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역사적인’ 시작, 탬파베이의 질주는 어디까지?[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말 그대로 '역사적'인 시작이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4월 14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 4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9-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한 탬파베이는 개막 13연승을 달성했다. 4월 1일 시즌 개막전부터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탬파베이는 시즌 승률 '1.00'의 어마어마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이하 기록 4/14 기준).
'역사적'이라는 것은 그저 수식어가 아니다.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실제로 이름을 올렸다. 개막 13연승은 메이저리그의 '현대시대(Modern Era, 1900년-)' 최장 타이 기록.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1982년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1987년의 밀워키 브루어스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메이저리그의 상징과도 같았던 1920년대 뉴욕 양키스조차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투타 조화가 대단했다. 탬파베이는 13연승 기간 동안 타선이 101득점을 올렸다. 14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팀 100득점을 달성한 구단은 탬파베이 뿐이다. 100득점은 커녕 팀 80득점을 올린 팀도 없다. 탬파베이를 제외하면 LA 다저스가 79득점을 올린 것이 최다 기록이다. 탬파베이의 팀 실점은 단 30점. 이 역시 현재 1위 기록이다. 득실차가 무려 +71점. 득실차 전체 2위인 밀워키 브루어스(+25점)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는 탬파베이의 개막 13연승 대기록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탬파베이의 올시즌 성적은 득실차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피타고리안 승률'로 계산해도 12승 1패다. 탬파베이가 시즌 개막과 함께 선보인 투타 조화를 생각하면 이런 성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의미다.
현재 OPS가 0.900 이상인 선수가 무려 9명. 시즌 규정타석을 충족시키고 있는 5명의 선수들(브랜든 로우, 완더 프랑코, 얀디 디아즈, 랜디 아로자레나, 이삭 파레디스)은 모두 OPS 0.900 이상을 기록 중이다. 마운드에서도 규정이닝을 채운 3명의 선발투수(드류 라스무센, 제프리 스프링스, 셰인 맥클라나한)가 모두 평균자책점 1.60 미만을 기록 중이고 팀 전체로도 3.00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투수가 9명이다.
물론 운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탬파베이의 운은 바로 '대진운'이다. 탬파베이는 시즌 첫 4번의 시리즈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치렀다. 네 팀 모두 현재 자신이 속한 지구에서 최하위를 달리는 팀이다.
14일까지 탬파베이와 만난 네 팀의 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5승 8패, 승률 0.385를 기록한 보스턴이 네 팀 중 가장 성적이 좋다. 4승 9패(승률 0.308)의 워싱턴은 간신히 승률 3할을 넘겼고 디트로이트(3승 9패, 승률 0.250), 오클랜드(3승 10패, 승률 0.231)는 아예 승률이 2할5푼 이하인 팀들이다. 오클랜드(0.370)와 워싱턴(0.340)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승률 29위, 30위 팀이고 디트로이트도 지난시즌 승률이 0.407에 그쳤다. 그래도 '이름값'이 있는 보스턴을 제외한 세 팀은 사실상 모든 팀들이 만날 때마다 '여기서 최대한 승리를 쌓고 간다'는 생각으로 시리즈를 준비하는 최약체 팀들인 셈이다.
물론 아무리 약한 팀도 3-4번 중 한 번은 이기는 것이 야구다. 전력의 격차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탬파베이의 역사적인 출발은 단순한 '대진운'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확실하게 승리라는 결과를 낸 탬파베이의 실력이 이뤄낸 성과다.
탬파베이는 이제 올시즌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을 만난다. 탬파베이는 15일부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 3연전을 갖는다. 아쉬울 법도 하다. 토론토와 3연전을 마치면 탬파베이를 기다리는 팀은 또 하나의 '최약체'인 신시내티 레즈기 때문이다. 물론 약체 팀들과의 대전이 앞에 몰려있다는 것은 한창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는 시기에 강호들을 더 자주 만나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직 초반이지만 지지 않고 많이 이기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탬파베이가 올시즌을 162승 무패로 마칠 가능성은 0이라고 볼 수 있지만 초반부터 앞서나가서 나쁠 것은 없다. 탬파베이는 개막 13연승을 달성하며 구단 최다연승 신기록도 썼다.
1998년 창단한 탬파베이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막내 구단'이다. 애리조나가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반면 탬파베이는 아직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대단한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한 탬파베이가 과연 올시즌을 어디에서 마칠지 주목된다.(자료사진=탬파베이 레이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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