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의 사라진 백브리핑…속내는 '잡음 그만'
최고위원 설화 부담됐나…'대변인 백블' 野와 맞춘단 지적도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취임 한 달을 맞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줄여나가고 있다. 최근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 등으로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적극적인 언론소통보다는 언론 노출 빈도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김기현 대표 측근에 따르면 김 대표는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을 꾸준히 축소하고 있다. 유상범·강민국 의원 등 수석대변인들에게 백브리핑을 일임하겠다는 방침이다.
백브리핑은 현안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밝히는 공식 브리핑이나 행사가 끝난 뒤 진행된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식으로 현안에 대한 배경이나 입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한 정치권의 관행이다. 민감한 현안, 논란 등에 대한 불편한 질문이 나와 백브리핑을 꺼리는 정치인들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반갑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궁금한 점 있으십니까"라고 인사하는 등 백브리핑에 잘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대표 취임 초기에도 최고위원회의와 각종 행사 이후 백브리핑을 소화했다.
하지만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헌법 수록 반대'·'4·3은 격 낮은 기념일' 발언과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 제안이 논란이 되고 당 지지율까지 떨어진 최근에는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을 줄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매주 월·목요일 진행되는 최고위원회의나 각종 행사 직후에 김 대표가 자리를 서둘러 뜨거나 수석대변인에게 백브리핑을 넘기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 대표 대신 백브리핑에 나선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대표가 백블을 안 한 특별한 이유가 있냐. 다음엔 하시는 거냐'는 질문에 "하실 사항이 있으시면 하실 것이고 그렇지 않고 주요 의결사항으로 공지할 부분이 있다면 당 수석대변인이 백블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백브리핑이 진행되더라도 김 대표가 답을 피하는 상황이 늘었다. 김 대표는 전날(14일)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미국이 악의를 갖고 한 정황은 없다'고 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발언에 대해 "팩트 확인이 안 된 시점에 나보고 물으면 내가 어떻게 대답하는가. 내가 신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기념관을 방문한 14일 오전에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된 홍준표 대구시장이 "엉뚱한데 화풀이를 한다"고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 정도 하시죠"라며 말을 아꼈다. 13일에도 관련 질문을 받으면서 "궁금한 것 있으면 하나만 질문하라"며 백브리핑을 시작했다.
홍 시장의 상임고문직 해촉이 최고위에서 의결됐냐는 질문에 응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뜬 김 대표를 기자들이 따라가자 "계속해서 이렇게 카메라 들이대고 할 거냐"며 "내가 매일매일 답변해야하나"라고 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는 당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는 현재, 더이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최고위원들의 설화로 논란이 이어지자 당 지지율을 더 떨어트릴 요인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4월2주 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1%, 더불어민주당 36%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국민의힘은 1%p 하락한 수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김기현 대표 측은 '백브리핑 축소'에 대해 민주당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경우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 행사 이후 백브리핑에 이재명 대표가 아닌 대변인들이 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당도 '대변인 대 대변인'으로 격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은 "민주당은 대표가 직접 (백브리핑에서) 말하지 않는데 우리 당은 계속 대표가 직접 말하면 당 위상 (균형) 문제가 생긴다"며 "백브리핑 축소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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