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도 방어도 동북아 최강”…‘바다의 방패’ 정조대왕함, 탄도미사일도 쏜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4.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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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V-2를 영국 런던에 발사,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이래로 탄도미사일은 현대전에서 다양하게 쓰였다. 하지만 일부 핵보유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제외하면, 지상에서 쏘는 방식은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다.

한국 해군이 이같은 방식에 변화를 꾀하며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군함에서 쏘는 함대지 탄도미사일 개발을 선언한 것이다.

해군의 최신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정박해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방위사업청은 13일 제15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다. 2036년 전력화를 목표로 내년부터 6100억원이 투입된다.

해군의 최신 함정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과 한국형 ‘미니 이지스’ 차세대 구축함(KDDX), 합동화력함에 탑재될 탄도미사일은 한국 해군 전략적 억제력 강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파괴력 강화 위한 선택” 해석

먼바다에 떠 있는 군함에서 내륙 깊숙한 지역을 타격하는 작전은 주로 순항미사일을 이용해서 이뤄졌다.

순항미사일에 의한 공습은 정확도가 높아서 민간인 피해가 거의 없는 정밀타격을 가능하게 했다. 미 해군 이지스함이 적대국의 도발을 억제하는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는 것도 내륙 지역의 표적을 무력화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순항미사일의 한계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항미사일은 오차가 매우 낮아서 표적에 대한 명중률이 높지만 파괴력이 부족하다.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초고강도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벙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토마호크를 비롯한 기존의 순항미사일은 관통력이 높지 않아 벙커를 무력화하기가 쉽지 않다.

순항미사일은 지표면 가까이 비행하는 특성으로 인해 속도가 음속에 미치지 못한다. 토마호크는 시속 880㎞, 칼리브르는 시속 979㎞다. 음속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는 적 방공망에 포착되어 요격될 확률을 높인다.

최근에는 패트리엇(PAC-3)이나 S-300, 판치르S1, HQ-17처럼 우수한 요격미사일 체계가 널리 보급되고 있다. 북한도 S-300과 유사한 신형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개발해 실전배치하는 등 방공망을 강화하고 있다. 해상 발사 순항미사일의 위력이 차츰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국내에서 새로 개발될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의 단점을 보완해줄 무기다. 높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은 파괴력이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강하다. 요격 회피기술을 적용하면 패트리엇(PAC-3)이나 S-300 지대공미사일도 요격이 쉽지 않다.

일부 국가에선 탄도미사일을 해상에서 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로라(LORA) 탄도미사일을 민간 선박 등에서 발사했고, 인도는 군함에서 발사하는 다누시(Dhanush) 단거리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10여년 전에 개발했다.

한국이 만들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다누시와 개념은 비슷하지만, 현무 탄도미사일와 SLBM 개발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기술, 탑재함정의 차이 등을 감안하면 위력은 더 우수할 전망이다.

다누시를 탑재한 인도 군함은 2000t 미만의 소형함정이지만, 한국 해군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은 8200t급 대형함이다. 세계 최고의 방공체계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을 갖췄다. 선체 크기가 커서 미사일도 많이 실을 수 있다.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의 주요 구성. 해군 제공
고도의 통합작전능력을 통해 지상 공격과 탄도미사일 방어, 함대 방공 임무를 함께 수행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KDDX에 탑재되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DDX의 전투체계는 이지스 체계 기준으로 베이스라인 4~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이 베이스라인 7.1, 정조대왕급이 베이스라인 9 이상이라는 점에서 성능상 차이가 두드러진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장착하면 전략적 타격능력이 급상승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량의 미사일 탑재도 가능하다.

2018년 장기 신규 소요에 반영됐던 합동화력함도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해군은 지난 11일 합동화력함 개념설계 업체로 대우조선해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추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달부터 12월까지 15억원 안팎의 비용을 들여 개념설계가 이뤄질 예정이다.

개념설계 완료 직후 합동참모본부 검토를 거쳐 국방중기계획 반영 여부가 결정된다. 중기계획에 포함되면, 방위사업청 주도로 사업화 과정에 들어간다.

군은 합동화력함 3척을 건조해 2020년대 후반까지 전력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이르면 현 정부 임기 말에 드러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로라(LORA)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해상에 떠 있는 민간 선박에서 발사되고 있다. IAI 제공
미국이 1990년대에 취소했던 아스널 쉽과 유사한 개념인 합동화력함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육군이 현무 탄도미사일을 증강하고 있지만, 발사차량(TEL)이나 지상기지는 여전히 부족하다. 반면 북한은 600㎜ 초대형방사포와 전술지대지유도무기 등을 실전배치해 육군 탄도미사일을 선제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 기습 직후 반격을 하려면 바다 위에서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쏠 수 있는 합동화력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북한이 장거리 지대함 공격능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해상에서 이동하며 탄도미사일을 쏘는 합동화력함은 억제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지나치게 많은 무장을 싣고 있는 합동화력함이 공격을 받으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예산 제약을 감안하면, 단일 목적 함정보다 다목적 군함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과 주변국 겨냥한 전자전기 개발

이날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선 공군 전자전기를 국내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전기 사업추진기본전략도 의결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방위산업체가 공동 추진하며, 내년부터 2032년까지 1조8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수송기나 민간 비즈니스 제트기에 전자장비를 장착하는 원거리 전자전기(Stand-off EW)로 개발된다. 탑재 플랫폼은 미군 EC-37B처럼 비즈니스 제트기를 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전자전기에 쓰이는 주요 핵심 장비를 국산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산화율을 97%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탑재 항공기를 제외한 모든 장비와 기술을 국내 조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군의 신형 전자전기 EC-37B. 미 공군 제공
이는 군이 예전에 실시했던 백두체계 능력보강 사업과 유사한 형태다. 백두체계 능력보강 사업은 북한 지역에서 발신되는 전자 신호정보와 미사일 발사 여부를 판단하는 화염탐지 기능 등을 갖춘 신형 백두정찰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2011~2018년 실시된 1차 사업은 프랑스 닷소사 비즈니스 제트기인 팰콘2000S에 ADD 주관으로 LIG 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만든 전자정보 수집장치와 송수신장치를 탑재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개조와 체계통합 등을 맡았다.

2차 사업은 업체 주관으로서 202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체계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까지 진행되는 2차 사업은 팰콘 2000LXS 비즈니스 제트기에 LIG 넥스원의 전자정보 수집장비와 데이터링크 등이 장착되는 형태다.

제트기를 플랫폼으로 쓰면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전자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차례에 걸친 사업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전파방해 신호가 장비 가동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신호간섭 제거, 위협적인 전자신호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류하고 대응하는 기술 등이 전자전기 개발과정에서 추가될 전망이다.

군 안팎에선 전자전기 사업 착수가 많이 늦었다는 반응이다. 주변국들이 전자전 능력을 강화하며 한국 공군을 위협하고 있었지만, F-35A 등 전투기 위주의 전력증강에 밀렸다는 것이다.

백두체계능력보강사업으로 개발된 신형 백두정찰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실제로 중국은 전자전기 40대, 러시아는 23대, 일본은 5대를 운용하며 전자전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자 기술을 급속하게 발전시키면서 전자전 능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 공군은 전자전 능력을 갖춘 J-16D를 배치했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는 기존에 운용하던 Y-8 계열 전자전기가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윙룽-10 무인기의 전자전 버전이 배치됐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방공식별구역에서 중국 군용기와 대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중국이 전자전기로 전자전을 감행하면 F-15K로서는 대응이 쉽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공군 전자전기가 함께 움직인다면,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해 전자전을 실시해 아군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 상급부대 및 동료와의 교신을 방해하고, 유도무기 사용도 무력화할 수 있다.

북한 도발 대응과정에서도 전자전기의 중요성은 크다. 북한은 러시아산 S-300과 비슷한 신형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실전배치하고, 방공망을 정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군의 Y-8 전자전기가 동중국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제공
지대공미사일의 사거리와 정밀도가 예전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 내륙에 침투해 지상 표적을 폭격하는 방식은 위험부담이 크다.

넓은 범위에 걸친 전자전을 통해 방공부대와 레이더 기지, 사령부간 교신을 방해하고 탐지능력을 저하시켜 요격 시도를 하지 못하게 해야 조종사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공습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북한 공군 전투기의 경우 지상관제에 의존해서 교전하는 만큼 지상 관제소와 전투기 사이의 통신망에 전파방해를 하면, 한국 공군의 제공권 장악도 그만큼 쉬워진다.

군 안팎에서는 전자전기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고, 착수 시기도 늦었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사업 진행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서 군과 정부 당국의 정책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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