ가 지난해 콜옵션(매수권리)을 행사함에 따라 BBQ 지분을 매각했다. 이로써 투자 2년 만에 20% 이상의 내부 수익률(IRR)을 거뒀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큐캐피탈에 두산건설 지분을 매각한 당시에도 풋옵션(매도권리)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져 향후 두산건설의 재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채권단의 요구 사항 중에 두산건설 매각이 있었고 회사가 자금난으로 중요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해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개발사업이 안됐고 도급사업만 하다 보니 헐값 매각을 했다"면서 "딜의 형식상 풋옵션은 조건이었고 지분을 다시 인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트리마제'를 통해 주택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도 두산건설을 다시 인수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국내·외 건축(주택)사업본부 매출은 963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9%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81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토목사업본부는 매출 2178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손실이 -568억원에 달했다. 토목사업 매출 비중은 18.3%다. 국내 건축사업의 공사금액 비중은 ▲2020년 68.9% ▲2021년 69.3% ▲2022년 78.9%로 지속해서 늘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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