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쓰레기 더미서 발견된 7세 아이··· 학대 사각지대 '외국인 미등록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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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단칸방에서 생활쓰레기와 함께 살고 있던 7세 아이가 발견됐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서울 구로구의 한 고시원에 어린아이가 방치돼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A군을 서울의 한 아동복지센터에 맡겼고, 부모에 대해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인 우리나라 아동에 대해선 정부가 예비소집을 통해 아동 안전 등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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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 미취학 위험신호에도 불체자 자녀라 ‘깜깜이’
전문가 "초교 취학 전 외국인 자녀 전수조사해야"
서울의 한 단칸방에서 생활쓰레기와 함께 살고 있던 7세 아이가 발견됐다. 부모는 장기간 집을 비운 채 아이를 방치했다. 부모가 불법 체류자인 ‘외국인 아이'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 아이'와 다름없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됐지만, 어느 기관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불법 체류자 자녀들이 아동학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서울 구로구의 한 고시원에 어린아이가 방치돼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방 안에 멍한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A(7)군을 발견했다. 먹다 남은 배달 음식 쓰레기와 곰팡이가 핀 음료수, 담배꽁초 등이 가득 찬 방 안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중국 국적 불법 체류자인 부모는 A군을 방에 홀로 두고 수일째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을 서울의 한 아동복지센터에 맡겼고, 부모에 대해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A군은 2019년 어머니를 따라 입국했다. 아버지는 먼저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A군은 2021년 9월쯤 아버지와 함께 해당 고시원에서 살기 시작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가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지만, 지난해까진 인근 어린이집을 다니며 어느 정도 보살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가 된 올해부터는 학교도 가지 않고 방 안에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끼니는 하루 한 번 시켜먹는 배달 음식이 전부. 인근에 살던 어머니도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A군은 점점 눈동자 초점을 잃은 채 푹 처진 모습으로 변했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고 생각한 고시원 건물 관리인이 어린이집 원장에 이를 알리면서, 결국 경찰 신고가 접수됐다.
외국인 아동은 파악 불가…"포용력 있는 정책 필요"
A군을 보호ㆍ관리해야 하는 지자체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인 우리나라 아동에 대해선 정부가 예비소집을 통해 아동 안전 등을 점검한다. 예비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유선 연락, 가정방문, 학교방문 요청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위기 아동'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반면 외국인 자녀에 대해선 그런 장치가 전무하다. 정부 관계자는 “(체류 기간이 만료되지 않아) 등록번호가 있는 외국인은 취학 시기에 맞춰 관할 구청에서 ‘취학 통지서’를 보낼 수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며 “미등록 외국인은 취학 시기조차 확인할 수 없어 ‘깜깜이’ 상태”라고 했다.
현행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8조는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는 소득, 국적, 인종, 불법 이주와 관계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이 협약을 비준했고, 2010년부터는 미등록 이주아동도 거주 사실만으로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A군도 복지센터 도움을 받아 이달 초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적극 나서지 않았다면, A군은 서류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고시원에 계속 방치될 뻔했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외국인 자녀도 보듬을 수 있는 교육·복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는 “인력을 충원해 초등학교 취학 이전의 외국인 자녀들을 전수 조사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며 “선진국 대부분은 아이들에 대해선 국적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대우해 주기 때문에, 그렇게 해주지 못할 거면 애초에 아이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은 경희대 교수도 “아동이라면 (불법체류 신분이라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좀 더 포용력 있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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