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력 대선주자의 '좌파 대학과의 전쟁'[PADO]
[편집자주] '문화전쟁'은 근래 미국 정치의 화두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런 이름으로 부각된 것이 근래일 뿐, 늘 미국 정치의 주요 이슈를 장악하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전쟁의 구체적인 정의는 여전히 논쟁거리이지만 멀리는 '정치적 올바름'부터 근래에는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인종), 낙태(여성인권), 동성애 혼인(성소수자) 등을 포괄하고 있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는 듯합니다. 과거의 문화전쟁은 좌파의 인권, 정체성 담론이 미디어(영화, 드라마를 포함), 학계를 통해 우파를 압박하는 형국이었는데 최근에는 우파의 반격이 두드러집니다. PADO가 지난번 소개한 내셔널리뷰의 글('안토니오 그람시와 미국의 '문화전쟁'')은 그간 늘 수세에 몰려 있던 우파의 관점에서 문화전쟁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를 논하는데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응을 높이 평가합니다. 드산티스는 트럼프를 대신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로,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 플로리다에서 구사하고 있는 문화전쟁 전략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플로리다 명문 공립 대학교 플로리다 뉴칼리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산티스식 '개혁'을 현장취재한 이코노미스트의 자매지 1843매거진의 3월 11일 기사를 요약 소개합니다.
"기자세요?" 한 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학생신문에 실린 사진에서 그의 덥수룩하게 긴 머리를 알아봤다. 리비 해리티는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공립 리버럴아츠 대학인 플로리다 뉴칼리지 학생회의 의회부 의장이다. 학생회 의회부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해리티는 회의장에 기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리티는 이 기사에서 자신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성별을 구별하는 he/him나 she/her대신 they/them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죄송하지만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해리티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학생회 회칙에 따라 이 회의는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고 대답했다. 나는 관련 구절을 보여주려고 회칙을 인쇄해 들고 있었다. 해리티는 돌아서서 암홍색 카펫이 갈린 계단을 따라 무대로 돌아갔고, 학생회 임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통로 너머 앉아 있던 두 명의 여성이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들의 판결을 기다렸다.
뉴칼리지 학생들이 이렇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뉴칼리지는 지금 포위된 상태다. 야심찬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는 학교에서 좌파 헤게모니를 제거하기 위해 십자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드산티스는 플로리다의 여러 공립대학 문제에 개입해 왔지만 어느 곳에서도 여기 뉴칼리지만큼 강력하게 개입하진 않았다. 뉴칼리지는 소규모의 진보 성향 대학으로 많은 재학생들이 스스로를 LGBTQ로 정의한다. 주지사의 비서실장은 이 대학을 '남부의 힐스데일'로 재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는데 힐스데일칼리지는 미시간의 보수 성향 사립 기독교 대학이다. 드산티스는 자신이 플로리다의 다른 대학에 했던 것처럼 '다양성, 결과적 평등, 포용성(DEI)' 원칙을 '절차적 평등, 능력, 인종 무관' 원칙으로 대체하고, "자유기업, 시민적 덕성, 가정생활, 종교적 자유, 미국적 원칙"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교수진을 채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드산티스와 그의 교육계 조력자들 지난 1월 총원 13명의 뉴칼리지 이사회에 7명의 새로운 이사를 임명했다. (한 번에 이사회 인원을 이렇게 급격히 변경한 전례는 없으나 합법적이기는 하다.) 모두는 보수 성향이고 한 명은 힐스데일칼리지 교수다.
드산티스는 의지를 갖고 강권을 행사하면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긴다. 그에게 뉴칼리지는 자신의 이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실이다. 실험은 새로운 이사회가 처음으로 모인 1월 31일에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몇몇 이사들은 이미 자신들의 계획을 언론에 공개했다. 보수 성향의 크리스토퍼 루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사회가 "새로운 핵심 커리큘럼을 다시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트위터에 "실적이 저조하고 특정 이념에 포획된 학과를 폐쇄하고 새로운 교수진을 채용할 것"이라고 썼다. 첫 회의에서 이사회는 평판이 좋았던 총장을 전격 해임했다. 교육 혁신을 추구하는 드산티스의 측근 리처드 코코란이 총장 대행으로 임명됐다. 이사회는 이후 '사회 봉사 및 포용적 우수성' 사무실을 폐지했다. (사무실 직원 4명 중 3명은 다른 직책으로 대학에 남아 다양성 관련 업무를 계속 할 예정이다.) 드산티스가 이사회에 임명한 에디 스피어는 서브스택에 "뉴칼리지의 이사로서 우리는 이 학교를 '워우크(woke)'(깨어있다는 의미의 미국 좌파적 표현-역주) 사상으로부터 구출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많은 학생들은 캠퍼스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다. 새 이사진과 임시 총장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때때로 영상촬영팀이 이들을 뒤따른다. 기자들이 이 행렬을 뒤따른다.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한 저널리스트가 분필로 메시지를 육교에 적어놓은 것이 보였다. 메시지 옆에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도 적어놨다.) 새로 선출된 이사 중 한 명은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 학교에 협박 이메일을 보냈다. 한 익명의 트위터 계정은 극우파 민병대인 '프라우드 보이즈'와 '오스키퍼'의 지역회원들이 이사회 회의에서 질서 유지를 맡게 된다고 주장했다. 도서관 직원들은 폭력적인 침입자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학생들은 낯선 외부인들을 의심한다.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으니 언론에 실명으로 발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학생회 회의는 일 주일 전 이사회가 대학 총장을 쫓아낸 후 처음 열린 회의였다. 사람들이 할 이야기라곤 보수주의자들의 학교 점령에 대한 것밖에 없었다. ("우리 지금 무슨 언론 대응 교육이라도 받는 중인가?" 내 앞에 있던 한 학생이 옆 사람에게 속삭였다.)
해리티는 무대를 돌아다니며 사회를 봤고 50명이 넘는 참석자들을 부를 땐 모두에게 친근하게 성을 빼고 이름을 불렀다. 학생회 참석자들은 드산티스가 말한 전면적인 변화는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지적하며 이 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우려 했다. "우리 모두를 강제로 퇴학시킬 수도 없고, 1년만에 학생 구성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원하든 원치않든 우리 뉴칼리지의 문화는 변치 않을 것입니다"라고 해리티는 말했다. 학생들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동의를 표시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정확히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 논의가 시작되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나왔다. 캠퍼스는 크게 두 개의 파벌이 있다. 해리티는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새 이사회와 협력하기를 원하는 그룹의 리더 중 한 명이다. 회의에서 스피어 이사(기독교계 고등학교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는 학생들의 우려를 잘 헤아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정말로 자기 학교 학생들을 아낍니다. 그가 우리 학교에 와서 모두를 알게 되면 우리 학교 학생들도 정말 아끼게 될 거에요." 한 학생회 간부가 말했다.
이 말에 투쟁파 구성원들이 격분했다. 한 학생은 "스피어가 대놓고 트랜스젠더를 혐오한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학생은 나중에 미국 학교들이 '성소수자 의제'로 학생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경고한 어느 트윗에 스피어가 '좋아요'를 누른 걸 내게 보여줬다. 스피어는 최근 트랜스젠더가 "정신 장애"로 고통받는다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주장을 트윗하기도 했다.) 나중에 스피어에게 이 학생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렀더니, 그는 "워우크 이데올로기는 항상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이어지죠"라고 대답했다.
투쟁파 학생들은 시위를 조직했다. 한번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머리를 파랗게 물들인 트랜스젠더 여성 샘 샤프가 대학 이사회를 "망할놈의 파시스트들"이라고 비난했다. 학생회 회의에서 투쟁파의 다른 구성원은 이사진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이사진은 이른바 "워우크" (그는 두 손의 손가락으로 인용부호를 그리면서 이 말을 특히 강조했다)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문화전쟁에서 항상 등장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적에게 선의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가 아니면 절망적일 정도로 순진한 일인가?
타협은 해리티의 원래 기질에 맞지는 않는다. 날씬한 몸매에 깔끔한 얼굴로 실제 나이인 19살보다 더 어려보이지만 고등학교 시절 "레이건주의자 백인 녀석들"과의 말싸움을 통해 싸움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죽을 힘을 다해 싸웠어요. 그놈들은 정체성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지만 저한테는 이성애-가부장주의 정체성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정말 중차대한 문제였거든요."
해리티는 이 대학에서라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그것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끌려 뉴칼리지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 대학은 반짝이는 새러소타만이 내려다보이고 오래된 벵골보리수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는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뉴칼리지는 1964년, 플로리다 최초로 모든 인종의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대학이 됐다. 자유분방한 정신이 교육 프로그램에도 스며들어 있다. 학생들은 성서 히브리어나 퇴비만들기 같은 자신만의 과목을 설계할 수도 있고, 로봇 의수 개발이나 적조 퇴치 등 독자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해리티는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을 키우고 "치즈의 문화적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프랑스에 다녀왔다. ("제 지도교수님은 '아주 잘 했어'라더군요.") 교수진은 일반적인 ABC식의 성적을 주는 대신 '서술형 평가'를 한다. 이 학교의 교과과정이 엄격함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뉴칼리지는 US뉴스앤월드리포트의 대학랭킹에서 최근 미국 공립 리버럴아츠 대학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명문이다.
뉴칼리지가 어떻게 드산티스 주지사의 눈에 띄게 되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젠더와 인종에 대한 진보적 사상은 그의 '워우키즘'과의 전쟁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작년에 제정된 그의 '게이라는 말 금지' 법은 초등학교에서 젠더 이데올로기나 성적 성향에 대한 토론을 금지했다. 드산티스는 또한 작년에 플로리다 학교에서 흔히 '비판적 인종이론(CRT)'으로 불리는 인종에 대한 특정 사상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유사한 법에 서명했다. 그는 이 법을 대학에도 적용하려다가 법원의 제지를 받았다.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대학 교수는 초중등 교사보다 더 폭넓은 교권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법원의 제지를 받은 드산티스는 플로리다의 공립 대학, 특히 뉴칼리지의 운영을 가장 급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지지자들은 뉴칼리지가 주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기 대문에 주 정부에게 교육방향을 정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 구성된 이사회는 "고전적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들이 가르치고 싶은 구체적인 과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들이 힐스데일처럼 기독교 색채가 강한 교육을 요구할지는 불분명하다. (새 이사진의 대면회의는 스피어 이사의 제안으로 힐스데일의 정신에 따라 기독교 기도로 시작되었다.)
해리티가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다른 시위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회의 리더로서 그는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더욱 폭넓게 대변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해리티는 이사회를 외면하는 대신 이사회와 대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무너져가는 기숙사, 불합리하게 짧은 학생식당 영업시간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을 지키고 있는 이 이상하고 비열한 사람들에게 노골적으로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보다는 이들에게 호소할 방법을 찾는 게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거에요." 해리티는 말했다. "스피어 이사가 게이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게이나 게이 행사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가 게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거지같은 일이지만 우린 기숙사를 고치기 위한 돈이 필요합니다." 2월 28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임시 총장은 캠퍼스 시설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학생식당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해리티는 이러한 실용적 접근방식에 자신의 야망이 한몫을 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운 듯 웃으며 인정한다. 그는 올해 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고려하고 있어서 이사진에 대한 학생회 간부들의 영향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학내 저항의 간판이 된 행동파 학생 샤프는 학생회가 대학 이사회와 대화를 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 것은 맞지만 해리티와 그의 일파가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악의를 가진 행위자들과 타협하고 외교적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걸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거 같아요." 그는 그들의 접근방식을 설명하면서 "유화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학생들의 대응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이란 일시적인 공동체일 따름이고, 현재의 뉴칼리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해리티는 학교 입학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직원들이 신입생 부모로부터 수많은 불만을 접수했으며, 그 중 상당수가 등록금 납부를 취소했다고 말한다. 많은 학생들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부금을 내던 졸업동문들은 드산티스가 추진하는 변화시도에 반발해 기부를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주지사는 이미 뉴칼리지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학생 구성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할 것입니다." 루포가 2월 28일에 올린 트윗이다. 일부 학생은 "자진해서 떠날 것"이며 우리는 "이 학교의 교육철학에 부합하는 신입생을 모집할 것"이라고 썼다. 학생들이 학교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사진은 학생들을 교체할 것이다.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subin.ki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중3 때 임신→남친 설득에 자퇴해"…배윤정 "욕 나올 뻔" 분노 - 머니투데이
- '5세 연상' 엄현경, 軍복무 차서원과 결혼·임신…"내년 전역" - 머니투데이
- 엑소 첸백시, 가스라이팅 당했나…"재계약 안하면 팀에 불이익 '회유'" - 머니투데이
- '사생활 논란' 김선호 "지금 울고 싶다, 고민 많아"…심경 고백 - 머니투데이
- 쓰레기통서 옷 주워입은 백종원…'옷 주인' 이장우가 한 말 - 머니투데이
- "여 BJ 녹음은 사적대화, 난 당당"…8억 뜯긴 김준수, 마약에 선긋기 - 머니투데이
- 내년엔 '무역전쟁 2.0'? 중국이 택할 수 있는 4가지 - 머니투데이
- 안개 낀 주말 아침 날벼락…삼성동 아파트 충돌한 '헬기' [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
- HLB, '빅 이벤트' 앞둔 HLB테라퓨틱스에 선제적 투자 - 머니투데이
- 김호중 '실형' 항소에 바빠진 팬들…"로펌별 장단점 정리해 전달"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