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룰라, '美 1강 체제' 맞서 다자주의·공정 국제질서 강화 맞손

김현 특파원 2023. 4. 1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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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정상회담…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 공동성명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4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환영식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맞서 다자주의 강화에 뜻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현지시간)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브라질이 각각 동반구와 서반구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자 중요한 신흥시장국이며,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가진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라며 "중국과 브라질 관계의 전반적·전략적·세계적 영향력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브라질과 협력해 새로운 시대에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며, 역내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100년만의 전례가 없는 세계 대변혁 국면을 맞아 중국과 브라질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모든 인류의 공동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발전을 촉진하고,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과 국제 공평 및 정의를 확실히 수호하고, 인류를 위한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유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간 틀 안에서 공통 관심사인 글로벌 이슈에 대해 브라질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조정과 협력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올해가 양국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 수립 30주년이며 내년이 양국 외교 관계 수립 50주년을 맞는다고 거론한 뒤 "중국은 질 높은 발전과 높은 수준의 개방을 촉진하고 있다"며 중국식 근대화는 "브라질을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에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4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조인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중국은 세계 정치와 경제 및 무역,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 필수적인 힘이며, 세계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공정하고 공평한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전략적 관점에서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국은 많은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합의와 공동 이익을 갖고 있으며, 양측은 모두 다자주의와 국제 공평 및 정의를 수호한다"면서 "브라질은 중국과 G20, 브릭스 등 다자 틀 내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금융,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 보호에 대한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이 불공정한 규칙의 족쇄에서 벗어나 보다 공평하고 균형잡힌 개발을 달성하도록 촉진하는 데 기여할 의향이 있다"면서 "저는 브라질과 중국 관계의 미래가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전날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의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한 사실을 소개하며 중국이 5세대 이동통신(5G)영역에서 거둔 성과에 찬사를 보낸 뒤 양국의 관련 분야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중국 기업의 대(對)브라질 투자를 거론하면서 브라질이 디지털 전환 및 저탄소 개발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 편견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아무도 브라질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무역을 확대하고 세계의 지정학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무역과 투자, 디지털 경제, 과학기술 혁신, 정보통신, 빈곤 완화, 검역, 우주 및 기타 분야에 대한 다양한 양국간 협력 문건에 서명하는 것을 지켜봤다.

양측은 또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양국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서 룰라 대통령은 내년에 시 주석의 국빈방문을 초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14년 연속 브라질의 제1무역 파트너이고, 브라질은 중국의 제9위 무역 파트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대화와 협상만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회담 후 양 정상은 영부인을 동반한 가운데 환영연회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룰라 대통령은 13일 상하이 신개발은행(NDB)에서 한 연설에서 "매일 밤 나는 왜 모든 국가가 달러로 무역을 해야 하는지 자문한다"며 "금 본위제가 폐지된 후 위안이나 헤알, 페소가 아닌 달러가 (기축) 통화가 돼야 한다고 누가 결정했느냐"라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독보적 지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달 중국과 브라질은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쓰기로 합의한 바 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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