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의 위기가 월가 황제를 더 웃게 만들었다 [뉴욕마감]
대형은행주들의 실적이 증가했지만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전일 큰 폭의 상승에 피로감을 느낀 탓인지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1% 감소했다는 소식에 약세로 돌아섰다. 이번주 마지막 거래일을 맞아 다소 숨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지수는 빠졌지만 미국 최대 금융사인 JP모간체이스는 지방은행의 파산 위기 속에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올리며 하루 만에 7% 이상 급등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Winner takes it all)는 가장 미국다운 결과가 재연됐다. JP모간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제이미 다이먼 회장을 웃게 한 결과다.
14일 다우존스 지수(DJIA)는 전일보다 0.42%(143.22포인트) 떨어진 33,886.47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도 42.81포인트(0.35%) 내린 12,123.47에 거래를 마쳤다. S&P 500 지수는 8.58포인트(0.21%) 하락한 4,137.64에 마감됐다.
장 초반 기세는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분위기였다. JP모건체이스가 1분기에 주당 4.32달러의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예상치인 3.41달러를 크게 넘어선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지방은행들이 파산하자 그들의 계좌에서 빠진 자금이 JP모간 등 대형은행으로 쏠린 덕분이다. JP모건은 이날 7% 이상 뛰어올랐다. 씨티그룹과 블랙록 등도 각각 4%대와 3%대 상승해 업종 전체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톱티어를 제외한 이들은 소외되는 분위기였다. 웰스파고도 이익증가 보고서를 내놨지만 장중에 2% 남짓 상승하다가 종가에는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의료보험 금융사인 유나이티드헬스는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보고했지만 오히려 주가가 2% 하락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소매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사실 하락폭은 가스 가격이 낮아진 때문"이라며 "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도 하락했는데 이는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더 문제인 것은 근원(식료품 및 가스 가격 제외) 물가가 완고하게 높았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ed)를 자극해 장기적으로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그룹 CEO인 제인 프레이저는 "1분기 소비자 지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여행과 엔터테인먼트는 3월에도 계속 성장했지만 필수품은 제자리 걸음이었고 다른 지출은 거의 모두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프레이저는 "3월의 지방은행 위기로 인해 미국이 올해 후반에 가벼운 경기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3월 연준 FOMC(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 동조했다.
이날 특징주 가운데는 보잉이 보잉이 차세대 주력기인 737 맥스 인도지연 우려에 6% 이상 주가가 빠져 이목을 끌었다. 보잉은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Spirit AeroSystems)의 비표준 제조공정이 737맥스후미 동체에 있는 2개의 피팅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등이 주문한 737맥스의 인도시기를 지연시킬 것으로 우려되면서 보잉 주가를 흔들었고,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는 14% 이상 하락했다.
웰스파고는 은행주 가운데 이익이 늘었지만 이날 주가가 빠지면서 의구심을 갖게 했다. 주당 이익이 지난해 90센트와 1분기 추정치인 1.13달러보다 높은 1.23달러를 기록했지만 이 은행은 같은 기간에 대손충당금을 12억 달러나 늘렸다고 밝혔다. 위기를 대비한 것이지만 예금인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건강보험을 파는 유나이티드헬스도 1분기에 919억3000달러의 매출과 6.26달러의 주당 조정이익을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매출 897억8000만 달러, 주당이익 6.13달러)를 뛰어넘는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3% 가까이 빠졌다.
하트퍼드 파이낸셜도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4% 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이 보험사는 최근 겨울 폭풍과 최근 전국적인 토네이도, 바람, 우박 현상으로 인해 손실율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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