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_비욘더게임] 임영웅이 K리그에 남긴 숙제
[골닷컴] 지난 주말 K리그 6라운드 최대 화제는 국민 가수 임영웅의 방문이었다. 그는 4만5천 관중을 동원하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6라운드 경기에 45,007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했다. 서울 구단에 따르면, 관계자를 모두 포함해 경기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인원은 47,117명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프로스포츠 한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었고, 2016년 이후 K리그 최초 4만대 관중 입장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홈에서 열린 2경기에서 평균 관중 2만명을 조금 넘긴 서울로선 임영웅의 방문으로 2배가 넘는 관중 동원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최근 3년 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리그를 선도하는 리딩 구단으로서의 외침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행사를 위해 임영웅 측에서 먼저 서울 구단에 연락을 한 부분이었다. 평소 축구 매니아로 알려진 임영웅은 워낙 축구를 잘 챙겨보고, 서울 소속의 기성용, 황의조와도 친분이 있다. 그래서 서울 경기에서 시축을 할 수 있는지 문의를 했고 구단도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되었다. 또한 하프타임 공연도 임영웅 측에서 결정한 것으로 팬들을 위한 선물의 의미였다.
킥오프 전 시축을 진행한 임영웅의 모습은 왼발의 달인이었다. 흡사 이강인의 킥이 연상될 만큼 다이내믹한 왼발 킥이었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보통의 시축과는 다르게 골대 부근까지 날아갔다. 평소에도 축구를 즐겨하는 것이 느껴졌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석에 자리한 임영웅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다. 골이 터질 때마다 그가 환호하는 장면이 전광판에 나왔고 팬들은 득점의 기쁨과 함께 열광했다. 경기 중에는 파도타기 응원까지 나왔다. K리그 경기에서 파도타기 응원을 본 것이 얼마만인지 싶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총 수용 규모의 약 80%가 들어찼으니 파도가 양 갈래로 시원하게 뻗었다.
또한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의 대다수 연령층이 중년층 이상이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그 자체가 눈에 띄었기 보다 K리그 경기장을 메운 관중의 연령층이 높아졌다는 것이 재미 포인트였다. 마치 과거 8~90년대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경기의 한 장면 같았다. 선수들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어머니, 아버지뻘 팬들의 엉덩이가 들썩였고, 서포터즈의 구호와 응원가에 박수와 환호가 더해졌다. 리그 팬층의 다양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흥행을 바라보며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이를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국민 가수 임영웅은 K리그와 다른 분야가 콜라보레이션 하였을 때 얼만큼의 시너지가 나오는지 몸소 보여주었다. 이제는 연맹과 구단 차원에서 팬들의 이목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흥미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물론 이날 경기처럼 경기력과 성적은 당연히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익수 감독은 “축구 콘텐츠만으로도 4만5천 명 이상의 팬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많은 개선사항들이 따라야 한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과거 2010년 서울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던 안익수 감독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법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기성용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많은 팬들이 오시니깐 선수들도 경기할 맛도 난다. 축구를 잘해서 많은 관중이 오시면 그것도 뜻깊은 일이니깐 저희가 더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 이런 관중 수는) 유럽 가기 전 슈퍼매치 때 5만 관중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매번 관중이 이렇게 많이 차면 좋은데 축구를 잘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FC서울의 장점인 것 같다. 우리만 잘하면 더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있다. 구단 관계자들이나 팬들, 모두가 오늘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를 잘 이어가면 수도 구단의 장점들을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5일부터 재개되는 K리그 7라운드는 임영웅이 남겨준 숙제를 풀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글 = 김형중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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