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어쩔 수 없지” 갓 낳은 아들 변기에 버리고 남친 만나러 간 20대

현화영 2023. 4. 1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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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결국 숨져…1심서 징역 4년 선고·아이 구조해 돌보던 친구는 ‘무죄’

거주지 화장실에서 출산한 20대 여성이 아이를 변기에 내버려 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 결국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재조명됐다. 이 여성의 친구는 아이를 구하려다 영아유기치사 혐의를 받았다가 무죄를 선고 받기도 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지법 형사 11부(이상오 부장판사)는 지난 1월27일 영아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2)씨에게 징역 4년, 영아유기치사 혐의를 받은 B(2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4일 뉴스1은 ‘사건의 재구성’ 보도에서 해당 사건을 다뤘다.

20대 A씨는 지난해 3월11일 자신이 살던 원룸 화장실에서 아들 C군을 낳았다.

이후 그는 피범벅이 된 C군을 차가운 변기 안에 방치하고 변기 뚜껑을 덮은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외출하며 친구 B씨에게 “죽어도 어쩔 수 없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2021년 7월 말 전 남자친구와 교제하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됐지만 친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웠던 그는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A씨는 임신중단 방법을 알아봤지만 경제적 상황 때문에 그럴 수 없었고, 그사이 해가 바뀌고 35주 만삭이 됐다고 한다.

이에 다급해진 그는 인터넷에서 ‘마시면 사산된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홍보하는 불법 낙태 약물을 구해 마셨다. 하지만 이 약물은 아무런 성분이 없는 ‘가짜 약’이었다.

3월11일 오후 C군이 태어나자 A씨는 피범벅이 된 아이를 차가운 변기 안에 2시간 가까이 방치하고 변기 뚜껑을 덮은 채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는 새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면서도 친구 B씨에게 계속 C군과 관련한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C군의 상태가 걱정된 친구 B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택시를 타고 A씨 집으로 갔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 그는 A씨에게 ‘살아만 있길 빈다.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그날 오후 7시30분쯤 A씨 집에 도착해 변기에서 C군을 꺼낸 따뜻한 물로 간단하게 씻긴 후 수건과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B씨는 C군의 몸이 너무 차갑자 그를 전기장판 위에 뉘어놓고 체온을 올리려고 애썼다고 한다. 아이에게 물 반 숟가락을 입에 넣어주고 간헐적으로 체온을 쟀다. 아기의 체온도 10~15분 간격으로 잰 결과 34.1도였던 체온이 35.1도까지 차츰 올라갔다고 한다.

다만 B씨는 친구 A씨의 범죄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119신고를 하거나 아기를 응급실로 긴급 후송하지는 못했다.

B씨는 친구에게 분유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지만 친구는 오지 않았고, 마트도 문을 닫았다고 한다. B씨는 친구 3명을 집으로 불러 아기를 밤새 돌보려 했고, 다음날 아르바이트 시간에는 아기를 대신 돌봐 달라는 부탁도 했다.

하지만 이미 4시간이 넘게 변기에 방치돼 심각한 저체온 상태에 있던 아이는 다음날 새벽 3시57분쯤 사망했다.

B씨는 아기가 죽은 사실을 알고는 공황상태에 빠져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자해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 오전 2시쯤부터 연락마저 완전히 끊고 잠에 빠져 있었다.

재판부는 영아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 아동의 보호나 생명 유지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본인이 걱정했던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렇게 판시했다.

반면,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고 오히려 위로했다.

재판부는 “(B씨는) 피해 아동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지인에게 택시비를 빌렸다. A씨와 문자메시지로 대화한 내용을 보면 ‘살아만 있어 달라’고 했고 피해 아동을 살릴 의사로 A씨의 집에 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지인에게 마트에 가서 분유와 젖병을 사오도록 부탁했고 친구들과 약속을 취소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집에 머물렀던 점, 아르바이트를 간 사이에는 지인에게 피해 아동을 부탁했던 점 등을 봤을 때 A씨의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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