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폐지’로 이슈 선점 꾀하는 野 vs 정부·청년 사이 신중한 與
민주당에서는 폐지 시동…이슈 선점 노려
與는 ‘포괄 임금 오남용 근절’로 ‘신중’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포괄임금제 금지’ 법안을 발의하며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근로 시간 개편안 비판에 이어 이슈몰이에 나섰다. 국민의힘도 최근 들어 포괄임금제에 대해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정부와 청년층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15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포괄임금제 금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이를 위반했을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같은 당의 우원식 의원도 지난해 포괄임금제를 제한하는 등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 형태다. 노사 당사자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한 뒤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한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고,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인정돼왔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는 제도 취지와는 다르게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 ‘임금 체불’의 원인이 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사업체의 37.7%가 법정수당을 실제 일한 시간으로 계산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지급하고 있는 등 실제로 포괄임금제가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근로 시간 개편안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던 청년층은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박재민 노조위원장은 “사용자의 연장근로 지시에 대해서 노동자가 자율적인 의지에 따라서 연장근로를 거부하기는 사실 힘들다”고 했다.
또 “기본 원칙에 입각하지 않은 포괄임금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하는 게 맞다”며 “고정오버타임은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포괄임금제 폐지에 시동을 걸며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포괄임금제 폐지에 관련된 우 의원의 법안을 언급하며 “법안이 아직 논의가 안 됐는데, 저도 관심을 갖고 당에서도 챙겨 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또 지난달 30일 열린 주4.5일제 도입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도 포괄임금제에 대해 “잘못된 제도”라며 “사실상 노동시간 연장을 꾀하고 공짜 근로를 강요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금까지 포괄임금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근로 시간 제도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 ‘주 최대 69시간’ 논란을 낳자 포괄 임금 오남용을 근절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다만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하다. 우선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당정 협의와 간담회를 통해 접근하려 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근로 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한 당정대 조찬간담회에서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근절하고 근로자대표제를 보완하는 등 현장에서 악용될 수 있는 내용을 방지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경기 화성시에서 열린 현장 노동자 간담회에서도 “포괄임금제의 경우에 근로자들이 (근로 시간) 총량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고, 근로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 하다”고 했다. 곧바로 포괄임금제 폐지로 나아가는 대신 고용노동부의 기조에 발맞춰 ‘포괄 임금 오남용’을 근절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포괄임금제 폐지에 동의하지만 부작용이 염려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공짜 노동은 완전히 근절하는 것에 찬성이다. 근로 시간과 관련해 현장을 방문해 4월 중순쯤 중간 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근로 시간과 관련한 당정 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중소기업 청년을 만난 청년 당정대 간담회 후 이같이 밝히며 “19일 당정 협의회에서 임금 체불 대책을 발표할 계획인데 여기에는 초과 수당을 못 받는 것 등을 다 포함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날 발표되는 대책은 포괄임금제 관련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최고위원은 “임금 체불 안에 포괄임금제 부작용이라고 하면 초과 수당과 공짜 야근 등”이라며 “그런 부분도 임금 체불에 들어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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