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그렇게 핫해? 애플이 클래식 음악 앱을 출시한 이유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애플은 클래식 음악을 위한 전용 앱 ‘애플 뮤직 클래식(Apple Music Classical)’을 공개했습니다. 무려 500만 곡 이상의 클래식 음악이 담긴 별도의 앱을 출시한 건데요. 기존의 애플뮤직 구독자라면 추가 비용 없이 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용할 수 없어요.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러시아, 대만, 튀르키예,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은 초기 지원 국가에서 제외됐는데요. 다만 향후 지원 국가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플의 클래식 앱 출시 계기는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회사는 당시 클래식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프라임포닉(Primephonic)’을 인수해 클래식 음악을 애플 뮤직에 통합하겠다고 밝혔어요. 그런데, 클래식 음악은 기존의 애플 뮤직 앱에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애플이 왜 굳이 별도의 앱을 출시했는지,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어요.
지난 2021년, MRC 데이터 리포트(MRC Data Reports)에 따르면 클래식 음악이 전체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 1%에 불과했는데요.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데이터를 확장해서 봐도 수치 변화는 크지 않아요. 1%에서 1.1%를 왔다 갔다 하는 정도죠. 그나마 2000년대에 기록한 4%대 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록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거죠. 상황이 이런데도, 애플은 왜 별도의 클래식 음악 앱을 출시한 걸까요.
클래식으로 틈새시장 노리던 애플…젊은 세대 관심 증가로 ‘활짝’
애플은 클래식 음악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틈새 시장이 될 것이라 본 것 같습니다. 애초에 대부분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비슷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에요. 이럴 때, 클래식 음악에 특화된 앱을 출시하면,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또 기존 음악 앱에 불만족을 느끼는 클래식 매니아들을 애플 뮤직 구독자로 끌어들일 수 있고요.
다행스럽게 틈새 시장을 노리던 애플의 전략과 현재의 상황이 잘 부합하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요 음악 소비층인 젊은 세대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에요. 젊은 세대는 음악 스트리밍 앱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는 건, 애플 뮤직 클래식에도 긍정적인 신호에요.
지난해 6월, 시장조사기관 유고브(YouGov)의 조사에 따르면 클래식은 18개의 장르 중 미국인이 5번째로 좋아하는 장르였습니다. 영국인의 경우, 4번째로 좋아하는 장르가 클래식이었습니다. 상위 5개 장르 중 하나에 클래식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결과에요.
또 지난해 12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PO)의 연구에 따르면 25세 미만 응답자의 74%가 크리스마스 때 오케스트라 음악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여기서 오케스트라 음악에 참여하는 건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거나,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등의 행위를 모두 포함하는 거예요.
반면 55세 이상은 46%만이 오케스트라 음악에 참여할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의 자녀가 부모보다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게다가 젊은 사용자가 많은 틱톡에서도 ‘#classictok’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할 정도예요. 해당 해시태그 총조회수는 5000만 회가 넘었습니다.
별도 앱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던 요인도 존재…애플의 완벽주의 담긴 클래식 앱
물론 애플이 클래식 음악 앱을 별도로 내놓을 수밖에 없던 요인도 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선 기존 음악 앱에 대해 클래식 애호가들이 느끼는 불만을 반영해 이들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애플은 클래식 음악이 대중음악보다 더 긴 제목과 여러 아티스트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어요.
클래식 애호가들은 기존 음악 앱에서 긴 제목이 끊겨서 나오거나, 모든 아티스트 정보가 다 나오지 않는 경우를 겪곤 했습니다. 애플의 클래식 앱은 이 지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각 음원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를 제공해요. 작곡가에 대한 정보나 작품에 대한 설명, 전문가가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도 제공합니다.
유명한 곡의 경우, 한 곡이어도 여러 연주자의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죠. 이 경우에는 블랙핑크의 대표곡을 찾는 것처럼 듣고 싶은 음악을 찾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각 음원에 상세한 메타데이터를 적용해 최적화된 검색을 가능하게 했어요. 사용자는 작곡가, 작품, 지휘자, 특정 녹음 버전 등을 검색해 원하는 음악을 빠르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는 분석도 존재해요. 클래식 음악 특성상 최대 음량과 최소 음량의 차이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대중음악과 섞여 있으면, 볼륨을 섬세하게 조정해서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애플 뮤직 클래식은 최대 192kHz/24bit의 무손실 고음질(HI-Res Lossless) 음원을 제공한다고 해요. 또 공간 음향 기술로 클래식 음악 청취에 최적화된 환경을 끌어낸다고 합니다.
이렇듯, 애플은 애플 뮤직 클래식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애호가는 소수일지 몰라도, 사용자의 만족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애플의 완벽주의가 반영된 앱이 아닐까 싶네요.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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