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이정근 판결문 보니 "난 로비스트 기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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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당시 후보자였던 송영길 전 대표의 측근임을 내세우며 사업가에게 뒷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이 전 부총장의 10억 원 뒷돈 수수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대통령비서실장·중소벤처기업부 장관·국회의원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사업가 박모씨에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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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받으려면 어른들에 인사해야 한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당시 후보자였던 송영길 전 대표의 측근임을 내세우며 사업가에게 뒷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이 전 부총장의 10억 원 뒷돈 수수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대통령비서실장·중소벤처기업부 장관·국회의원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사업가 박모씨에게 접근했다.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 중이던 이 전 부총장은 당시 수천만 원 상당의 세금을 체납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이 전 부총장은 다른 사람 선거까지 챙겨가면서 박씨에게 자금을 요청했다. 박씨는 "초선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사람을 거론하면서 선거자금이 부족하니 도와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 "당의 공천을 받으려면 로비를 해야 하고, 어른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 등 이 전 부총장에게 수차례 돈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전 부총장은 자신을 '로비스트'로 칭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박씨와 나눈 통화에서 "나는 지금도 로비스트야" "내가 해보니까 로비스트로서 기질이 있어. 나는 역시 로비스트가 맞다" "내가 로비는 잘하니까 사업이나 배울까봐요" 등의 발언을 하면서 정계 인맥을 과시했다.
판결문에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대상에 이름을 올린 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도 등장한다. 2020년 7월 이 전 부총장은 박씨와 통화하는 도중, "그리고 오빠. 이성만 의원 있잖아. 내가 (후원금으로) 100만 원 보냈어. 나 오빠한테 지금 3,000만 원 받아가지고 막 쓰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 전 부총장은 '강래구 위원이 어떤 사람이냐'는 박씨 질문에 "날라리야. 그런데 그런 건 있어. 걔는 확실하게 밀어주고 확실하게 챙기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송영길 전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대목도 여럿 등장한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 박씨에게 "나는 유력 정치인 송영길 국회의원 측근이다. 송영길이 곧 당의 주도적 위치로 갈 것이니 21대 총선에서 서초구 공천은 따놓은 것과 다름없다"거나 "내 뒤에 송영길 의원 이런 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전 부총장이 블로그 등에 송 전 대표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가 당선된 뒤 사무부총장에 임명됐다.
법원은 지난 12일 송 전 대표 등 정관계 인맥을 내세워 사업가로부터 10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이 전 부총장에게 검찰 구형(3년)보다 높은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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