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들은 필수의료 및 기피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
(지디넷코리아=조민규 기자)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직선제 산과의사회’)는 열악한 현실과 의료분쟁 위험으로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및 기피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선제 산과의사회에 따르면 2014년 11월 인천 한 병원에서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태아가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 인천지방법원은 2017년 4월 8개월 금고형을 선고했다. 2019년 6월 대구지방법원 역시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금고 8개월 형 판결과 함께 의사를 법정 구속했다.
또 최근에는 수원고등법원에서 분만 과정에서 과다 출혈 등으로 뇌 손상을 입은 산모 A씨가 B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억6천180만원과 2016년 2월1일부터의 이자를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인정한 배상액과 이자를 합치면 약 1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10년 동안 인구 1000명당 가장 낮은 전문의 증가율 ▲가장 높은 전문의 평균 연령(53세) ▲분만이 가능한 전국 의료기관 숫자는 20년만에 1/5로 감소(지금은 전국적으로 180여곳의 분만의원이 남아있음) ▲1년에 30-40여곳의 분만의원이 문을 닫는 추세이며, 고위험 산모 증가로 분만 위험도는 점점 높아져 민사‧형사소송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선제 산과의사회는 “2014년 인천 자궁 내 태아 사망 사고가 발생, 담당 의사가 금고형을 선고받은 당시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50%대로 급감했다”며 “최근 판결 또한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인데, 의료진 탓으로 돌리며 배상을 판결한 것은 아주 충격적이다. 이로써 필수의료 살리기의 길은 더욱 멀어져 가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출산과 낮은 수가, 분만사고에 대한 무차별적 형사 처벌과 수억 원대에 달하는 민사 소송들로 필수의료인 산부인과의 몰락은 이미 진행된 지 오래”라며 “산부인과를 전공해도 분만 보다는 사고가 적은 부인과, 난임, 미용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전문의는 절반에 가까운 42.4%로 조사되었고 젊을수록 그 비율은 높다. 그중 분만을 하다가 그만둔 이유로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38%) 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산과 의사수도 절벽이 되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산과 의사의 감소는 모성 사망 증가로 이어지며 우리나라 평균 모성 사망비는 10만 명 당 12.29로 OECD 평균에 비해 1.5배 높으며, 분만 취약지에서는 모성 사망비가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직선제 산과의사회는 “필수의료인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산과의사들이 분쟁의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산과 무과실 보상금 정부가 100% 지원 ▲보상액(3000만원 제한) 증가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범위 광범위하게 확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통과 등을 촉구했다.
우선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제도’의, 경우 분만 과정에서 일어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 과실이 없어도 분만의사가 그 재원의 30%를 부담하도록 강제징수 하고 있어 정부가 재원의 100%를 지원하도록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분만 의료사고 관련 민사소송 액수는 10억 원대에 이르고, 병원의 과실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도 환자 및 그 보호자들이 병원에 요구하는 합의 금액은 이미 수 억 원대에 달해 보상액 3천만 원 제한을 증액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범위의 경우는 현재 산모사망, 신생아 뇌성마비, 신생아사망, 자궁내 태아사망 등으로 좁혀져 있는데 분만과정 중 대량출혈이나 혈전‧색전으로 인한 내과‧외과적 합병증 및 장애 등에 따른 보상 또한 확대해 안전한 환경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현재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환자는 무조건적인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편향적 전제하에 제정된 법안이라며, 선의의 의료행위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지속된다면 필수의료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 통과를 촉구했다.
직선제 산과의사회는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나쁜 결과를 의료진 탓으로 돌리면 앞으로 산부인과를 하려는 의사는 없을 것이며, 분만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 자명하다”며 “최선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 가혹한 처벌 및 과도한 배상이 판결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지속된다면 필수의료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없는 현재, 젊은 의사들은 열악한 현실과 의료분쟁 위험으로 앞으로 필수의료 및 기피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민규 기자(kioo@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인수위, 전기차 보조금 폐지"…이차전지주 급락
- 장재훈 현대차 사장, 부회장 승진…호세 무뇨스 첫 외국인 사장 선임
- '9만 비트코인', 하루만에 8만8천 달러 붕괴…왜?
- 배달앱 수수료 7.8%로 인하...'배민 상생안' 극적 합의
- 주52시간 예외·직접 보조금...韓·日, 반도체법 재추진
- 아파트 주차장서 또 벤츠 전기차 화재…이번엔 국내산 배터리
- AI에 세제혜택 준다···"글로벌 기술패권 총력 대응"
- [유미's 픽] 삼성·LG·SK·현대 '빅4'는 웃는데…3Q 눈물 흘린 SI 기업은?
- 넥슨 지스타 부스 인산인해...카잔-오버킬-슈퍼바이브 화제
- LG엔솔 中공장 대규모 감원설…"정상적 구조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