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도 6개월 만에 올해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검토… 내달 11일 발표
수출 둔화 장기화에 고물가·고금리, 금융 불안 악재
한은·OECD·IMF 등 국내외 기관 잇달아 하향 조정
KDI도 0.2%P 정도 낮출 듯… “아직 확정 단계 아냐”
작년 11월부터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다음 달 11일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아직 한 달가량 남아 수치를 확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의 수출 부진과 금융 불안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KDI는 올해 성장률을 0.2%포인트(P) 정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2023년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확정하고자 현재 수출·생산·소비·투자·물가·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KDI는 국내외 경기 흐름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한 다음 내달 11일 새로운 성장률 수치를 공개할 방침이다. KDI 관계자는 “아직 (수정 전망치가) 결정된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11월 KDI는 2023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올해 2월 수정 경제 전망 발표에서도 1.8%를 유지했다. KDI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5월 발표 때는 성장률을 소폭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한 수출 부진과 금융 불안,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우리 경제에 계속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어든 551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감소다. 무역수지는 3월까지 13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4월 10일까지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258억6100만달러에 달한다. 작년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477억8500만달러였는데, 절반 넘는 적자가 벌써 쌓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한창 치솟던 작년 여름보다는 꺾였지만,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두 배가량 웃도는 4%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는 지난달 기준 4.8%로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월 기준 소비자심리지수는 90.2로 전월보다 0.5P 하락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크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23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6%로 0.1%P 낮춘 바 있다. 이 총재는 하향 조정한 수치조차도 달성하기 힘들다고 밝힌 것이다. 한은뿐만이 아니다. IMF도 이달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낮췄다. IMF는 작년 7월과 10월, 올해 1월과 4월 등 4회 연속으로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지난달에는 OECD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OECD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시장 금리와 채권 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모델을 더 높은 만기 리스크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하고,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경기 둔화 강도가 세다는 게 국내외 기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80달러를 웃도는 것도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악재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올해 상반기까지 경기가 부진하다가 하반기부터 2% 이상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도 의구심도 커지는 양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고금리 대응의 여파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진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보니 상저하고란 말이 등장한 것”이라며 “하반기가 상대적으로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의미일 뿐이니 ‘하고’를 경제 정상화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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