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민주당...내부서 ‘돈봉투 리스트’까지 돌아
당지도부는 수사관련 언급 자제
의원들은 “어물쩍 넘길 일 아냐…
송영길이 귀국해 사태 수습해야”
검찰이 수사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2021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실제로 현역 의원들 사이에 돈 봉투가 오고 간 듯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 등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이번 검찰 수사가 미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덮기 위한 기획 수사로 의심된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돈 봉투라는 한심한 사건이 터졌는데 이렇게 당이 조용한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당 최고위 회의 때마다 검찰을 비판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회의에선 대부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찬대 최고위원만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갑자기 2년 전 일을 빌미로 압수수색 한 점도 그렇고 검찰이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녹취 파일이 보도된 점도 검찰의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처음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을 때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은 “시대가 어느 때인데 돈 봉투냐”고 코웃음 치는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자 검찰이 무리수를 던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최소 10명 이상, 최대 20명 이상 연루됐을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최악”, “큰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하루 종일 민주당 안에선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의원들 실명이 적힌 ‘돈 봉투 리스트’가 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14일 CBS 라디오에서 “(돈 봉투 전달했다는) 녹취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안 믿을 수도 없고 황망할 따름”이라며 “10명만 돼도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돈 준 사람, 받은 사람, 돈 봉투가 명확해 보이는데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민주당을 노리는 정부·여당, 검찰에 아주 따끈따끈한 먹잇감, 꽃놀이패를 갖다 바친 꼴”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그냥 두면 당장 총선 공천에서부터 ‘저 의원이 돈 봉투 받은 사람’이라고 우리 안에서도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돈 봉투 의혹의 최종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서둘러 귀국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현지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돈 봉투를 전달한 의혹을 받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 대해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 행위를 감시, 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당시 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조금 궁색하지 않나”라며 “(검찰이 부르기 전에) 제 발로 들어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게 좀 더 당당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검찰보다 먼저 자체 조사로 국면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 수사에, 송영길 전 대표 수사까지 아주 당이 공중분해될 위기”라며 “당 지도부가 ‘정치 수사’라고 뭉갤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체를 확인하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압수수색을 당한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의원들은 ‘난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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