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로 살래" 결혼 포기…반려동물에 푹빠진 中[김지산의 '군맹무中']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중국에서 개 또는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는 6844만명. 전체 인구 20명 중 1명꼴이다. 이들 중 절반은 90년대생이다.
중국의 ii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99조원을 넘어섰다. 1년 새 25%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 기관은 2025년 시장 규모가 1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반려동물에 돈을 아끼지 않기는 부유층이나 저소득층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저소득층의 경우 결혼이나 주택 구매, 다자녀를 일찌감치 포기하면서 동물에게 돈을 쓴다.
한 조사 결과를 보면 2선 이상 도시 소비자들이 반려동물 한 마리에게 쓰는 연간 비용이 60만~200만원이었다. 특히 2선 도시에서 반려동물과 관련해 연간 100만원 정도를 지출하는 인구는 54.7%로 1선 도시보다 높았다. 이렇게 쓰는 돈이 반려동물 양육자 연 소득의 5~6%에 이른다.
지난해 말까지 3년을 끌어온 제로 코로나 방역도 이 시장을 키운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주요 도시들을 뒤덮은 봉쇄 기간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 판매 플랫폼 웨이핀후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이곳에서 팔린 반려동물용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급증했다.
반려동물 할인 매장도 성업 중이다. 웨이핀후이가 지난해 8월 진행했던 특가 행사에서 로컬 브랜드 '널스(NOURSE)' 매출액은 평소보다 500% 이상 늘었다. 이들은 주로 △생애 주기별 사료 △복합 비타민 △공 장난감 등을 구입했다.
젊은층이 주 소비계층이다보니 마케팅도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 샤오훙슈나 웨이보 같은 플랫폼은 물론, 왕훙(인플루언서) 등이 주력 마케팅 창구다.
특이한 건 반려동물 시장에 '궈차오(일종의 국수주의)' 코드가 가미돼 있다는 사실이다. 20~30대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ii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응답자의 65.5%가 중국산 반려동물 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당연히 중국기업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갬볼펫, 위안페이 등 반려동물 분야 기업들이 지난해 잇달아 상장했다.
반려동물 양육인들은 점차 사료 등 필수적인 용품뿐 아니라 외출이나 목욕, 체험활동, 보험 같은 곳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반려동물 보험 사업에 뛰어든 인터넷 보험회사 중안보험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반려동물 보험 가입자 290만명을 유치했다. 그 시기 보험료만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억위안(약 190억원)을 기록했다.
Z세대(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는 반려동물 건강 관리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자연스럽게 합리적 가격의 보험 요구가 크다. Z세대 반려동물 인구 중 60% 이상이 반려동물의 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안타까운 건 해외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반려동물 식품을 예로 들자면 해외에 근거를 둔 기업이 중국 표준에 부합하는 생산 시설을 갖췄다는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든다. 한국의 공인된 기관이 시설 인증을 우선 해준 다음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기업을 추천해야 한다. 추천 서류를 접수한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심사 후 이를 승인하고 해당 국가에 전문가를 파견해 실사를 다시 진행한다. 이 비용만 1억원 넘게 들고 실사를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중국 현지 기업이나 공장을 인수한 뒤 프리미엄 한국 브랜드로 마케팅을 하는 게 합리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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