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햄버거값 세계 최고 수준… “밥 사달라는 후배가 무서워”
서울 강남의 곰바위 본점의 점심 곱창전골 1인분은 3만3000원이다. 그나마 저녁보다 1만2000원 싸다. 점심에 직장인 둘이 곱창전골을 먹고, 인근 카페에서 아이스라테(6000원) 한 잔씩 마시면 7만8000원이다. 저녁에 소주라도 한잔한다면 하루 20만원 이상 소비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인근 간장게장 전문점 꽃지의 간장게장 특정식은 4만5000원이다. 직장인 커뮤니티에 “요즘에는 밥 사달라는 후배가 무섭다” “간단히 한잔하자는 말에 눈치가 보인다”는 푸념은 비일비재하다.
비싸도 너무 비싼 한국 외식 물가는 호텔 뷔페나 오마카세, 고급 레스토랑 같은 소위 핫플레이스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직장인의 간단한 점심 한 끼와 후식 커피, 저녁 소주 한잔, 가족의 주말 외식 가격에도 회오리처럼 침투한 것이다. 전반적인 외식 품목의 하단 가격이 상향화하면서 식당 가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한국에 오면 비싸지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식당
우리나라 음식 값은 세계적이다. 서울 성수역 근처의 한 카페는 가장 저렴한 커피 메뉴가 6000원부터 시작된다. 단맛이나 우유 등을 가미한 메뉴는 7000~8000원이다. 인근의 다른 카페도 카페라테를 6500원에 판다. 최근 일본에서 ‘핫하다’는 도쿄 구라마에 인근 커피숍의 소이라테는 550엔(5400원), 아이스커피(미디엄)는 420엔(4500원) 정도로 성수동보다 싸다. 국가·도시별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의 카푸치노 가격은 3.63달러로 캐나다(3.55달러), 독일(3.43달러), 일본(3.32달러), 프랑스(3.21달러)보다 비싸다. 넘베오는 중간 가격대 식당에서 2명이 전채와 후식이 포함된 식사를 할 때 비용도 비교해놨는데 우리나라에선 38.09달러가 든다. 일본(37.52달러), 대만(32.76달러)보다 비싸다.
전 세계 어디서나 맛과 서비스가 표준화된 프랜차이즈 식당이 한국에 오면 가격이 비싸지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미국과 한국에 지점을 둔 고든램지 버거의 헬스키친 버거는 한국에서 3만1000원에 팔린다. 미국(라스베이거스)에서는 2만5000원(19.99달러) 정도다. 감자튀김도 한국이 2000원 이상 비싸다. 한국 소비자는 브런치 식당인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에서 기본 팬케이크(6조각)는 일본보다 37%, 더치베이비는 미국보다 22% 돈을 더 내고 사먹는다.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카페라테 가격을 비교한 스타벅스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4.11달러인데 일본은 3.56달러, 미국은 3.26달러다.
◇‘냉면이나 한 그릇’은 옛말
서울 중구 냉면집 필동면옥은 제육 한 접시는 3만원을 받는다. 4인 가족이 냉면 한 그릇씩에 제육 한 접시, 접시만두(6조각)를 시켜먹으면 10만원이다.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만두 한 알에 2500원, 제육 한 조각에 3000원꼴이더라”고 했다. 봉피양·우래옥 냉면 값은 1만6000원이다. 직장인이 간단히 한 끼 때우기 좋은 쌀국수 프랜차이즈 미분당의 인기 메뉴인 양지 쌀국수는 1000원이 올라 1만1000원이다. ‘가볍게 냉면이나(국수나) 한 그릇 하자’는 말이 무색해졌다.
서울 무고동의 고깃집 참숯골에서는 돌솥비빔밥을 1만3000원에 팔고, 서울 성수동 돈까스집에서는 등심 카츠를 1만3000원에 판다. 서울 신당동 약수 순대국(1만2000원)과 서울 체부동의 칸다소바의 마제소바(1만1000원)도 1만원이 넘는다.
야식이나 안주 메뉴는 물론,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비싼 가격은 마찬가지다. 인천 3대 닭강정으로 꼽히는 대오통닭은 닭강정 가격을 1000원씩 올렸고, 부산 해운대의 한 전복죽 집은 1만3000원을 받는다. 값싼 프랜차이즈 식당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김밥천국’에서도 모듬김밥에 라면 하나를 곁들이면 1만원이 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앙지검, 명태균 관련 ‘尹대통령 부부 고발’ 창원지검 이송
- 주말 한파주의보급 추위…다음주까지 초겨울 추위 이어져
- [속보] 尹 대통령-시진핑, 페루서 2년만에 정상회담
- ‘북한강 시신 유기’ 양광준 동문 “동상 걸린 후배 챙겨주던 사람…경악”
- 권익위 “尹정부 전반기 26만명 집단 민원 해결”
- 수험표 배달에 수험생 수송까지...“콜택시냐” 경찰 내부 불만 나왔다
- Trump team plans to end EV tax credit, potentially hurting Korean automakers
- ‘해리스 지지’ 유명 배우 “미국 디스토피아, 떠나겠다”
-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도 시세 변동만 반영...현실화율 69% 동결
- 野 ‘이재명 무죄’ 법원 총집결에... 한동훈 “뻔뻔함 수준 넘어, 나라 망가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