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6월도 인상 가능성"…기대인플레 급등에 미 증시 약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소비 부진이 현실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인식 와중에 기대인플레이션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1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3%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1% 내렸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35% 떨어졌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하락 압력을 받았다. 개장 전 나온 소비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3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를 하회했다. 휘발유, 자동차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 판매는 0.3% 감소했다.
미국 경제의 70% 비중에 육박하는 소비는 경기의 척도로 여겨진다. 연준이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여파가 소비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소비 심리는 더 나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를 둘러싼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에 나와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침체를 겪을 수 있다”며 “약간의 완만한 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장 직후 나온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은 3대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미시건대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4.6%를 기록했다, 전월(3.6%) 대비 큰 폭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최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반등했는데, 미시건대 조사 역시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사람들이 1년간 4% 후반대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조앤 수 미시건대 디렉터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연준이 다음달 외에 오는 6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퍼졌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든,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보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근원물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통화정책을 더 긴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시장은 치솟는 기대인플레이션과 일부 매파 발언에 6월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에 겁을 먹었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졌지만, 이는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며 “더 큰 우려는 근원물가가 완고하게 높다는 점”이라고 했다.
뉴욕채권시장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채권금리 상승).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137%까지 뛰었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15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537%까지 올랐다. 9bp 가까이 뛰었다.
주목 받았던 미국 대형은행 실적은 호조를 보였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형은행으로의 예금 이동 등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1분기 126억2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52% 급증한 규모다. 주당 순이익은 4.10달러로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41달러)를 상회했다. 매출액도 383억5000만달러로 월가 전망치(361억3000만달러)를 웃돌았다. 3월 말 현재 고객 예금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370억달러 증가한 2조3800억달러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SVB 사태 이후 안전한 대형은행으로 돈을 옮겼기 때문으로 읽힌다.
씨티그룹은 1분기 46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했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1분기 순이익이 50억달러에 육박했다. 1년 전보다 32% 증가했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등의 주가는 급등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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