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감산’에 반도체가 살아난다? 최종 운명은 왜 애플에 달렸을까요 [김민지의 칩만사!]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무려 25년 만에 감산을 공식화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생산량을 줄이지 않겠다던 기조를 바꾸고, 드디어 반도체 수급량 조절에 동참하기로 한거죠. 발표 후 삼성전자 주가는 5% 넘게 오르며 간만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D램, 낸드플래시의 현물 거래 가격도 즉각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가격이 바닥에 가까워진 건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럼 지금이, 바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할 때일까요?
아쉽게도, 여전히 의견은 갈립니다. 단순 삼성전자의 감산만 있다고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감산보다 더 중요한 분수령은 무엇인지, 칩만사가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4일 오전 ‘DDR4 16Gb(기가비트) 2666’ 제품 현물 가격은 3.235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1일 DDR4 16Gb 현물 가격이 전일 대비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 7일 이후 1년 1개월 만이어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반등 후 4일째 하락세 없이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죠.
또 다른 주요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가격도 반짝 올랐습니다. 같은 날 3D TLC(트리플레벨셀) 256GB 낸드 현물가는 전일 대비 0.14% 오른 2.163달러입니다. 3D TLC 512Gb 낸드 제품 현물 가격도 지난 13일 전일 대비 0.37% 오른 4.642달러를 기록했죠.
업계는 현물가 상승이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에 따른 ‘반짝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물가가 올랐다고 반도체 업황이 반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현물가는 도소매 업체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통채널의 가격입니다. 전체 거래 비중의 10% 정도 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업황 지표로는 적합하지 않죠. 반도체 업계 반등의 확실한 시그널을 알려면 고정거래가격을 봐야합니다. 고정거래가격이란, 반도체 거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업 간 거래에서는 개별 협상으로 쓰이는 가격입니다.
다만, 이번 현물가 상승으로 반도체 시황이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고정거래가격이 통상 현물가와 3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업계가 현재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겁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불황의 터널 끝에 한자락 빛줄기가 보이고 있다는 희망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일각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바로 글로벌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수요 부진 흐름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애플 PC 브랜드인 ‘맥(MAC)’이 상당히 충격적인 성적을 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애플 맥 제품 출하량은 41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나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PC 출하량은 5690만대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습니다. 시장 보다 애플 맥 감소세가 더 가파랐습니다.
애플 맥의 큰 하락세는 업계에도 다소 충격입니다. 애플은 충성 소비자가 탄탄한 제품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 침체기에도 선방해왔습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전체 PC 출하량이 15% 감소할 때 애플 맥 만큼은 40% 상승했고, 4분기에는 출하량이 3%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올 1분기엔 40% 하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죠.
애플 맥의 부진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흐름에 아직 변화가 없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아직 소비자들이 고가의 IT기기에 지갑을 열 생각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완제품인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수요가 개선돼야, 이에 탑재되는 반도체 업황의 개선도 확실해집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은 이르면 올 3분기, 또는 4분기 이후에 나타날 거란 시각이 높습니다.
이승우·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에도 불확실성은 너무 많다”며 “거시적 환경도 시시각각 분위기가 바뀌고 있고, 무엇보다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으며, 수요도 기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따라서, 과연 어느 정도 속도로 재고가 줄어들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확언하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애널리스트들 조차도 수요 회복이 언제 시작될 지 모르니, 확실한 실적 개선 시점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많은 연구원들이 내년엔 회복세가 분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 고객들의 재고가 충분히 축소되고 4분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경우 반도체 업황은 낮은 생산 증가율에 힘입어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건, 반도체 시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는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1∼2026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6.9%로 나타났습니다. 의외로 시스템반도체 연평균 성장률 전망인 5.9%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9.4%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고성능 AI 서비스, 5G, 고성능컴퓨터(HPC), 자율주행 자동차 등 첨단 산업은 모두 대량의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탑재가 필수입니다. 지금의 불황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지만, 어쨌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기는 분명히 온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는 “챗GPT 같은 초거대 언어 모델 AI 서비스가 계속 확장되면 그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나 AI 엑셀러레이터의 성능을 높여주는 고성능 HBM, 고용량 서버 D램 수요가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고성능·저전력 제품을 필두로 한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기는 반드시 온다”고 말했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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