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다크웹 수사팀’, 화려하게 부활… 마약범죄 수사 전초기지로

김지환 기자 2023. 4.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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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 수사팀 전신, 인터넷모니터링시스템
성과 감소·수사권 조정 등으로 사실상 와해
범정부 차원 대응 속 수사팀 부활해 성과
“고도화된 범죄 대응 위해 추가 투자 필요”
다크웹 이미지. /게티이미지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이 지난 12일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중랑구 주거밀집지역 한복판에서 대형 대마텐트와 동결건조기 등을 갖춘 ‘대마 공장’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대마 공장을 운영한 건 스물여섯살 동갑내기 두 사람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마 재배 방법을 배웠다는 이들은 초범임에도 대담했다.

두 사람의 범행은 중앙지검 다크웹 수사팀이 없었다면 적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년 11~12월 팀에서 단서를 처음 포착했고, 이를 토대로 대마 공장과 피의자들까지 찾아내 구속기소할 수 있었다.

다크웹 수사팀은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해체됐다가 작년 말 부활했다. 현재는 범정부적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마약 수사에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1억6000만원짜리 시스템서 출발…2년 만에 정식 수사팀 됐지만

다크웹 수사팀은 검찰의 ‘인터넷모니터링시스템’을 모태로 한다. 지난 2016년 대검찰청이 연구용역을 발주해 1억6000만원을 들여 개발한 시스템이었고, 같은 해 12월 처음 시범 운영됐다. 24시간 온라인상의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아이스(필로폰의 은어)’라고 입력하면 필로폰을 판다는 광고를 찾는 식이다. 실제 얼음(ICE) 광고까지 잡히면서 정보를 수작업으로 걸러내야 했지만, 마약 수사의 초동 단계에서 효자 노릇을 했다.

인터넷모니터링시스템은 탄생 이듬해인 2017년부터 다수의 성과를 이뤄냈다. 시스템을 통해 단서가 발견되면 검찰 수사관들이 증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졌다. 국내 곳곳에 대마 생산·재배 시설을 만든 뒤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을 통해 마약을 유통하는 사범들이나, 대마 등을 몰래 국내로 들여와 판매한 사범들이 모두 이 시스템을 통해 덜미가 잡혔다.

일례로 검찰은 2017년 9~11월 부산 도심 상가에서 대마를 재배한 뒤 다크웹을 통해 판매한 일당과 베트남에서 마약을 들여와 다크웹에서 판 일당을 검거했는데, 인터넷모니터링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유명 다크웹으로 알려진 ‘하이코리아’ 운영자들도 이 시스템을 통해 검거됐다.

초창기부터 잇달아 크고 작은 성과를 낸 인터넷모니터링시스템은 출범 후 2년 만에 다크웹 수사팀으로 발전했다. 2019년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에 정식 수사팀이 들어서며 다크웹을 통한 마약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다.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이날 출범한 범정부 마약범죄특별수사팀 현판이 걸려 있다./뉴스1

◇文 정부서 문 닫았다 비로소 부활…“마약 범죄 고도화에 투자 절실”

그러나 이듬해인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검찰이 마약 수사를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마저 형성되면서 다크웹 수사팀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당시 수사팀에 소속돼 있던 수사관들은 다른 부서로 발령받거나,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2021년 2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며 마약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 자체가 사라지자, 손발이 묶였던 다크웹 수사팀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국내 텔레그램 이용자가 급증하고 다크웹의 보안 강도가 높아지며 마약 범죄가 고도화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마약 수사를 맡았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무기를 완전히 빼앗긴 상태에서 지켜보기만 했다”고 그때를 회고했다.

문을 닫았던 다크웹 수사팀은 작년 12월 비로소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검수원복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에야 검찰의 마약 직접 수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출범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산하 팀으로,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인천지검에 설치돼있다. 각팀은 주임검사 1명과 수사관 5명으로 구성됐다. 인터넷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수사가 이뤄지던 당시와 유사한 방법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팀은 벌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랑구 ‘대마 공장’뿐 아니라 경남 김해 아파트의 대마 재배시설도 다크웹 수사팀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텔레그램 메신저에 공유된 판매 광고를 단서로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다. 이들은 임신한 배우자가 함께 사는 집에 버젓이 대마 텐트를 설치했던 터라 대중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일각에선 “다크웹 수사팀만으로 모든 범죄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팀이 없어졌다 복원된 2~3년 새 다크웹과 범죄들이 고도화된 탓이다. 명맥이 한번 끊겼던 만큼 전문 수사관의 수도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IT 분야 전공자나 과거 수사 경력자 등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라며 “범죄를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설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아파트 등 주거지 등에서 대마 재배 및 생산 행위 적발 브리핑에서 공개된 대마 전문 재배 및 생산시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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