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부, 궤변으로 美 도청의혹 은폐”

"김태효 경질하라"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한 정부 대응을 맹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해명까지 요구했다.

아울러 '미국이 악의를 갖고 한 정황은 없다'고 발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가 억지와 궤변으로 도청 의혹을 덮으려는 모습"이라며 "비굴한 저자세로는 주권도 국익도 지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눈치만 살필 때가 아니라 대등한 주권 국가로서 당당히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해당 의혹에 대한 양국의 공동 조사 필요성도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미국 대통령이 침묵으로 (도청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통령실의 '위조·날조' 주장은 거짓말 해명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뺨 맞은 사람이 때린 사람에게 때린 적 없다고 말해 달라고 애걸복걸이라도 할 요량이냐"고 쏘아붙였다.

정 최고위원은 "국가안보를 책임진다는 김태효 1차장의 태도를 보면 기가 막힌다. 김 차장은 공직을 맡기엔 부적절하다"며 "윤 대통령은 책임을 물어 경질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김 차장이 연일 비상식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망언이자 '아무말 대잔치'"라며 "피해자가 가해자 비위를 맞추기 위해 급급한, 비굴함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사고를 가진 대통령이라면 나라 국격을 갈아먹고 국민 자존심을 구기는 김 차장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즉시 김 차장을 징계하라"고 주장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김 차장을 경질하고, 이 사안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 도청 문제를 매듭짓고 한미정상회담에 가라"고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방미 전에 최소한 4가지 조치는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대통령실 도·감청방지 시스템 전면 구축, 김태효 1차장 경질,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전광훈 리스크'로 내홍을 겪는 국민의힘 상황도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기현 대표는 '미스터 쓴소리'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며 확실히 전광훈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며 "이는 망언은 괜찮고, 쓴소리는 하면 안 된다는 국민의힘 당 윤리를 확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는 존재감은커녕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지지도를 의식하느라 민생핑계로 연일 먹방만 찍던 김 대표의 첫 작품"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서 최고위원은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이는 당이 돼선 안 된다는 중진들의 지적에도 국민의힘은 엉뚱하게 홍준표 대구시장을 내뱉었다"며 "온갖 욕설을 담은 말을 하는 '극우 리스크'가 국민의힘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시장의 상임고문직 해촉을 두고 "윤 대통령이 파워게임에서 전광훈 목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