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는 잡혀가는데…고개드는 경기침체 우려

김기훈 2023. 4.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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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브리핑]
연준, 3월 FOMC 의사록서 연내 침체 언급
S&P500 기업 2분기 연속 역성장 전망

"은행 사태가 올해 말 완만한 침체(mild recession)를 촉발한 뒤 2년간에 걸쳐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지표가 인플레이션 둔화를 알리면서 긴축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는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연준의 연내 경기 침체 고백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주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시즌이 개막한 가운데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역성장이 예상된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낮아져 있는 만큼 실적 부진에 따른 실망감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실적이 저점에 다다랐다는 인식과 더불어 향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할 것이란 희망 섞인 의견도 나온다.

/그래픽=비즈워치

연준, 침체 직접 언급…경기 논쟁 가열

시장의 관심을 모은 미국의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를 기록하면서 당초 예상치보다 낮게 나타났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2.0%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상승폭은 분명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루 뒤 공개된 3월 PPI는 전월보다 0.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4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PPI는 일반 소비자 물가의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다. 지난달 PPI 수치는 물가 안정 전망에 설득력을 더해줬다.

물가 상승세 둔화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면 긴축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경기 침체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소속 경제학자들은 올 하반기 완만한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이를 벗어나는데 2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완만한 침체'는 3월 FOMC 당시 발표된 경제 전망에 이미 포함된 터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라면서도 "의사록 문구에 등장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경기 낙관론을 펼치며 침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나올 지표들에 따라 논쟁은 더 가열될 소지가 있다.

시장은 인플레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아직 높은 근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연준이 5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정책과 금리 방향성을 결정할 지표들은 대부분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봇·Pivot)에 유리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근원 CPI 물가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5월 FOMC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다.

 기업 실적 2분기 연속 역성장할 듯

1분기 어닝시즌의 문이 열린 가운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는 일단 낮추는 게 현명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5.2%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매출 증가율 역시 1.6%에 그치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업종에서 전망치 하향이 이뤄지고 있고 기업 이익과 연관된 경제지표들도 부진한 만큼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 예상대로라면 실적 역성장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시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 부진 자체에 실망하기보단 점차 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3분기 실적 회복 가능성이 큰 업종에 미리 관심을 두라고 조언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상 하반기 유의미한 회복세가 예상되는 업종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유통, 반도체, 미디어·엔터, 금융서비스, 소재, 유틸리티, 생활용품"이라며 "대체로 대형 성장주+방어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기훈 (core8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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