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35세도 어린이…'어른이' 보험 인기라는데
보험료 20% 저렴하고 보장 넓어 소비자 이득
보험사 판매경쟁 활발…'꼼수'영업 지적도
최근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어린이보험의 가입연령을 만 35세까지 높였다고 합니다. 보험가입 기준이 되는 '보험 나이'로 따지면 37세(한국나이 기준)도 '어린이'가 되는 거예요.
불혹이 가까운 성인도 가입할 수 있는 이른바 어른이(어른+아이)보험 판매를 놓고 손보업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죠. ▷관련기사 : [보푸라기] '만 나이' 통일한다는데…내 '보험 나이'는?(2022년 4월16일)
오늘은 판매확대를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보사들이 영업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보험 가입자들에겐 가성비가 탁월하고, 보험사들에게도 이득인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품이라는 주장도 보험업계에선 나오거든요.
출산률이 갈수록 떨어지자 보험사들은 2018년말부터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 상한을 만 15세에서 만 30세로 늘렸어요. 이후 지난해 5월 롯데손해보험이 출시한 'let:play 자녀보험Ⅱ(토닥토닥)'이 업계 처음으로 어린이보험 가입가능 연령을 만 35세까지 더 높였고요. 올해 3월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이 잇따라 어린이보험 가입연령 확대 대열에 동참했죠. 최근엔 메리츠화재도 가세했고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답니다. KB손보에 따르면 'KB금쪽같은 자녀보험 Plus'의 3월 한달간 판매건수가 약 2만9000건이라고 해요. 이는 지난해 자녀보험 월 평균 판매량인 약 1만4000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죠. 기존 30세였던 가입가능 연령을 35세까지 늘린 영향이라고 이 회사는 분석했습니다.
실제 3월중 가입한 고객 연령을 자체 분석한 결과, MZ세대가 전체 가입자의 절반이었다고 해요. 어른이라고 일컫는 20세부터 30세 가입자가 약 34%였고요. 가입연령을 확대한 31세부터 35세 가입자가 약 16%를 차지했답니다. 그간 어린이보험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나이가 걸림돌이었던 30대 초반 직장인들이 대거 가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보험료는 싼데 보장은 풍부
어린이보험은 어린 자녀의 질병, 상해 등 의료비와 일상 중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배상책임을 아우르는 상품입니다. 보험료 납입 기간은 일반적인 건강보험처럼 20년 혹은 30년이고요. 상품에 따라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죠.
보험료가 싸다는 게 금융소비자들에게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어린이보험은 성인이 가입하는 일반적인 종합보험보다 보험료가 약 20%가량 저렴하다고 해요. 나이가 어리니 사망보장 등 연계가입을 시키지 않아서라고 합니다.▷관련기사 : [보푸라기]암보험 드는데 상해사망은 기본 왜?(2021년 9월 11일) (단, 가입자의 연령이 높으면 보험료가 살짝 더 올라가는 점은 알아두시고요.)
보장도 풍부하다고 해요. 3대 질환인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도 보험금을 주고요. 미성년자들이 주로 걸리는 병도 보장해주니까요. 당연히 일반적인 상해나 질병도 가능하고요. 여기에 어린이보험의 특성상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을 할 가능성이 낮아 감액기간이나 면책 기간이 없죠. 성인용 보험은 대체로 가입 후 1~2년이 지나야 보장금액을 100%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어린이보험은 가입 즉시 보장이 이뤄진다는 겁니다.
보험사도 '1석2조'…하지만
보험사에도 이득이 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신체 건강한 사회초년생을 끌어올 수 있고요.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더 많으면 손해니까요. 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보험의 예비고객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죠. 가입연령이 어린만큼 보험기간(보장기간)이 약 100년으로 긴 게 보험계약마진(CSM)에도 도움이 된대요.
보험기간이 20년인 성인보험과 비교해서 보험료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CSM이 대략 5배가 된다네요. 보험기간이 긴 만큼 위험이 분산되서래요. 어린이보험을 많이 팔수록 CSM이 늘어나 회사 수익도 불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문제는 어린이보험이 장기적으로 줘야 할 보험금이 많아질 수 있다는 거예요. 보험사로서는 치명적인 덫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과열로 상품의 기본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며 "소비자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성인보험의 상품경쟁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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