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등장 2개월 만에… 北 “고체연료 ICBM 쐈다”
북한이 지난 13일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화성포-18형)이라고 14일 주장했다. 북한은 앞으로 화성-18형 추가 발사를 통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핵·미사일 위협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고체연료 ICBM은 기존 액체연료 ICBM에 비해 사전 연료 주입 없이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해 유사시 한미 ‘킬 체인’(Kill Chain)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돼왔다. 북한은 화성-18형에 그치지 않고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 화성-14·15·17형 ICBM 등 기존 액체연료 중장거리 미사일들을 고체연료로 바꿀 계획도 시사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북의 고체연료 ICBM 개발) 완성까지 이르기 위해선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중대한 전쟁 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 형(型)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 발사가 단행됐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를 참관하며 “적들에게 더욱 분명한 안보 위기를 체감시키고 부질없는 사고와 망동을 단념할 때까지 시종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하여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연료 ICBM 시험 발사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져 첫 시험에 사실상 성공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1단과 2·3단 로켓 비행 방식이 정상 비행 및 고각 발사가 섞여 이뤄졌다고 북이 주장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 화성-18형 첫 시험 발사는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고출력 엔진 연소 시험 이후엔 4개월, 지난 2월 건군 75주년 열병식 미사일 등장 이후엔 2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빨라야 금년 내 고체연료 ICBM 첫 시험 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봤는데 이런 예상을 깬 것이다.
북한이 이날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서도 고체연료 ICBM의 특징과 발사 방식 등이 그대로 확인됐다. 기존 액체연료 추진 ICBM 발사와 비교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화염의 색상과 모양이다. 이번 ‘화성-18형’ 화염은 흰색에 가까운 황색을 띠었는데, 액체연료 방식인 ‘화성-17형’은 붉은색에 가까운 황색이다. 발사 방식도 큰 차이가 있다. 액체연료인 화성-15·17형은 미사일 엔진이 발사 차량에서 직접 점화된 뒤 상승하는 ‘핫 론치’(hot launch) 방식이다. 반면 화성-18형은 북 ICBM에선 처음으로 발사 차량의 발사관에서 미사일이 압력으로 튀어 오른 뒤 공중에서 엔진에 점화돼 발사되는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을 썼다. 이는 고체 엔진의 점화 및 추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발사 당시 충격에 의한 발사 차량 손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둥펑-41, 러시아의 토폴-M 등 주요 이동식 ICBM은 모두 콜드 론치 방식이다.
종전 북 ICBM들을 평양 순안비행장 활주로에서 집중 발사했던 데서 벗어나 기동성 및 기습 발사 능력을 과시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은 도로 터널 내에서 화성-18형이 발사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공개, 터널에 숨어있다 기습 발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화성-18형 발사 차량은 바퀴가 18개 달린 대형이어서 예상보다 먼 거리를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의 ICBM 도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14일 미국 B-52H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와 연계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B-52H 한반도 전개는 지난 5일에 이어 9일 만이다. 우리 공군 F-35A, F-15K 전투기, 미국 F-16 전투기도 참가해 한반도 상공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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